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우한의 우환 (武漢·憂患) 1 : 깊은 상처(內傷)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43>

 

   환갑잔치가 쑥스러워 대신 오붓한 부부만의 여행을 계획했는데, 말이 나자 삽시간에 친구 30여 명이 모였다.  최소한 보름 이상으로 잡고, 나이가 더 들면 비행기 30여 시간에 고산지대 여행은 무리라고 하니, 장소를 중남미로 잡았다.  당연히 머릿속에서는 마추픽추와 이구아수폭포와 아르헨티나 탱고가 춤을 추고 있었다(2003).
 갑자기 아르헨티나에서, 우습게 알던 사스의 ‘미 감염 증명서’를 요구해 당황했는데, 고맙게도 S 병원이 선뜻 서류를 발부해주었다 (Sars; 국내 발병자 3, 사망 0).
 당시 “원주민을 내쫓고 세운 세계경제 7위의 백인 천국이, 나치 잔당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말아먹더니, 꼴값 떨고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신종 플루·메르스·우한(武漢)의 우환을 겪으면서 이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축하한다.  그러나 필자는 본 칼럼에서 “마치 두개의 영화를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몰입의 깨어짐”을 말한 바 있다.  마음에 드는 영화는 두 번 이상 보는데, 이 영화는 전·후반 일관성을 못 찾아 포기했다.
 관객을 잡으려고 60년 전 2류 만화 마블의 소재를 재탕하고, 한편으로 스트리밍 전문인 Netflix의 명장면 짜깁기에 쫓기는 미국영화계가, ‘탈출구’ 찾아 삼만 리?
 봉 감독이 대통령을 만나 정연한 논리와 어휘선택에 충격을 느꼈다지만, 필자는 그 경탄에 더 감탄한다.  구소련 헌법은 아름답고 자애로운 형용사로 가득하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의 공통점이다.  현실에서 겪는 수많은 변수(變數)와 그런 가운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상수(常數)를 빼고 나면, 누구든 모든 공식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당함 같은 구두선(口頭禪)이 그렇다.  변덕스러운 생물 인간이 살아내야 하는 굴곡진 사회는 변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내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상수다.  상수와변수를 둘 다 독점하면 해먹기 쉬운 독재사회가 된다.  엥겔스는 방직공장 사장인 캥거루 아버지의 아들이요, 엥겔스에 빈대 붙어 생활한 백수(白手)가 바로 마르크스다.
 거룩한 탁상공론의 저자로서 완벽한 조건이다.  20세기에 천만 이상의 아사자를 낳은 최악의 기근이, 극단적 사회주의 공산국가에서 나왔다(우크라이나와 인민공사).
 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인구수가 작아서 백만 미만에 그쳤을 따름이다.
 탕산 대지진 때 30-70만이 죽어도 쉬쉬 뭉개고 넘어간 나라가 바로 중국 아닌가.

 

   의학은 과학이요 방역은 더욱 더 전문영역인데, 여기서 상호주의(Reciprocity)라는 거래의 공식을 들먹거리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세균성(細菌性) 발언이다.
 잘 모르면 전문직 의사협회의 요구를 들었어야 옳다.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서양 속담은 이솝우화에서 온 것으로 아는데, 중 2 영어책엔가 나오는 지당한 말씀이다.  시진핑과 봉 감독은 감탄할지 모르나, 친구 사귀기와 국가 중대사는 다르다.  개인도 그렇다.  신파(新派)연극에서 바지자락에 매달리는 여자를 난봉꾼 사내는 매몰차게 차버린다.  “중국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라며 국경봉쇄를 않더니, 이제는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통제하니, 시쳇말로 ‘뭐 주고 뺨 맞는 격’이다.  ‘한 번 깔보이면 동네북이 된다.’더니,  이스라엘 타이완 베트남에 이어 아프리카 모리셔스까지 국경을 막는다.  모름지기 사람은 ‘정도(正道)를 걸어라’ 했다.  처음부터 매달려 읍소(泣訴)를 해서라도 국경봉쇄를 허락받았더라면, ‘맴매’ 한 번 맞고 끝날 일이, 점점 더 크게 꼬였다.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한 자존심의 상처는 아물지 않을 깊은 내상(內傷)이다.  IMF 단골손님인 포퓰리즘의 원조 아르헨티나도,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지 않던가.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