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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고 진료하면 좋은 치과의사'

[데스크 칼럼]마음으로 행복해지기

"제 꿈은 마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였습니다. 지금은 언젠가 아무것도 치료할 줄 모르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필요 없어지면 꿈이 실현되는 것이 되겠죠."

어느 치과의사의 진지한 고백입니다. 이 분은 크고 화려한 치과를 가지지도, 자기 돈으로 집을 산 적도 없지만 '성공한 치과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스스로도 그 수식어를 불편하지 않게 받아 들입니다. 행복한 치과의사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지요. 어째서 일까요? 세상이 흔히 들이대는 잦대로 보면 초라할 수도 있는 모습입니다. 그 많은 치과들 중의 하나인 조그만 치과에서, 많지 않은 환자들과 티격태격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이 돼서야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 시대의 흔한 일상입니다. 그 게 뭐 그리 대수롭다는 걸까요? 

하지만 세상의 중심은 '나'입니다. 이 분의 생각으론 치과의사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치료하고, 거짓말 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좋은 치과의사이고 자랑스런 치과의사입니다. 그래서 5만원을 가져갈 때도, 10만원을 가져갈 때도 있지만 하루 하루가 즐겁습니다.
이런 이 분의 생각에 주변 선후배 치과의사들은 미필적으로나마 동의를 표합니다. 여기서 미필적이라는 말은 '난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네 생각이 옳다는 건 인정한다'라는 의미겠지요. 그렇습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옳은 일을 누군가가 태연히 해내고 있다'는 발견은 결국 나를 조금씩 그 쪽으로 옮겨놓게 됩니다. 오늘날의 치과계에 진실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면, 이 분의 생각과 실천은 이미 그 속에서 작은 싹으로 자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정(自淨)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격이 떨어지는 치과와 치과의사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길거리에 아줌마 부대를 내보내 '임플란트 88만원' 물티슈를 나눠주는 치과의 원장이 무슨 권위가 있겠습니까. 또 그 환자들에게서 무슨 신뢰를 기대하겠습니까. 그저 일차원적 흥정이나 주고받는 건조한 관계가 되고 말겠지요.
치과의사 출신 김영환 시인은 그의 시 '완전틀니를 만들며'에서 틀니를 '당신(환자)의 운명에 개입하는 도구'로 표현했습니다. '며칠전만 해도 타인이었던 제가, 감히 당신의 삶의 반려가 되다니...'라는 찬탄까지 보태서 말입니다. 이 정도의 진정성을 기대하진 않더라도, 감히 그 운명에 개입하는 행위에 삐끼들을 동원하다니요.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경영난을 토로하는 치과의사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피하겠다고 물티슈를 뿌려봤자 경제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격을 떨어뜨릴 뿐이지요. 그 보다는 서두의 이 분처럼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편이 더 빠를지 모릅니다. 따지고 보면 치과의사들이 누릴 것들은 아직도 많거든요. 
내일부터 설연휴입니다. 이제 정말 계사년이 시작되나 봅니다. 짧고 굵게가 아니라 올 해는 뱀처럼 가늘게 길어지는 뜻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연휴가 지나면 마치 다른 세상이 시작될 것처럼 좋은 꿈도 많이 꾸시고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