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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클린 집행부'를 압박하는 4가지 키워드

치협 정총.. '대의원들은 1년차 집행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24일)의 치협 제70차 정기대의원총회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큰 행사였다. 소위 치과계의 개혁 세력을 자처하던 이상훈 집행부가 처음으로 회무로 평가받는 자리이자, 심심찮게 터져나온 1년차 집행부의 내부 마찰음이 회원들에겐 어떤 모습으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대의원 211명 중 168명이 참석한 이번 정총은 그러나 집행부의 입장에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총회'가 됐을지도 모른다. 우선 예산안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예산안을 부결시킨다'는 건 '집행부의 회무능력을 신뢰치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노조와의 단체협상이라는 선의에서 비롯된 결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회무 처리의 미숙이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1 예산안은 대의원총회 직전 열린 지부장회의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총무위가 사무처 노조와의 다섯차례 협상 끝에 어렵사리 협약서에 사인 했지만, 지부장들의 입장에선 선듯 받아 들이기가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총회에서 조영진 대전지부장은 "집행부가 치협 사무처를 신의 직장으로 만들었다"면서 "선의는 이해하지만, 이걸 통과시키고 내려가면 내가 회원들에게 뭇매를 맞는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민겸 서울지부장도 세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이번 단체협약을 예산안에 반영하면 예산 쓰임세에 놀란 회원들이 앞으론 회비를 내려하지 않을 것이고, 둘째 단체협약은 재정추계가 선행돼야 함에도 그런 논의 자체가 없었으며, 셋째 협약내용을 똑 같이 적용해야 할 지부나 분회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재협상을 약속한 협회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찬성 20 대 반대 139'로 부결됐다.

 


#2 '클린 집행부'라는 자부심이 크게 흔들린 총회이기도 했다. 대의원들은 현재와 연결된 회무의 모순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선거무효소송단의 회계자료 열람' 건이다. 회계자료 열람을 신청해서, 취득한 정보로 임원들을 고발하고, 피고발인의 소송비를 회비로 지원하는, 소모적 불합리를 지적한 것이다.
이 난마 같은 사건을 총회장으로 소환해낸 이는 충북 이만규 지부장이다. 이 지부장은 '지난 2019년 5월 선거무효소송단이 어떻게 치협 회계자료를 무방비 상태에서 13시간이나 열람할 수 있었는지를 재조사해 달라'고 집행부에 요구했다. 그는 '당시 소송단은 직전 최남섭 집행부의 회계 자료를 샅샅히 뒤져 임원 세 사람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었다'며, '이 건은 대검까지 가는 공방 끝에 결국 혐의없음으로 기각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 '소송비 지원의 타당성을 파악하기 위해 2017년 8월 김세영 전 회장에게 지급한 공탁금과 소송비 2억3천만원 지원건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 차기 대의원총회 전에 보고해달라'고 요구하고, 협회장에겐 '선거무효소송으로 협회에 큰 손해를 끼친 세 사람을 이사와 특위 위원으로 선임한 이유'를 함께 따졌다. 

 

#3 소통을 앞세운 개혁 집행부임에도 출범 후 치과계 전문지 2곳을 출입금지 시킨 부분도 지적 대상이 됐다. '與가 있으면 野가 있듯 기관지가 있으면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신문도 마땅히 필요하며, 판단은 독자의 몫임에도 집행부가 나서서 맘에 안드는 신문들을 미리 정리하려 드는 건 건전한 언론 풍토를 해칠뿐 아니라 자칫 보복이나 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요지였다.
울산 허용수 지부장은 이날 협회장이 바뀔 때마다 취재제한 신문사도 따라 바뀌는 행태를 '부끄러운 일'이라 지적하고, "이는 자칫 징벌적 언론통제 수단으로 비춰져 어용 언론을 양산할 수 있다"며, "10여개의 전문지들이 모두 획일적인 기사와 사진으로 찬양일변도로 가는 건 좀 곤란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객관성 있고, 책임있는 언론을 실현하기 위해선 이사회가 직접 개입할 것이 아니라 치과계 각층 인사들과 신문사들이 참여하는 민간 언론감시기구를 상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말을 맺었다. 

 


#4 '붕장어 사건'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단순히 '설 선물로 보낸 붕장어를 비싸게 구입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질의 과정에서 집행부 내부의 힘겨루기 양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선 '손을 맞잡을 순 있으대 회무철학까지 공유하긴 어려운 연정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이상훈 집행부의 깊은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강원 변웅래 지부장은 주무이사를 두둔하는 긴 발언 끝에 '총무이사와 투서자를 한 자리에 앉혀 할 말을 모두 할 수 있게 해줄 것'과 '아무 잘못이 없는 붕장어 업체에 대금 8만원을 모두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협회장에게도 '빨리 마무리하고, 이 사건에서 빠져나올 것'을  권고했다. 
같은 시각 총회장 밖에선 붕장어 유통업체가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총회는 그렇게 다섯시간 20여분만에 끝이 났다. 4차 대유행이 염려되는 코로나 시국임을 감안해 외부 인사 초청없이, 회의장조차 4개로 쪼개 아래 윗층을 오가며 불편한 총회를 치른 것이다. 정부의 방역시책에 호응해 나름 사려깊은 행사를 치러냈다고 잠시 뿌듯해 하던 사이, 다음날 뉴스를 보고 치과계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의협이 드넓은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정관계 인사들까지 대거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총회를 치르는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참석인사만 해도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물론 국민의힘 주호영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 김성주 보건복지위 간사,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 김두관 · 허종식 · 서영석 · 이용빈 · 박성준 ·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조명희 · 서정숙 · 양금희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 국회의원만 14명이다.

 


이들이 의협 인사들과 뒤섞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양을 보노라면, 물론 지나치게 외향적일 필요야 없다지만 혹 심한 배신감에 상처를 입을 치과의사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솔직히 치협이 왜 이렇게 움츠려 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