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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약속대로만 해준다면 누가 돼도 땡큐~'

다른 듯 비슷한 공약.. 결국은 '실행능력'이 관건

세 후보의 정책공약이 모두 드러났다. 이미 선거유인물까지 회원들의 손에 들어간 다음이므로 더 이상의 공약이 나온다 한들 이제는 언론용일 뿐 유권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기회는 더는 없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김철수 후보는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약을 발표했다. 최남섭 후보도 두 번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의 3통 공약을 설명했다. 이상훈 후보는 경쟁 후보들보다 일찍 공약을 내놓는 대신 ‘희망콘서트’라는 일종의 토크쇼에 기자들을 초대해 골자를 설명했다.

이렇게 파악된 세 후보의 공약은 ‘다른 듯 비슷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느낌이다. 총론에서는 같으나 각론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 정도라고나 할까. 심지어 희망과 변화를 기치로 내건  이상훈 후보마저도 기존의 정책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판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조심할 것도 많아진 탓이다.

전체적으론 김철수 후보는 ‘행복한 치과 만들기’를. 최남섭 후보는 ‘내게 힘이 되는 치협’을 각각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제 세 후보의 정책공약을 몇 개의 주요 테마에서 한번 비교해 보자.

 

 

1. 선거제도


 

 

 

세 후보 모두 선거제도를 직선제로 바꾸겠다는 데엔 이의가 없다. 다만 방법론에서만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김철수 후보는 당선 즉시 준비위원회를 설치해 회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015년 치협 대의원총회엔 직선제안을 상정하며→ ‘직선제 정관개정안’이 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되면 사원총회를 개최해서라도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최남섭 후보는 새로 발족할 직선제추진 연구팀에 의한 기획→ 여론조사→ 공청회→ 실행의 4단계 로드맵을 내놨고 ▶이상훈 후보는 직선제 실현은 물론 '망국적 고질병인 동창회선거를 타파하기 위해 바이스제도도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기세로 봐선 세 사람 중 누가 되더라도 다음 선거는 직선제 선거가 될 확률이 아주 높으므로, 혹 대중친화력을 갖춘 야심가가 계시다면 미리 차기 준비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 치과보험



 

 

세 후보는 한 목소리로 건강보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철수 후보는 청구액 2배를, 최남섭 후보는 보험 2000만원 시대를, 이상훈 후보는 전체 보험재정의 7%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얼추 계산해보면 총액에서는 모두 비슷하다. 

▶최남섭 후보가 목표로 내건 보험 2,000만원 시대는 물론 치과당 건강보험으로 벌어들이는 월 수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2,000만원 × 치과기관수 15,930 × 12개월 하면 3조8,232억원이 된다.

▶이상훈 후보의 전체 보험재정 7%의 값은 작년 기준 전체 보험재정이 50조7,425억원이었으므로 계산하면 3조5,519억원이 나온다.

▶김철수 후보의 청구액 2배는 작년 기준 치과 전체 급여액이 1조3,371억원이었으므로 곱하기 2를 하면 2조6,442억원이 된다. 여기에 본인부담금 30%를 더하면 3조4,764억원이 나온다.

그러므로 굳이 세 사람의 치과보험 공약의 크기를 비교하면 최남섭 후보의 2,000만원 시대 > 이상훈 후보의 7% > 김철수 후보의 청구액 2배 순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목표의 크기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있다.

이 부분에서도 세 후보는 공히 보험조직 강화, 선별적 급여확대, 꾸준한 청구교육을 꼽았다. 청구만 제대로 해도 지금보다 훨씬 보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각 캠프의 일관된 분석이다.

 

3. 치과전문의제도


  

 

 

후보들에겐 치과전문의제도 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겠지만, 짧게나마 공약에 요점들은 정리해두고 있다. 먼저 ▶이상훈 후보는 다수의 일반의를 보호하면서 전문의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선 소수정예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철수 후보는 전문과목 진료영역을 구분, 확정해서 77조 3항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고 ▶최남섭 후보는 다수 회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네치과의 생존에 맞춰 1차기관 표방금지에 문제의 초점을 맞춰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약간씩 지향점이 다르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세 후보 모두 동네치과 보호에 두고 있다. 그러므로 이후의 전문의 논의 또한 목표가 같다는 걸 확인하고 들면 충분히 이견을 좁혀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4. 개원질서


     

 

 

불법네트워크치과로 대표되는 개원질서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각자 다양한 공약들을 쏟아냈다. ▶김철수 후보는 1인1개소법 하위 시행규칙을 제정, 처벌조항을 명문화하고 환자 알선과 유인행위 금지를 법제화 하며, 사무장병원을 잡기 위해 치파라치제도의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남섭 후보는 불법 피라미드형 네트워크나 기업형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치협 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함은 물론 의료광고 심의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 불법광고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이상훈 후보는 비의료인에 의한 진단이나 위임진료를 막아 불법네트워크 치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며, 길거리에서 전단지나 물티슈도 배포하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도 세 후보는 공히 불법네트워크치과 척결, 길거리광고 금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인력감축



 

 

치과의사 인력감축은 갈수록 심해지는 개원가의 경쟁을 완화시키자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이 부문에서도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기대대로 세 후보는 배출을 줄이고 수요를 늘이기 위한 여러 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먼저 ▶최남섭 후보는 치대 입학정원을 10% 감축하는 동시에 부족한 공중보건치과의사를  정규 일자리로 대체하며, 치과의사 정책전문가를 양성하고, 치과의사의 해외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후보 측의 10% 정원감축 방안은 정원외 입학 부분에서 3.4%, 외국치대 출신 예비시험 난이도 조절로 1~1.5%, 정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TF 활동을 통해 5% 등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이상훈 후보는 치대정원 15% 감축안을 내놨다. 이 후보는 정원감축 특위를 신설해 범 치과계적 공감을 이끄는 동시에 정책연구소를 통해 정원감축의 당위성을 설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공공부문으로 치과의사의 진로를 다변화하는 한편 ‘인력수출을 위한 세일즈 외교에도 나서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철수 후보도 입학정원 10% 감축을 위해 면허시험 합격률을 조정하고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한편 졸업 후 임상수련 및 개원면허제의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니어와 주니어의 아름다운 동행 프로젝트, 치의 진출분야 다각화 등을 함께 내세웠다.

정원감축의 경우 감축의 규모가 아니라 어느 후보의 공약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치과의사들이 진료실을 벗어나서도 얼마든지 보람과 성취를 누릴 수 있는 우량 일자리를 많이 마련하는 일이며, 그런 측면에선 공공부문이나 관련 기업이 가장 좋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6. 소통



 

 

소통은 치과계의 새로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비제도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차기 = 직선제’가 거의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때문에 소통은 다음 집행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막연하기도 한 이 소통이라는 과제를 위해 후보들은어떤 공약을 준비했을까?

▶이상훈 후보는 젊은 층을 대변하는 후보답게 청년치의들을 제도권으로 유입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웠다. 여자치과의사회를 특수지부로 만들고, 온라인 신문고, 온라인 상담코너, 온라인 설문조사를 활용하겠다는 것이 이 부문에 관한 이 후보의 구상이다.

▶김철수 후보도 여성치의와 젊은 치의들의 참여에 우선 신경을 썼다. 또 회원 모두가 참여하고 논의하는 열린 협회를 화상회의나 SNS를 활용해 반드시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역대 가장 많은 회원들을 만나는 집행부가 되겠다는 것이다.

▶최남섭 후보는 One stop service를 통한 스마트한 소통을 내세우며, 여성 임원을 늘이고, 청년위원회를 신설해 30대 이사도 등용하겠다고 밝혔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의료분쟁, 불법의료광고, 보험청구 Q&A, 고충처리, 보수교육 문의 등 필요할 때 늘 곁에 있는 든든한 치협이 되겠다는 설명이다.

좋은 공약들이긴 하지만, 소통이란 명제야말로 집행진의 마인드가 모든 걸 결정하게 되는 극히 주관적인 분야이다. 따라서 공약보다는 사람을 먼저 살피는 것이 이 부문에서의 실패를 미리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7. 기타 특이공약 


 

 

 

▶김철수 후보의 ‘개원의 119’ 공약은 경영개선 서비스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경영이 부진하거나 폐원위기에 처한 치과에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방법, 홍보 콘텐츠, 맞춤 경영컨설팅 등의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실효성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경쟁 후보엔 없는 공약이다.

이밖에 김 후보는 사이버 덴탈 아카데미 운영, 은퇴 개원의들의 일자리 개발, 협회 조직 개편 등을 약속했다.

▶최남섭 후보는 건강보험 One Stop Service(OSS) 제공을 회원들에게 약속했다.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을 채용해 정책이 아닌 보험 실무를 전담케 함으로써 회원들의 보험 관련 민원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 후보는 이밖에 협회 IT 역량 강화, 여성치의들의 삶의 질 향상, 덴탈 잡 페어 개최, 대국민 홍보 스마트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약속했다.

▶이상훈 후보는 온라인 보수교육을 주요 공약으로 올렸다. ‘정부에게 불편을 강요하더라도 여기에 맞서 회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협회의 할 일’이라며, 보수교육을 ‘협회 편의중심’이 아니라 ‘회원 편의중심’으로 바꾸겠다고 그는 선언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보험과 관련해 특히 많은 공약을 냈는데, 실런트급여 소구치까지 확대, 근관치료 보험수가 우선 현실화, 보험실사 SOS팀 설치 등을 회원들에게 약속했다.

 

 

약속한 모든 공약들을 성실히 이행만 한다면야 누가 되든 치과계는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늘 公約이 空約이 되고 마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매니패스토는 아니더라도 10명분의 권리를 떠안은 선거인단이라면 적어도 공약과 인물의 상관관계 정도는 따져보고 선거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은 미래가 무척 절실해진 지금의 치과계에서 더 이상 선거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요식행위쯤으로 취급돼선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