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부터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어란의 역사가 더 오래일까 아니면 도쿠가와 막부 이후 쇼군 진상품이었다는 일본의 가라쓰미가 더 원조일까 하는 문제는 음식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어란과 가라쓰미에 필적할 만한 이탈리아의 '보타르가'는 외양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긴 하지만 급수에 있어서 견줄 바가 아니어서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보타르가는 참치알이나 숭어알로 만들기는 하지만 워낙 염장을 심하게 해서 짠맛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제 나름의 생각은 가라쓰미가 더 원형에 가깝고 이를 들여온 우리나라에서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하여 참기름을 바르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영암의 김광자 할머니가 만드는 어란이 거의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지만(실제 여러 곳에서 만들기는 합니다), 일본에서는 가라쓰미의 고향인 나가사키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만들어지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음식 문화에서도 민족주의가 발휘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 별도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제 아이가 코흘리개 시절, 우는 아들을 카시트에 동여매고 전국을 돌아다닌 적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들렀던 전라도 영암 버
의술에서 다루고 있는 기술을 그리스말로 ‘테크네’라 부른다. 원래 테크네라는 말은 어떤 물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능력을 구성하는 지식을 말하며, 물체를 제작하는 영역에서 처음 사용해온 용어였다. 의술에서 말하는 테크네는 응용기술이나 과학에서 말하는 테크닉과는 달리 해석해야 한다. 의술에서 ‘테크네’는 모든 사물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를 말하며 문화나 역사정신을 포함하는 모든 것에 대한 탐구의 근거를 찾는 독특한 창조적 행위를 의미한다. 일찍이 서구문명에서 이 ‘테크네’의 개념을 의학에 적용했다는 뜻은 곧 의사는 특별한 능력이나 신비로운 치료사의 모습이 아니라 지혜로운 지식을 갖춘 인간으로서의 인식을 강조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이다.의술이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도구를 써서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술에서는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의술자체는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으며 무엇을 만들만한 소재도 없는 특별한 행위일 뿐이다. 의술에서의 제작능력이란 재생이나 회복을 기대하는 능력이며 이것만이 의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질병이란 자연에 대한 신체의 평형상태의 교란
2011년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차터스 타워스로 처음 왔을때 Jack이라는 별명을 가진 80세 환자분이 내원했어요. 왼쪽 무릎을 다쳐 오른쪽 다리보다 약간 짧았고, 무릎을 잘 굽히지도 못하더라구요. 그 분은 저를 처음 보자마자 '너 한국 사람 이냐'고 물었어요. 우리동네는 동양인이 많지 않을 뿐더러 한국인은 제가 유일한데 제가 한국사람인 걸 알아보는 게 신기해서 '어떻게 아셨냐'고 여쭸더니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만 하고선 별다른 얘기를 않으셨어요. 이후 몇 번을 더 내원하면서 농담을 좋아하는 그 할아버지와 친해진 연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쟁 중에 무릎에 총상을 입었고, 결국 무릎을 못쓰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런 좋지않은 기억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저 한국에는 다신 가고싶지 않다고 웃으면서 말하곤 했죠. 제가 이젠 한국도 많이 발전했다고 한번 모시고 가고 싶다고도 해 보았지만, 그는 한국은 절대로 싫다고 했습니다. 제가 술취한 호주 원주민이나 젊은 호주 친구들이 가끔 시끄럽게 굴거나 난동을 부려도 호주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한국전쟁 때 호주 군인들을 한국에 파
20대는 쇠를 씹어 먹어도 될 정도로 왕성한 소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녀불문하고 그 나이엔 뱃속에 걸신이 들어있어서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고, 포식을 하고 뒤만 돌아서도 배가 꺼져 버리는 그런 때입니다. 그야말로 인생의 화양연화에 다름 아니지요.그러나 동료들에게 다이어트 한다고 괜히 큰소리를 친 바람에 점심 식사를 김밥 한 줄에 왕뚜껑 컵라면으로 버티는 직원들도 꽤 있습니다. 물론 기혼직원들은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매식을 하더라도 꼭 밥과 국이 있는 종류를 선택합니다. 최근엔 병원에서 한 식당을 정하여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해서 이런 고민이 사라지긴 했지요.과거엔 점심을 대충 때우니, 7시 전후로 진료가 끝나면 뱃속에선 칼로리를 빨리 넣어달라고 아우성이기 마련입니다. 이 상태로 집에 들어간다 하여도 혼자 자취하는 직원들은 저녁을 제대로 차려 먹기가 힘듭니다.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해치운 뒤에 바로 쓰러지는 것이죠.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는 날은 '본방사수!!'를 외치며 졸면서 보기도 하구요.점심을 대충 때운 직원들은 오후 5시 전후로 병원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케익 혹은 빵과 같은 간식을 먹으러, 몰래 주방(준비실)을 틈틈이 들락거리기 마련이
일본 아베(60)수상 가문은 외조부 기시수상, 부친 신타로 외상을 낳은 명문이다.서던캘리포니아와 세이케이 대 철학과를 나왔고, 푸근한 인상의 신타로는 생전에 선조가 조선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오노 나나미(77)는 가쿠슈인 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공식교육기관이 아니라 30여 년간 독학한, “로마인 이야기” 등 베스트셀러 작가다. 못 배운 어린아이도 아니고 나이 지긋한 소위 지식인들이, 왜 일본제국이 저지른 “과거사·위안부 얘기”에는 “회까닥” 이성을 잃을까? 일반론으로 풀어보자. 2차 대전 후 냉전시대에, 승전국 미국의 적극적인 비호아래 안보는 무임승차요 6·25와 베트남전쟁 특수까지 어부지리를 누리면서, 일본은 폐허로부터 넘버 투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부동산이 다락같이 폭등하여 일본 땅을 팔면 미국 본토를 몇 번씩 살 수 있다면서, 소니는 영화사를, 미스비시는 록펠러빌딩을 사들이는 등 거침이 없었다. 거짓말처럼 갑자기 거품이 꺼진다. 대다수 국민의 재산목록 1호인 집값은 졸지에 반 토막 나고 골프장 회원권은 1/10 값에도 안 팔려 줄줄이 도산하며, 기업은 사들인 미국회사·부동산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며 토(吐)해낸다.가난해진 소비자는 지
3월3일은 3이 두 번 겹친다고 해서 ‘삼겹살데이’입니다. 물론 5가 두 번 겹치는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오겹살데이’구요. 그렇다면 5월 9일은? 소리 나는대로 쓰서 조금 응용하면 ‘아구데이’입니다. 치과대학 선배님 중에는 턱관절 즉, 악관절만 전문적으로 치료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의 병원 전화번호 뒷자리가 ‘5975’입니다. 아구(턱)만 치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겠지요.아구의 표준말은 아귀입니다만, '귀'자가 귀신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발음도 그렇고 해서 사투리인 아구가 더 많이 쓰입니다. 동해안 강릉과 주문진에서 주로 잡히는 ‘삼세기’(삼숙이 혹은 삼식이)와는 종이 약간 다르지만, 인천의 '물텀벙'과는 같은 어종입니다. 아구는 남해안이나 서해안이나 어디서나 잡히는 놈이지만, 유독 마산을 중심으로 아구 요리가 널리 알려졌지요. (인천이나 여수, 부산 등도 나름 알려지긴 했지요.)요즘 젊은 사람은 생아구를 주로 먹습니다. 포슬포슬한 살도 맛있지만, 아구 특유의 젤라틴 비슷한 질감을 즐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인생을 좀 살아본 분들이거나 아구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은 구할 이상 아구수육을 주문하지요. 아구의 간은 '앙끼모'라고 해서 일본
반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열두 살 초등학생이 판사 앞에 섰다. 엄마가 아들 바지를 내리고 고추를 툭툭 치며 말한다. “판사님 이걸로 어떻게 폭행을 합니까?”아들이 한마디, “엄마, 그만 좀 해. 자꾸 만지면 우리가 불리해져!” 의지와 무관하게 자극을 받으면 공격 자세를 취하는 수컷의 눈치 없는 생리를 소재로 한 개그다.정자의 성숙에 3주 쯤 걸리고 적당히 배출하지 않으면, 젊고 건강한 남자는 몽정(夢精: Wet Dream)을 한다. 그래서 뽀빠이 이상용 씨 왈(曰), “세탁기 돌릴 형편이 안 되면 가끔 손빨래라도“ 하라던가? 자제력이 약해지면 충동적·돌발적인 성폭행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폭행 후 죗값을 치르고 나와 전자발찌를 찬 채로 재범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20대 전후 혈기 넘치는 남자의 집단인 군대사회에서는, 특히 극도의 긴장이 되풀이 되는 전쟁터에서 남성 리비도의 해소가 매우 중요라고, 비전투 장기주둔 지역에서 문제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가장 오래된 직업(?) 매춘의 역사는 순례자를 맞는 신전의 여인들로 거슬러 올라간다지만, 미군들이 매춘부를 Hooker라고 부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어원은 워싱턴 방위사령관 이름이며(Joseph H
스마트폰이나 각종 전자제품을 출시되자마자 남보다 먼저 사서 써보는 사람들을 ‘얼리 어댑터’라고 하던가요?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성격이 조급하거나 강박적이어서 빨리 써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스타일인 사람들로 추정됩니다. 우리 국민성마저도 얼리 어댑터들과 흡사한 점이 많아서 세계적 전자회사들이나 자동차 회사들도 우리나라를 테스트 마켓으로는 최고라 여긴다고 하던가요? 일단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뿌려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기도 하고, 각종 사용 후기를 통해 제품의 결함을 보완하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빨리 사는 바람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물건을 제일 비싼 값에 산다는 점이 문제겠지요.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델의 차량이 나오면 대략 6개월 정도 지나야 결정적 결함이 드러나기 마련인지라 조금 여유를 갖고 구입을 하는 것이 좋은데, 남보다 앞서 구입하고픈 열망 때문에 종국에는 끊임없이 A/S 센터를 들락거리고야 맙니다.어디 이 것 뿐이겠습니까? 디지털 카메라, 신형 노트북, 대형 디지털 TV 등등... 가격 떨어질 때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구형 모델로 전락해 있고, 그렇다고 출시되자마자 사자니 바가지 가격을 쓸 것이라 두렵습니다.여담이지만, 작
목마와 숙녀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 것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등대에....불이 보이지 않아도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거져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목마는 하늘에 있고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애수]가을이 깊어지면 박인환의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목마와
박정희 대통령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시를 시험제에서 추첨제로 바꾼 이후 평준화가 대세가 되었습니다.(중학교는 69년, 고등학교는 74년부터 평준화가 되었던가요?) 물론 그 이후에도 간간히 시험제를 유지하는 지방 명문고도 있었고, 최근엔 특목고니 자사고니 하면서 별도의 입학 사정을 하는 곳이 있긴 하지요.평준화가 좋은지 아니면 입시경쟁을 하는 시험제가 좋은지는 제가 교육학자가 아니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처럼 '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사다리'가 없어진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시험제가 있을 때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이제는 '현대판 음서제'만 기승을 부리고 있거든요.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은 물론이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려면 매년 수천만 원의 학비가 들어갑니다. 물론 순수 학비와 교재비만 그러하니 졸업할 때까지 몇 년을 뒷바라지 하려면 좋은 집안 출신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졸업만 하면 또 무얼 하겠습니까? 결국 실무를 익히려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또 높다란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부모가 의사, 치과의사라면 자신과 관련된 병원에 부탁을 해서 수련을 받게 하고, 결국 자기 병원을 이어받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