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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비몽사몽 5 : 그 때 그 사람들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22>

 


 

   박정희의 창씨개명은 다카키마사오(高木正雄), 일제 말 학교입학과 취직에 중요 절차였다.  굳이 그 이름을 부활시킨 수법은, ‘친일파-매카시즘’이 생업인 자들이 상대를 “거리낌 없이 죽여도 되는 괴물”로 만드는 세뇌작업 첫 단계다.  만주·일본 육사와 만주근무도 그렇다.  일제 36년, 한반도에 현대적 전문 군사지식·기술을 익힐 기관이나 방법이 있었는가?  만주 특설대를 악용한 해석은 앞서 설명한 바 있다.  필자는 그를 인간적으로 존경하지 않는다.  뱀띠답게 차가운 성격도 비 호감 포인트요, 특히 육 여사 서거이후 드러낸 탐닉과 엽색의 행각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러나 그가 그린 ‘조국근대화’를 위한 웅대한 밑그림과, 끈질기게 추진한 열정·끈기·결단력은, 5천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다.  또한 ‘뻥튀기’도 따라오지 못할 폭발적인 성장 속에, 땅 짚고 헤엄치는 그 흔한 축재(蓄財)도 하지 않았다.  가히 반만년 역사의 위인 반열에 오를만하다.

 

   남침 전과자인 무장집단과 맞서서 삼선개헌·유신의 무리를 거듭하면서, 그는 적과 피해자를 양산하였다.  미국원조에 매달려 굶기를 밥 먹듯(絶糧) 하던 GNP $80 시절부터 경제가 몇 백배로 수직상승하자, 소외된 계층의 불평도 그만큼 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밥 굶는 국민은 없어졌지만,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고질이 도졌다.  이들은 박정희 매도에 허구를 섞은 ‘물 타기 수법’을 쓰거나, 적어도 동조·지원하는 세력이 되었고, 일부는 민주화 운동에 편승하여 ‘죄의식’을 세탁하였다.  박정희에게 씻을 수 없는 허물은 ‘남로당원’ 딱지다.
 멘토인 셋째형 박상희가 10월-폭동 주동자로 총살당하자(1946), 이재복은 청년 장교의 복수심을 부채질한다.  폭동은 식량배급파동(미국원조)을 미 군정청 탓으로 돌려 공격한, 남로당 박헌영·이재복의 작품이다.  직속상관 최남섭 연대장이 이미 포섭되어 박정희도 입당하는데, 여순 반란사건을 계기로 숙군작업을 하던 김창룡이 이를 포착, 체포한다.  이재복은 즉시 총살당하고, 박정희는 200여명 조직세포명단을 제출하고 형 집행을 면했지만, 그 그늘은 평생 뒤를 따라다녔다.  유시민과 심재철 의원이 1980년 합수부에 끌려가, 민주화운동 인사 77명을 몽땅 밀고한 ‘변절’을 두고 서로 “네 이놈!”하며 미루는 밀 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뒤늦게 철 들어 ‘전향’한 엘리아 카잔에 가깝지만, 남로당 동무들에게는 ‘배신’이 분명하다.  좌경에 가까울수록 박정희 매도에 더욱 열을 올리는 이유가 보인다.

 

   충성스러운(?) 총신·간신·배신(寵·奸·背臣)과 함께 은밀한 술자리에서, 풍악 잡힐 여인과 딸보다 어린 수청 여대생(?)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장렬한 최후는, ‘배꼽 밑 남성’의 로망이다.  그러나 그건 여인들의 스캔들, 포장마차의 뒷 다마(談話)에 그쳐야지, 떠벌려서 좋을 일 없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 때 그 사람들’(2005)이, 세 장면 삭제와 1억 원 배상판결을 받은 상식적·사법적인 이유다.
 먼저 “역사 한 사건을 모티브·상상력·상황과 심리묘사는 픽션” 이런 자막이 뜨지만, 부마사태 등 자료화면을 뒤섞고, 정부협조 없이 찍기 힘든 기관·시설물 등 배경은, 다큐로 위장한 낙인(烙印)의도를 의심케 한다.  줄줄이 튀어나오는 일본어, 뒤통수에 확인사살 하는 김재규의 호통, “다카키마사오!”  김재규는 위계질서가 분명한 군대사회에서 아버지나 다름없는 고향 9년 후배다.  충견(忠犬)들끼리 서열다툼과, 간 경화 말기환자 김재규의 물귀신작전을 우국충정으로 둔갑시켜, 점찍은 인물의 비도덕성을 극대화한다.  대부분의 관객은 이런 페이크에 간단하게 속는다.
 바로 그래서 이념에 치우친 문학·예술의 ‘비몽사몽 작전’은 무서운 것이다.
                                      

 * 영어 제목 ‘The President’s Last Bang’에서,‘Bang’은 총소리 ‘빵!’이 맞지만, 비속어(卑俗 語)로는 남성의 폭력적, 일방적인 ‘성교’를 뜻한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