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6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회무·정책

副짜의 비애..'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다'

세 사람 결국 갈라서기 수순 밟나?

‘의리’는 사나이다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어휘지만 정치세계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너무나 많은 사나이들의 의리가 깨지고 또 재생되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의리도 힘이 있을 때 얘기’라는 말은 그 판의 그런 생리를 잘 나타낸다.

치과계는 어떨까? ‘배운 사람들의 집단이므로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고 여겼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판이 작아서 그렇지 여기에도 배신의 드라마는 넘친다. 최남섭 · 안창영 두 전현직 부회장이 지난 경선에서 가장 아파한 부분도 바로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이 배반의 장미이다.

(전략)
기억 하렴 나의 서글픈 모습
새벽녘까지 잠 못 이루는 날들
이렇게 후회하는 내 모습이~ 나도 어리석어 보여
어디선가 쉽게 넌 말하겠지
세상의 모든 후보들은 너무 쉽다고
상처받은 내 맘 모른 채 넌 웃고 있니
후회하게 될 거야~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 중 패러디>   

사실 권력도 돈도 따르지 않는 것이 치과계 정치지만, 어떤 계기로 거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지난 3년을 발이 기억하고 가슴이 기억한다. 그래서 그 관성에 몸을 맡기다 보면 자연 회무라인이라는 게 생기게 되고, 그 속에서 정치도 익히게 되는데, 문제는 소속 라인과 정치적 이해가 어긋나게 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배신은 바로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이 잉태한다.

당하는 이의 아픔은 상상 이상이다. 애절한 엄정화의 노래처럼, 새벽까지 잠 못 들며 후회를 곱씹는다. 원망을 하고 자책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비워 내지만 회복에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물고 물리는 게임, 가해자는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치적 배신은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가 없다. 당연히 가해자의 위치에 서야 할 사람조차 나름의 논리가 있고, 그 논리대로라면 그의 행위는 배신이 아니라 필연의 선택이 되고 만다.

이 기막힌 부등식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정(正)과 부(副)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협회장과 부회장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까? 현행 선거제도하에선 아무리 출중한 후보일지라도 바이스 없인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많은 협회장들이 삼고초려 하듯 러닝메이트를 모셨고, 그 과정에서 쉽게 ‘차기’를 언질하기도 했다.

부회장의 비애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일단 副자가 붙고 나면 회무일선에선 반발을 뺄 수밖에 없다. 각 사업위원회가 담당 이사들 차지인데다 예산마저 사업위 위주로 배정되다 보니 부회장이 관여할 여지는 사실상 없다.

담당부회장이란 어정쩡한 몫 나누기는 오히려 혼란만 키운다. 명색이 담당이다 보니 소속 사업위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없고, 내친 김에 이런 저런 참견을 하려들면 이번엔 이사들이 불편해 한다. 이사들 입장에선 협회장과 직접 얘기해도 될 일을 부회장이 괜히 옥상옥을 올려놓으려 드니까 짜증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副는 말이 없다. 특별위원회나 한 둘 맡아 때맞춰 회의에 나가고, 아래위로 사람 좋은 웃음이나 지어 보이는 정도가 맡은 직무의 전부이다. 그 3년을 견디면서 선출직 부회장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래 다음이다. 내가 협회장이 돼야 달라진다’가 아닐까?

그렇다. 마침내 3년을 버텼다고 해서 시련이 끝난 것은 아니다. 보스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대상이 볏가마니 몇 섬이라야 ‘형님 먼저~ 아우 먼저~’지 이건 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동시에 언질일지언정 약속을 한 날짜와 시행이 필요한 날짜 사이에 3년은 너무 멀다. 그 사이에 온갖 변수들이 생겼다 없어지고 생겼다 없어지길 반복했을 것이므로 그 중 어느 하나만 들이대도 副짜로선 당장 주장이 궁색해진다.

김세영 협회장과 최남섭 · 홍순호 · 우종윤 부회장 사이의 기류를 이렇게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그렇다고 관계의 책임이 전적으로 김세영 협회장에게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치과계의 안위를 염려하는 협회장의 진심을 모르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치과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세 부회장의 충정에도 동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그 각축의 과정에서 입게 될 또 다른 누군가의 상처이다.

 

 

 

이 경우면 갈 데 없는 다자구도

 

홍순호, 최남섭 두 부회장은 이미 실질적 대화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아직은 어떤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최 부회장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 말은 ‘어떤 결론이 나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괜히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아마 다음 주 초쯤이면 차기에 관한 선출직 부회장단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집행부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사태가 올 경우 차기 대선은 복잡한 다자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유일한 예비후보인 치과미래정책포럼의 김철수 대표와 17일 이후로 출마 발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치과계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 이상훈 위원장, 김세영 협회장과 부회장단이 내세울 한 사람, 그리고 예상 밖의 다크호스까지...

다음번에는 집행부 세 사람 이외의 후보군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HOT Chart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