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관광에 너도나도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투자가 활발한 대형 병원 및 대도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고경화)에 요청한 ‘외국인환자 유치 현황(2009년-2011년)’ 자료에 따르면, 개설된 치과 병의원 수(2011년 4분기 기준)는 각각 치과병원 199곳(치대병원 포함), 치과의원 1만5058곳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 병원은 71곳(35.7%), 의원급은 375곳(2.5%) 수준이다.
전체 실환자수 60% 증가…병원급과 의원급 격차 심화
주요 진료과별 외국인환자 현황에서 치과 실환자수는 ▲2009년 2032명 ▲2010년 3828명 ▲2011년 5220명 등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한의과 127.2% *성형외과 90.9%, *안과 74.1% 다음으로 높은 60.3%로 조사됐다.
이 중 치과병원급의 실환자수는 467명(2009년) → 1285명(2010년) → 2219명(2011년)으로 연평균 118%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치과의원급은 716명(2009년) → 1432명(2010년) → 1299명(2011년)으로 연평균 증가율 34.7%에 그쳤다. 병원급과 의원급 증가율이 해마다 큰 격차로 벌어지는 것이 특징.
국적 현황은 ▲2009년: 미국(541명)‧일본(199명)‧중국(148명) ▲2010년: 미국(1192명)‧중국(368명)‧러시아(348명) ▲2011년: 미국(1482명)‧중국(557명)‧러시아(497명) 등으로 집계됐다
외국인환자 유치 상위 시도현황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영남권 대도시가 강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9년: 서울특별시(1264명)‧부산광역시(256명)‧경기도(180명) ▲2010년: 서울특별시(2287명)‧부산광역시(453명)‧대구광역시(331명) ▲2011년: 서울특별시(2983명)‧대구광역시(656명)‧부산광역시(560명) 등으로 나타났다.
상위 시군구 현황으로 들어가 보면, 강남구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2009년 548명 → 2010년 1109명 → 2011년 1280명) 그 다음으로 서대문구가 2009년 223명 → 2010년 414명 → 2011년 448명으로 3년 연속 순위권에 들었다.
병원급 서대문구, 의원급 강남구 ‘선두’
종별로 상위 시군구 현황을 살펴보면, 병원급의 경우 서대문구가, 의원급은 강남구가 선두인 것이 특징. 특히 의원급의 경우 비수도권 지역인 부산진구, 부산해운대구, 제주시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치과병원급에서는 ▲2009년: 강남구(151명)‧서대문구(113명)‧광주 북구(67명) ▲2010년: 서대문구(405명)‧대구 중구(249명)‧강남구(235명) ▲2011년: 서대문구(433명)‧대구 중구(424명)‧동대문구(320명) 등으로 집계됐다.
의원급의 경우 ▲2009년: 강남구(279명)‧용산구(120명)‧성남시(56명) ▲2010년: 강남구(660명) ‧해운대구(80명)‧제주시(67명) ▲2011년: 강남구(660명)‧부산진구(98명)‧해운대구(65명) 등으로 나타났다.
접근성과 인프라 갖춘 대도시 병원급 유리?
이번 조사결과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병원급 쏠림현상과, 관광과 여타 시설 등의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의 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환자 유치와 관련해 일반 의료계의 경우 초기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절대적인 쏠림 현상을 보이다가 2011년을 기점으로 병의원급이 상급종합병원을 앞서기 시작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치과의 경우 대학병원이 포함돼 있는 병원급, 즉 사실상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 시설과 투자 규모를 갖춘 곳이 유리하게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 종합병원 치과병원의 경우 자체적인 홍보 외에도 에이전시가 먼저 병원측에 외국인환자 유치를 의뢰해 와 병원 내 전담부서에서 전문적으로 유치 과정을 진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및 여타 주요 대도시라는 접근성과 인프라도 외국인환자 유치에 큰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가기 수월한 곳이 수도권, 그리고 부산과 대구 정도의 대도시”라며 “거기에 환자 가족들이 함께 올 경우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숙박 시설 등이 필요한데, 진료와 더불어 발생하는 이런 부가적인 필요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많지 않다”고 부언했다.
접근성, 규모 보다 선투자‧관심이 성패 핵심
물리적 접근성이나 제반 시설 등 보다 더 핵심적인 것은 바로 ‘선투자’와 ‘관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의료관광은 무엇보다 선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가령 외국어 홈페이지 제작이나,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코디네이터, 외국어로 된 홍보 등에서 철저하게 준비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 예로 강남구 치과가 유치전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는 것은 관심도 많고 투자도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것. 유치 에이전시와의 연계도 준비된 만큼 시너지가 발생할 뿐이라는 것이다.
부산진구와 해운대구의 경우도 ‘의료관광 거리 조성’ 등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데다 관광지라는 지역 특성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했다. 앞서 언급한 모 대학치과병원도 외국인 대상의 잡지에 치과 질환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면서 담당 교수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거나, 관광과 구강검진프로그램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해 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은 투자 등에서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며 “(지리적, 규모 등의 이유로 불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은 아직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