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영국 일주여행을 열흘간의 주마간산으로 대신했다. 보는 즐거움보다는 못 몰 꼴 안 보는 것이 더 행복한 가운데, 이낙연 총리 지명 소식은 그나마 한줄기 위안이었다. 지난 20개월 남짓, 생명보다 더 소중한 붓을 꺾었던 고 천경자 화백의 ‘분노조절장애’로 시작하여, 분노와 증오가 불러온 세계적인 반(反)지성 물결의 정확한 한국판인 최순실-박근혜 사태까지, 모두 40여 편의 글을 썼다. 시차관계로 절반밖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분석과 진단에서 무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소용돌이 가운데 광주일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하고, 4선 의원과 전남지사를 거치는 동안, 신중과 온건함의 대명사로서 명 대변인의 별명을 얻은 이낙연 총리의 인품을 높이 산다. 취임사에서 “촛불혁명은 정부의 무능·불통·편향에 대한 절망적 분노에서 출발해, 새로운 정부 가동에 대한 지지로 전개되고 있으며,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들”이라고 말했다.그의 진단과 소명의식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을 통 털어, 가장 올바르고 뛰어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인재임을 웅변한다. 적폐의 청산이라는 날 서고 보복적이며 낡아빠진 증오감을 초월하는,
성경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먼저 아담을 만드신 후, 그 갈비뼈를 하나 배서 이브를 만들었다고 되어있다. 남자가 원형이고 여자가 파생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여자가 기본형이고 여기에 Y염색체로 인한 옵션인 남성 호르몬이 추가될 때 남자가 만들어진다고 되어있다. 누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성(性)의 차이를 가지고 원초부터 탄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남성과 여성이란 성의 차이를 보이는 행동이나 기능적 능력은 인류의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전해 내려온 과거의 생활양식의 유산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원시사회의 인류들은 살아남기위하여 남성과 여성은 서로 협동하고, 역할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남자는 도구나 무기를 만들어 사냥을 하기 위해 집에서부터 멀리 나가게 되며 여자는 항상 집 근처에서 먹을 것을 장만하고 음식을 만들어 자식을 돌보았다.먼거리를 이동하면서 무기와 도구를 사용해 동물을 사냥하기 때문에 남자는 방향감각과 정확한 표적을 맞추는 능력같은 3차원적인 공간능력이 뛰어나고 성취지향적이며, 목표 중심적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며, 여자는 음식을 만들고, 주
Habeas Corpus. 지난 2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보고 쓴 칼럼 제목이다.영국은 이미 8백 년 전 인신(人身)을 함부로 구속하지 말라는 개념을 정립하였다(Magna Carta 1215년). 1679년 개정안으로 보강된 인신보호율 영장은 우리 헌법에도 인신보호법(Habeas Corpus Act)으로 규정되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은, 확정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적법절차의 원칙과 함께, 인권보호의 기본권이다. 피의자에게 검찰의 힘을 과시하여, 겁주며 기죽여 자백을 강요하는 구속이라면, 기본권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상의 고문 내지 징벌이다. 도주와 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주변 사람을 해칠 정도로 흉악한 피의자일 때 추가 범죄를 막으려고, 검사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판사는 영장심사를 한다. 그러나 지극히 모호한 ‘중대한’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피의자가 판결 전에 징벌 받는 것은, 검찰의 ‘조사 편의주의’라고 본다.그런 의미에서 검사는 임관 전에 그리고 판사는 영장담당을 맡기 전에, ‘구치소 체험’을 제도화했으면 한다. 일반인 신청도 받자. 동아일보에 박 전 대통령을 마땅히 구속해야한다는 의견을 주신 하승원 주부나, 민주당의 “변기 교체” 안민석 의
아직은 한국 돈 천원이 중국에서 꽤 힘을 쓰던 시절, 칭따오 어느 골프장에서 겪은 일이다. 티샷을 하려고 빈 스윙을 하는데 가이드가 외친다, “잠깐만, 회원님이 오셨습니다.” 짱꼴라(중꿔렌)가 먼저 나가셔야 하니 비켜달란다. 덕분에 그날로 중국 골프여행은 발을 끊었다. 동서가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서 조카가 일본 유치원에 다녔다. 언젠가 처가에서 자고 일어난 여섯 살 조카가, 이불과 요를 끙끙대며 개는 것을 보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아이가 식당에서 고함치며 뛰어다녀도 흐뭇하게 바라만보고, 옆에서 한마디 하면, “왜 우리 아이 기를 죽이느냐!”고 달려드는 부모들.자식을 이렇게 키우니 ‘떼 법’이 거리를 접수하고, 법치는 물 건너간다. 그 부모가 바로 최순실 아닌가.일본 따라가려면 한 세대, 아니 50년도 어렵다. 중국은? 한마디로 백년하청이다. 오냐 오냐 온실에서 키운 민족이 한국인이라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인공보육기(Incubator)에서 사육한 동물의 왕국이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죽는다. 아니 죽인다. 마늘과 쑥으로 백년 만에 사람이 되고, 다시 백년쯤 더 간다고 유전자가 바뀔까? 대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건강’이라는 주제에 쏟는 관심이다. 건강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사람들은 누구나 건강의 추구를 위하여 시간이나 노력, 하물며 재물일지라도 거침없이 소비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인 건강관리는 대부분 소홀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물론 구강건강관리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치아가 오복(五福)이라는 옛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면서도 막상 구강건강에 대한 행동 실천에는 미흡하고 인색하거나 무관심한 경우를 많이 보게된다.‘세살 버릇 여든 까지’라는 속담처럼 치아의 관리는 어릴 때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치아를 돌보고 치과의사한테 정기적으로 데려가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특히 아동의 치아에 대한 어머니의 책임은 매우 중요하다. 치과치료는 반드시 치과 진료실에서만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가정에서 어머니의 자격으로 치과진료요원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다. 아이가 입속에 충치가 있다는 것은 유아기에 관리가 부적절한 탓으로 생기는 일종의 인재(人災)인 셈이다.아이의 입은 가정환경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입은 가정이란 공간 속에 있으며
심산유곡 오지에 아직도 당나라 세상인 줄 아는 중국인들이 있다고 한다. 처음중국에 가서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로, 그만큼 나라가 크다는 자랑에다가,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백성이 모를 정도라야 태평성대라는 뜻도 되겠다. 물론 단 한 번도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절대독재 공산주의국가인 중국의 우중(愚衆)정책에 대한 풍자도 곁들였다. 반대로 소위 자유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를 ‘너무 밝혀’ 불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포장마차에 서넛이 모이거나 월례 친목회에 가도 정치토론 과잉으로 고성(高聲)이 오가더니, 종편방송 전성시대를 맞아 정치토크쇼가 목숨을 건 ‘밥줄’로 자리 잡았다. 종편들이 앞 다투어 선정성 자극성 과열경쟁으로, 불타는 ‘정치과잉’에 기름을 들어부으니, 냉정한 판단은 실종하고 분노와 분열과 대치(對峙) 국면만 남은 것이다. 이제는 끊었지만 한때 빠져들었던 TV 조선 ‘강적들’을 보면, 보수패널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적일점(赤一點; 꽁지머리라도 거시기는 달렸을 테니 분명히 紅一點은 아님)* 김갑수는 꽤 매력이 있었다. 돌아가며 들이대는 도발에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하더니, 시청자들의 항의로 끝내 잘렸단다. 막말파동으로
냉이국, 쑥국,달래무침,입맛이 살아난다內衣는 벗고헐렁바지로 달려간다먼 데 산들이 기지개를 켠다허옇게 덮씌운 눈들의 沙汰가 났다가까이는 시냇물 소리, 새 소리,귓가에 포릉포릉 떠다닌다정갈한 흐름드디어 내 소망의 땅초록의 방장한 시새움이가슴에 번져 온다여기서 나는 먼 데를 바라본다다시 가까이이 감당할 수 없는 메아리소망의 꿈이 온몸으로살아나는 자유와 평화의 땅여기, 나 여기新生하는 大地의 소년이여[신생]태어나다, 돋아나다, 피어나다, 물오르다, 살아나다.봄이 요동칩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사방이 신생하는 소리들입니다.새가 날고, 애벌레가 꿈틀대고, 꽃이 피고연녹의 새싹이 곱게 얼굴을 내밉니다.봄입니다. 자연은 우리 몰래 우리 곁에서그렇게 부지런히 새 생명을 준비합니다.박이도 시인은 이 시 '5월의 대지'에서 그런 봄의 희망을 맘껏 풀어냅니다.기지개, 시냇물, 메아리, 소망, 신생, 소년 같은 시어들이독자들에게 따스하고 뭉클한 감동을 나눠줍니다.박 시인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와 중고교 교사를 거쳐 경희대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문단에는 1962년 '황제와 나'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돼 등단했고, '四季'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시집 '회상의 숲
똑같은 날생선(raw fish)을 한국은 생고무처럼 팔팔한 회로 먹고, 일본은 열 시간쯤 숙성하여(aging)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사시미로 즐겼다. 우리는 먹고살기 바빠 적당히 분해된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몰랐던 탓이다. 이제 생활수준의 향상과 신선한 식재료의 공급으로, 육류까지도 숙성의 묘미를 즐긴다. 문제는 빨리 빨리 습성은 여전하여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점이다. 한국병의 많은 부분이 이처럼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 아닌가 싶다.낡은 상투어(cliche) 한 마디 하자. 젊어서 진보가 아니면 바보요, 나이 들어 여전히 진보라면 더 바보다. 연륜이 성숙하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기 때문이다. 진보는 사회주의·공산주의자로, 보수는 자유주의·시장주의자로 바꿔 써도 좋다. 보수는 계속해서 보수(補修)하는 자, 진보는 진부(陳腐)한 수구꼴통으로, 이념에 갇혀 제자리걸음 내지 후퇴하는 자라는 말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은 영원한 숙제다. 그러나 보수가 먼저 있어야 진보가 성립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진정한 진보는 없다. 갑자기 얻은 독립 겨우 2년, 김일성 침략으로 무너진 경제적 토양에, 과연 역사적으로 유
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죽은 사람이 살 다간 南向을 묻기 위해 사람들은 앞산에 모여 있습니다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소년들은 잎 피는 소리에 취해 산 아래로 천 개의 시냇물을 띄웁니다. 아롱아롱 산울림에 실리어 떠가는 물빛, 흰나비를 잡으로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저 아래 저 아래 개나리꽃을 피우며 활찍 핀 누가 사는지?조금씩 햇빛은 물살에 깎이어 갑니다. 우리 살아 있는 자리도 깎이어 물 밑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로 부숴집니다.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흰모래 사이 피라미는 거슬러오르고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그대를 위해 사람들은 앞산 양지 쪽에 모여 있습니다.[죽음]3년전, 나라에 큰 슬픔이 있었습니다. 슬픔은 삽시간에 다가와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번져갔습니다. 하지만 마음뿐, 다들 어쩌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물살 때문에, 시계(視界) 때문에, 장비 때문에... 그 긴 무력감이 어찌 학부모들만의 것이었을까요.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 싶었을 안타까운 시간들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더욱 슬프게 했습니다.그 바다속 큰 슬픔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깜깜한 선실속에 갖혀 3년을 보내고서야허물을 벗는 나비들처럼 그
최근 일본 거주 중국인들이 APA 그룹 호텔에 비치된 모토야 도시오의 저서에서, 극우 역사관을 보고 놀라 시위를 벌였다. 필자는 2013년 7월 니가타에서 그 책을 읽고, “피해자 놀이” 등 5편의 칼럼으로 왜곡된 역사를 논박하였다. 그룹회장인 저자는 대일본제국 부흥을 꿈꾸는 아베수상의 열렬한 후원자다. 다음해에 “종군위안부와 성노예” 시리즈에서는, 오리발 내미는 아베정권을 꾸짖었다. 두 문제는 독도와 함께 우리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 흥분한 일부 국민의 과민 반응은 피해를 자초하였다.싸움이든 흥정이든 국제관계도 먼저 흥분하는 편이 진다. 경기 도중 골대를 옮긴다는 일본의 비난은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었고, 대사 소환과 외화스워프 협상연기와 정보 상실로, 우리는 외교·경제·군사 모든 면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외환위기(1997) 때에 결정타가 일본의 지원 거부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마침 대통령탄핵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와 맞물려, 미·중·일·러 등 국제정세의 격변 가운데, 대한민국은 고립무원의 외톨이로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전투 중에도 대화의 창구는 열어두려고 백기를 든 사자(使者)는 해치지 않고, 외교관의 행낭은 뒤지지 않는다. 세계만방이 대사관의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