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관련, 치과병원에서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이 선두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은 연구중심병원지정 제도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1년 8월 의료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후 지난 해 11월 26일 ‘연구중심병원지정’ 신청접수를 개시, 약 한 달 간 접수신청을 받았다.

마감 결과 총 25개 의료기관이 신청했으며, 그 중 치과병원은 서울대학교치과병원(원장 김명진)과 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원장 조규성) 두 곳으로 확인됐다.

병원 내부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 및 연구역량을 갖춰 글로벌 수준의 연구역량과 산업화 성과를 창출한다는 취지로 진행된 복지부의 이번 사업은 기존의 진료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연구중심병원 전환에 따르는 예산 지원이 별도로 없어 병원측이 투자부담을 전적으로 가지는 한계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정 조건도 까다로워 웬만한 치과 병원들에게는 엄두를 내기 힘든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부도 이 같은 어려움들을 감안해 지정 원칙을 병원의 자발적 선택에 두고, 기존의 연구생태계 및 대학시스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재밌게도 이 같은 암묵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지원 신청 공고도 소리 소문 없이 게재됐다. 한마디로 관심 있게 지켜본 병원이 아니면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 실제로 몇몇 치과대학병원에 문의해 본 결과, 연구중심병원지정 신청 접수를 내부 논의 끝에 일부러 하지 않았는지, 몰라서 지나쳤는지 자체가 확인되지 않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기습적으로 진행해서 당황스러웠다”며 “아마 몰라서 준비 못한 곳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나아가 “정부가 제시한 요건이 만만찮아 어지간한 병원에서는 모집 기간 한 달 간 준비해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접수를 마친 서울치대병원과 연세치대병원측의 입장은 조심스러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접수만 됐을 뿐, 지정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이유다. 연세치대병원 관계자는 연구실적 등은 워낙 교수님들의 역량이 받쳐주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별도의 내규나 규정 등을 한 달 만에 정비하느라 시간이 촉박했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서울치대병원 관계자 역시 “정부의 방향성에 맞게 그 전부터 조금씩 준비해 오고 있던 부분”이라는 정도의 언급에 그쳤다.

무엇보다 투자비용부담을 안고 정부 정책에 동참한 이 두 치과대학병원의 공통점은 바로 연구중심병원으로의 전환에 대한 취지에 맞춰져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실상 당장은 정부 지정 기관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당근’이 없는 조건에서 기꺼이 체질개선에 앞장선 것이다. 연세치대병원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교수님들은 기존의 (진료 중심) 병원 운영 방식에 한계를 느껴왔다”며 “내부에서 고민해 오던 변화의 필요성을 정부의 이번 정책을 계기로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치대병원측도 “정부 지원 없이 힘들 수도 있지만..(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이라는 반응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은 정리된 지원 방안은 없지만, 추후 내부 연구인력 인건비 지급 등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운영에 따른 불편 사항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며 “이번 연구중심병원 지정 사업을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한 사업이 아닌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중심병원 신청서 접수 결과는 3달여간 평가를 거쳐, 오는 3월 말 경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