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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막강한 호주의 병원 노조

[백문영의 호주 치과의사 이야기] - <20>

 

이번 칼럼에서는 호주 기업 노조들에 대해서 이야기 드려볼까 해요. 제가 일하고 있는 국립병원 안에 치과를 대변하는 노조가 있다는 이야기는 몇번 들은 적이 있지만 저 역시 노조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실제로 노조원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었거든요.

제가 병원 노조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계기는 2012년 저희 국립병원의 노조에 가입된 치과 간호사들이 같은 직급의 프론트(?) 직원들보다 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서류담당 일을 일체 거부한 일 때문에 노조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요.

당시 치과 간호사들의 불만이 어쩌면 당연했던 이유는 치과 간호사들은 치과의사의 진료 및 치과 치료 관련 일 이외에도 차트관리나 환자들 진료 예약 등 프론트 직원들이 하는 모든 일을 하면서도 서류 작업만 하는 프론트 직원들 보다 급여가 적었는데,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죠. 그 당시 제가 일하고 있는(지금도 그렇지만) 차터스 타워스 병원에서는 노조에 가입된 치과 간호사들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사태를 동료 치과의사로부터 이야기만 듣고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갔어요.

그런데 몇일 전 국립병원 치과 노조 직원들이 저희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 그리고 치과 간호사를 대변한다는 그들은 저와 저희 병원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하러 온 것이 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 병원 복지제도나 급여에 특별히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2주에 16불 정도 내야 하는 노조 회원비가 불필요 하다고 생각해 가입할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직원들 그리고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저희 병원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병원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 들을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호주 국립병원 제도나 복지에 만족하고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한국에 비해 근무조건과 환경이 좋기 때문이지만,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호주 사람들 기준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저희를 찾아온 노조원은 '노조에 가입된 치과의사들이나 치과 간호사들이 많아야 직원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병원에 요구 할 수 있다'고 권유했으므로 저 역시 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지난 호주 치과의사 급여 관련 칼럼에서 말씀드렸듯이 호주국립병원에서는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급여를 1.5 ~ 2.5% 정도 올려주는데, 이 역시 매해 국립병원에 요구를 하는 노조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호주는 노조의 힘이 굉장히 강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단적인 예로, 2011년 10월 29일 호주 최대 항공 기업인 콴타스(Qantas)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자 회사 사장이 회사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을 정도로 노조의 힘이 강합니다.

당시 콴타스항공은 하루 약 2000만불 (당시 환율로 약 220억원), 총 약 2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발표 하였습니다. 이 사태로 당시 호주 총리였던 줄리아 길라드는, 이 사태가 호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여 호주 노동청(Fair work Australia)을 통해 노조와 회사와의 싸움을 강제로 합의시키며 사태를 일단락 시켰지요.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호주의 회사나 공장문을 닫고 외국으로 회사를 옮기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호주 최대 산업인 광산업 역시 대부분의 회사들이 외국계 회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요. 호주가 개인의 복지가 잘 되어있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많이들 생각하시지만, 반면 기업을 경영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백문영은 2010년 호주 퀸즐랜드 치과 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을 졸업하고, 2011년 호주 타운즈빌(Townsville)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차터스 타워스(Charters Towers)에서 senior 치과의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 사람이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필자가 사는 이곳부터 800km 내륙까지는 치과의사가 없기 때문에 250km 떨어진 휴인던(Hughenden)과 400km 떨어져 있는 리치몬드(Richmond)까지 맡고 있다. 

 Email: imbaikga@hotmail.com

Blog: http://blog.naver.com/imbaikga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