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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대권 후보들의 아주 실험적인 몇 가지 시도들

'생각의 자유로움'을 끌어내는 새로운 방법-

이번 치협 선거가 1,460여명의 유권자에 의해 치러지리란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3년 전 201명의 대의원들이 누렸던 권리를 일곱배가 넘는 회원들에게 나눠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선제만은 못 하겠지만, 잘만 활용하면 분명 장점이 많은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선거를 보는 회원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의무만 다하면 권리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므로, 설사 내가 아니더라도 선정된 선거인단의 투표권을 인정하게 된다.

후보들의 선거운동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대의원들을 대상으론 직접 대면하는 선거운동이 큰 효과를 누렸었다. 그러다 보니 술판선거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투표권자 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성향마저 제각각이다 보니 대면을 하려야 할 수가 없게 됐다.

따라서 후보들은 포럼이나 콘서트니 ‘누구와의 대화’니 하는 식의 이벤트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게 됐고, 여기에서 건전한 토론문화가 싹트게도 됐다.

 

 

무겁지 않은 규모, 무겁지 않은 주제

 

이벤트로 치면 김철수 예비후보의 정책콘서트가 벌써 5회째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최남섭, 이상훈 예비후보도 의미 있는 시도들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최남섭 예비후보의 ‘젊은 치과의사와의 대화’는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소규모 이벤트가 갖는 구조적 한계를 예상했었지만 4명의 패널이 짧은 시간 안에 풀어놓은 내용들은 치과계가 주목할 가치가 충분한 것들이었다. 보험전문가인 최희수 원장은 ‘보험수가가 관행수가 보다 낮게 책정돼도 그 보다 더 낮은 수가를 컨트롤해준다’면서 ‘열심히 진료하면 서로 나눠가지면서 공존할 수 있는 길이 보험에는 있다’고 강조했다.

개업 2년차 길대현 원장은 ‘한 블록 건너 U모치과가 포진하고 있지만, 그 치과가 없어진다고 내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그것보다는 치협이 엔도 수가를 정상화 시키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디자인치과 우상엽 원장은 ‘최근 2~3년 보험이 상당히 중요해지긴 했지만 보험 한다고 행복한 치과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승산이 없다’면서 ‘결국 치과는 새로운 술식을 자꾸 개발해 파이를 키워야 함에도 선배들이 오히려 새 술식에 더 보수적이어서 문제’라고 꼬집었다.

네번째 패널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의료는 결국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보험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정석인 만큼 의료제도 또한 국민건강과 같은 방향에 서지 않으면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김철중 기자는 의료계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도 ‘집행부가 바뀌면 마치 정권이 바뀌는 것처럼 요란한데 정부와 국민과의 신뢰가 중요한 전문가 단체로선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최남섭 예비후보는 대화에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패널과 참석자들 사이에 오가는 내용들을 충분히 들은 후 그는 ‘계획은 멀리하되 실천은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갈 생각’이라며 ‘변화하는 현실들을 반영할 개방적인 논의 시스템을 열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2시간 남짓의 이 행사가 돋보인 이유는 무겁지 않은 규모에 무겁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좋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에 있다. 이야기가 자연 보험 위주로 흐르긴 했지만, 그건 한국의료의 대세를 반영한 것일 뿐 어떤 사전의도도 없었으므로 오히려 호소력이 더 컸다.

 

 

최남섭 예비후보는 12일에도 ‘여성 치과의사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했다.

교대역 부근에 조그마한 회의실을 빌려 막 치전원을 졸업한 구직 치과의사에서부터 은퇴방법에 관심이 많은 베테랑 개원의까지 다양한 경력의 여자 치과의사 11명을 모셨다. 얼굴을 마주보고 둘러앉아 약간 어색한 자리가 될 듯도 싶었지만 막상 얘기가 시작되자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그녀들의 삶의 고충과 제언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 예비후보는 동의도 표하고, 감탄도 전하면서 간간히 자신의 생각을 주제에 섞어 넣었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힘을 뺀, 수다 같은 자연스러움이 여론의 물꼬를 여는데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지를 이번 행사는 여실히 보여줬다. 자녀들의 학업관리, 부가가치세, 카드수수료, 범죄에 대한 두려움, 구직의 막막함 같은 진중한 얘기들이 오히려 부수적인 수확으로 느껴질 만치...

 

희망콘서트에서 보너스처럼 얻은 희망

 

이상훈 예비후보는 지난 11일 ‘희망콘서트’라는 걸 들고 나왔다. ‘부회장 후보들을 선보이는 자리인데 느닷없이 콘서트를 연다고 해서 많이 당황하셨어요?’라고 묻는 듯도 싶었지만 형식은 제목 그대로였다. 그들은 후보 4명이 스스로 패널이 되어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과계의 희망을 주고받았다.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해내다니...

가령 ‘누구누구 부회장 후보님은 A대학을 졸업하시고 무슨 무슨 회장을 역임하신 뒤...’ 라고 일방적으로 후보들을 소개했더라면 모르고 넘어갔을 많은 새로운 면모들을 그들은 주거니 받거니 잘도 토해냈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회무도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치면 이런 사고의 자유로움이 가져올 변화의 가능성은 매우 희망적이다.
다음은 이날 이상훈 후보팀이 배포한 자료 중 직선제를 설명한 한 부분.

-재작년 협회에서 회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선거제도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대의원제, 선거인단제, 직선제, 모르겠다 의 네 문항이나 놓고 물어보았는데도
직선제 찬성이 65%나 나왔다.
덴트포토 설문조사에서는 86%가 직선제를 찬성하였다.
그러나 대의원총회에서는 직선제가 부결되었다.
설문조사까지 한 사안이라면 회원들이 간절히 원하는바 대로 따랐어야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어린이 일기 같은 이 짧은 문장에서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진다. 늘 강조하지만, 사람들은 삶이 복잡다난해질수록 무엇에 감동받기를 좋아하고, 유권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건 후보의 진정성 밖에 없다. 이상훈 후보는 이미 나름의 방법으로 선거의 급소를 치고 든 셈이다.

그러므로 판은 갈수록 재미를 더한다. 김철수 예비후보가 다음에 내놓을 무언가가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