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치과에서 '조지 베스트 신드롬' 뛰어넘기

[함께 푸는 치과경영 16] '존중'하지 않으면 '로열티'도 없다

 

원장이 된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이 호칭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지를 알게 되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원장이란 첫째 환자들을 책임지고 진료하는 임상의이다. 둘째 직원들을 뽑고 일과를 관리하는 고용주이다. 셋째 치과의 재정을 건전하게 이끌어야 할 경영자이다. 넷째 국가에 성실납세의 의무를 지는 납세자이다. 다섯째 소속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역리더이다.

이 가운데 어떤 역할이 가장 어려울까? 이제 막 개원을 했거나, 개원을 예정하고 있는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가장 낯선 얼굴은 아마 고용주로서의 원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전에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는 분야인데다 그동안은 이해의 부딧침이 없는 관계로만 주위의 스탭들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로 규정이 되면 그 때부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분명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 배를 탄 ‘가족’이긴 한데 그 안의 디테일에선 자주 입장이 맞선다.

가령 ‘급료를 좀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라면 ‘기분좋게 보너스라도 줄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일해 줬으면..’ 싶은 것이 원장의 마음이다. 직원들이 ‘휴가 기간이 너무 짧아 불만’이라면, 원장은 ‘어려운 병원 사정엔 아랑곳 없이 쉴 궁리만 하는 직원들이 오히려 불만’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장은 성장을 위해 직원들의 로열티를 끌어 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야단치지 않기.. 능력 인정해주기..

 

좀 지나긴 했지만 한 일간지 주말 섹션에서 ‘조지 베스트 신드롬’을 소개하는 경영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영국 맨체스트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조지 베스트는 실력 못지 않게 ‘악동’으로도 소문이 나 있었다. 이 선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맷 버스비 감독이 유일했고, 후임 감독들은 마음과는 다르게 아무도 그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이 신드롬은 바로 이런 실패에서 유래했다. 즉 ‘조지 베스트 신드롬’이란 ‘다른 감독이 휘어잡지 못한 선수를 나만은 훌륭한 선수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감독들의 심리현상’을 가르킨다.

그렇다면 맷 버스비 감독은 어떻게 악동 조지 베스트의 로열티를 움직일 수 있었을까? 리더십 전문가들은 그 답을 바로 ‘존중’에서 찾았다.

맷 버스비는 조지가 술과 여자로 방황할 때 섣불리 야단치지 않고 그가 제 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줬다. ‘탐색전을 펼치라’는 지시를 어기고 공을 몰고 나간 조지가 전반 초반에 2골을 넣자 ‘조지는 아마 귀마개를 하고 있었나 보다’며,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조지가 향수병에 시달릴 때는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매 주말 벨파스트행 비행기 표를 끊어 줬다.

▲야단치지 않고 ▲능력을 인정해 주며 ▲개인적인 애로까지 살펴 해결해준 것이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원장과 직원의 관계와 같지는 않겠지만, ‘조직원 개개인의 최선을 끌어내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직원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많은 원장님들이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직원들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이들을 존중했었는지?’를 돌아보는 자기반성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원장만이 풀 수 있는 문제

 

치과라는 직장은 생각하기에 따라 무척 힘든 근무환경일 수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특히 야간진료가 있는 날은 저녁 늦게까지 근무해야 하고, 아직도 토요 근무가 일반적이며, 시스템이 아니라 원장의 직관에 의존하는 제왕적 조직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까지 가세하게 되면 직원들의 자발적 충성은 이미 물 건너 간 꼴이 되고 만다.

‘시키는 대로만 해줘도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보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키는 대로’와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근무’는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가령 원장이 아무리 ‘친절하고 따뜻한 응대’를 강조해도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환자들에겐 금방 탄로가 나고 만다. 열심히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환자들 눈에도 예쁘게 보이지만, 반대로 일상적이고 무덤덤한 태도는 치과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까지 싹 달아나게 만든다. 결국 치과를 키우는 동력의 8할은 직원들의 로열티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결론은, 이 8할의 동력을 충전시키기 위한 미션이 바로 ‘존중’이라는 얘기이다. 야단치지 않고, 능력을 인정해 주며, 개인적인 애로까지 살펴주는 원장만이 스탭들의 자발적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 ‘조지 베스트 신드롬’을 넘어서기 위해선 존중하는 방법부터 몸에 익히는 것이 순서이다. ‘서로 아끼고 위해 주면서 열심히 일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치과에선 결국 원장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