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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김춘진 사장 '발군의 공공기관장' 등극

치과의사 강점 살려 각종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 휩쓸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춘진 사장은 치과의사 출신으로 공공기관장을 맡고 있는 몇 안되는 인사 중 한명이다. 지난 정권 말기 임기 3년의 현직에 임명됐으므로 소위 '알박기'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웠을 터임에도 그는 오히려 각종 공공기관 평가에서 보란 듯 최우수 등급을 받아 냈다. 지난해 경영실적평가에서 2년 연속 준정부기관 최고 등급(A)을, 동반성장평가에서는 최우수 등급을, 사업장 위험성평가에서도 '우수사업장'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정치인 출신이지만 직원들에게도 그는 능력있는 CEO로 인정을 받는다. 비결은 누구보다 열심이면서도 자기 고집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 자리를 맡았을 때 그는 'aT'라는 표기가 영 어색해 보였다. 식품유통이 주 업무인데 agro를 내세운 것도 그렇고, 첫 글자를 소문자로 표기한 것도 용법에 맞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이를 수정할 요량으로 직원 투표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다수가 '싹이 움트서 자라는 느낌'을 표현한 현재의 aT가 마음에 든다는 거였다. 김 사장은 이를 선선히 받아들였다.  

이런 교감을 토대로 그는 내부를 결집해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먼저 본업인 농수축산물의 수급안정을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한편 국가 차원의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조성에도 팔을 걷어 부쳤다. 또 미국 각 주에 '김치의 날'을 확산시키는 등 K- Food 수출에도 힘을 쏟았는데, 그 결과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21년 114억 달러에서 22년엔 120억 달러로 늘어났다.

 


공공급식 분야의 성장도 눈부시다. 21년 9월 전국 초중고의 80%가 사용하는 공공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공공급식통합플랫폼'으로 확대, 오픈해 학교는 물론 어린이집, 군부대까지 공공급식 식재료 수급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유통을 실현해냈다. 그 결과 작년에는 이 분야에서 전년 대비 21%가 늘어난 역대 최대 거래실적인 3조 4천억원을 달성해냈고, 이같은 공로로 '2022년 공공기관 주요사업 혁신대상' 준정부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양재동 화훼공판의 경매 역시 역대 최대인 1,63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19로 화훼농가수와 재배면적이 동시에 감소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온라인 경매를 활성화하고, 최신 소비 트랜드를 반영해 고품질·전략품목을 유치하는 등 현장 맞춤형 지원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 경매는 전년 대비 43%가 증가한 9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화훼류 경매실적 증대에 기여했다.
김춘진 사장은 먹거리 분야의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저탄소 식생활 운동인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에도 앞장서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나 된다는 것. aT는 따라서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축산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농수산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하며, 잔반없는 식사로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글로벌 식생활 개선 캠페인에 적극 나서게 됐다. 이를 위해 이미 전국 34개 행정·교육 광역자치단체와 협회·단체·업체 등 국내외 453개 기관과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 MOU를 체결했다.

 

 

그는 영등포 독일치과 시절 늘 환자에 치여 살았고, 국회의원 시절엔 의정활동 평가에서 항상 상위순위에 올랐었다. aT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춘진 사장은 무슨 일이든 대충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2년 동안 휴가를 한번도 쓰지 않았으며, 주말도 없이 새벽 4시부터 움직여서 겨우 벌인 일들을 소화해 내는 중이다. 
그나마 치과의사이자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 많이 도움이 됐다. 시야가 넓고 인적 네트웍이 광범위한 점은 정치인으로서의 잇점인데, 이런 것들은 업무를 끌어가는 추진력에 보탬이 된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에서는 화합과 균형을 배운다. 치아는 '조화'가 생명이므로. 
그런 김 사장에게 '임기 후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갈거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지금은 지금의 일에 매진하고 싶다"고. 3선 의원 출신 김춘진 사장에게 정치는 이미 '다음 순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