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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바나나 이야기 세 가지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④

 

바나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바나나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연상되는 게 무엇일까요? 당연히 99.99%는 바나나일 것이다. 오늘은 행동조절(Behavior Management)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행동조절이란 치과종사자들이 어린이의 치과치료를 효과적,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이와 더불어 치과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조금씩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런 말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픈 거 아니야’, ‘아프게 안할게’, ‘주사 맞지 않을 거야’, ‘윙 소리 나는 거(high speed) 안할 거야’, ‘이빨 빼지 않을게’.

치과의사, 치과 직원, 보호자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하면 실제로 그런다 할지라도 이 말은 들은 아이들은 더욱 두렵고 무섭고 하기 싫어지게 된다. ‘바나나 생각하지마’라고 말하면 아무리 하지 않으려고 해도 바나나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임상에서 치료 전, 중간, 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할 때 바나나 생각나지 않도록 말하는 것이 행동조절의 제 1원칙이다. ‘치과’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단어들로는 아프다(Hurt), 이빨 뺀다(Pull), 이를 간다(Drill), 주사(Shot), 바늘(Needle)등이 있다. 오늘부터는 진료할 때 이렇게 바꿔서 아이들에게 말해보면 어떨까?

 

≫‘아픈 거 아니야’ 보다는 ‘조금 힘든거야 : 힘들다(아프다), 쉽다(안아프다)
≫보존치료: 충치벌레들 물로 깨끗이 청소하고 약 바르자(주의!! 아토피 환아--약에 민감)
≫신경치료: 오늘은 좀 힘든데. 잘 할 수 있지? 00가 잘 도와주면 빨리 끝날 수 있어요.
≫발치: 00야! 사진 보니까 어른이가 날려고 하네!! 오늘 아가이가 자리 비켜주어야 하겠는   데...00는 이제 7살이니까 용감하지! 빨리하고 집에 가서 놀자!!!

 

‘총각네 야채가게’(P37-42: 무조건 시선을 끌어야 한다)란 책 내용 중에 바나나를 잘 팔기 위하여 “원숭이”를 동원하는 기발하고 남들과 차별화시킨 마케팅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바나나가 맛으로는 별로 차별화가 되지 않아 이 책의 저자는 일백만원을 투자하여 원숭이를 구입했다. 트럭에 바나나를 실고 원숭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보다 쉽게 바나나를 팔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치과 개원가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방법들이 정말 다양하다.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도 있고 어떤 것은 당장이라도 치과에 적용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충치를 조절하는데 있어서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식이습관이다. 진료할 때 옆에서 보호자들이 이런 말 자주 한다. ‘과자(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으니까 충치 생기잖아! 너 오늘부터는 과자 안 먹을 거지?’ 만약 아이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것들을 다 빼버리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요? ‘먹지 말라’라는 부정형의 교육보다는 ‘과자는 간식시간에만 먹고 꼭 이를 닦자’라는 긍정형의 교육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과자를 먹지 말라고 했으면 아이에게 과자를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주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바나나를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줄 바나나 스낵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나나 스낵을 만드는 방법
1. 맛있는 바나나를 구입하여 껍질을 벗긴다.
2. 알루미늄 포일위에 놓고 가로로 썬다.
3. 포일로 잘 감싸 냉동실에 얼린다.
4. 아이가 과자를 달라고 조를 때 바나나 스낵을 준다.

 

수천 종류가 넘었던 바나나가 “큰 바나나”만 남고 작거나 못난 바나나는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큰 바나나만 재배하려는 욕심에 바나나 품종 개발을 한 곳에만 집중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만약 바나나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면 앞으로 10년 후면 바나나가 멸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조금 비약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된다.

 

요즘 치과계에서 ‘큰 바나나’는 임플란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치과관련 신문, 세미나, 연수회등등 임플란트로 도배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치아 건강에 점점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금 3-4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임플란트 심을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바나나가 앞으로 멸종될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언제까지 임플란트가 우리에게 ‘큰바나나’로 남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피부과에 피부가 귤껍질 같은 사람들만 가는 것 아닌 것 같고 백옥같이 좋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도 계속 그 피부를 유지하기 위하여 가는 것 같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다. ‘애 좀 낳으세요’ 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절규가 언젠가 우리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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