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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독재..'어렵다면 지금 당장 바꾸라'

[창간2주년 기획] 2015, 새 출발을 위한 모멘텀

‘만일 곧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가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어윈 코리가 한 말입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무척 속 깊은 잠언입니다. ‘빨리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라는 의미이니까요.

어윈은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 40억원대 자산가이면서도 매일 길거리로 나가 구걸을 해 모은 돈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도왔습니다. 그는 아마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집안에서 외로이 죽을 날을 기다리는 늙은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리라’ 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치과계를 두고 한번 생각해보죠.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개원가는 어떻게 될까요? 아니 그 보다, 지금 치과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상황을 일반화시켜 정리하자면 치과계는 지금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엔들 경쟁이 없진 않았지만, 이전까진 그래도 ‘여기까지야’ 하고 선을 그어둔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안전장치마저 모두 제거되고 말았습니다. 안전장치란 가격, 지역, 종별 구획을 말하는데, 그런 구획들이 무너지면서 이젠 얼마를 받건, 어디에 있건, 병원 의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한데 엉켜 악다구니를 벌여야 하는, 말 그대로 전천후 경쟁체제에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일단 끔찍하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나요? 경쟁이 뭔지도 모를 만치 잘 나가는 대박치과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동네치과들은 아마 지금쯤 이 어윈 코리의 잠언을 곱씹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빨리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이라고 심각하게 말이죠.

하지만 그게 뭐 어떻습니까. 변화는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바뀌지 않는다는 건 정체를 의미하므로 곧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요?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뭘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합니다.

결국은 같은 얘기가 되겠지만, 여기선 이렇게 한번 따져 보겠습니다. 첫째, 환자들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둘째, 치과의사들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셋째, 치과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 이런 변화의 추이를 살핀 다음 ‘나는 뭘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각자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입맛 훨씬 까다로워진 고령 환자들

 

환자들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요즘 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깎거나 뽑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크라운 하나를 하더라도 ‘그렇게 많이 깎아내야 하느냐’고 걱정을 하고, 다 망가져 뿌리만 남은 치아일지라도 뽑는데 쉽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미뤄온 잘못은 덮어둔 채 일단 체어에 눕는 순간 모든 책임을 치과의사에게 덤터기 씌워 버립니다.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설명은 물론 설득까지 해야 하고, 가끔은 어이없게도 앉은 자리에서 옆 치과와의 경쟁 입찰을 제안받기도 합니다.

그나마 깎거나 뽑아야 하는 환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선 치과를 찾는 연령대가 와인 잔처럼 가운데가 홀쭉한 모양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심평원의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치과 수진횟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9세이고, 이후 2~9위를 40대 중반 이후의 연령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와인 잔은 칫솔질과 예방에 눈을 뜬 치과영역의 신세대들이 이제 40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왔음을 의미합니다. 

그렇지 못했던 부모들에 의해 어릴 때부터 칫솔질을 강요당해 온 이 세대들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국민들의 충치 경험률은 낮아지고 보철치료의 필요성도 따라서 줄어듭니다. 이제는 학교 구강검진에선 충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는군요. 실제 2013년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K02(치아우식) 환자 수는 전년에 비해 30,748명이 줄어든 525만6천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10%가 약간 넘는 숫자입니다,

따라서 인구의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틀니환자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노인 환자 수는 많아졌지만, 틀니를 필요로 하는 모집단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도 마찬가집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난립할 정도로 시장이 좋았지만, 지금은 소위 메이저업체들마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립니다. 임플란트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에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환자들은 몇 년 새 많이도 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자기 치아’에 대한 기본인식입니다. ‘어떤 보철물도 내 이 만큼 편하고 예쁘지 않다’는 걸 그들은 이제 막 깨닫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도 치과의사 수는 계속 늘어난다

 

치과의사들도 분명 달라졌습니다. 전반적인 현상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비해 요즘 치과의사들은 직업에 대해 그다지 엄숙하지 않습니다. 그냥 여느 자영업자와 다를 것이 없다고 스스로 여기는 듯 보입니다. 이런 자세는 오히려 프로의식을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아마 의료인이라는 직업적 권위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고 느낀 탓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젊은 치과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더 잘 다가가고, 대체로 자기 계발에도 시간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또 치과의사간 임상적 격차를 인정하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배우고, 묻고, 구합니다. 가끔 이런 저런 세미나장엘 가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자리를 메운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학생인지 치과의산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젊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도 서로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편인데요, 예전 같으면 자존심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할 얘기도 주위에 툭 까고 맙니다. ‘그래서 얻을 게 있다면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죠.     

여자치과의사가 많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성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치과계의 분위기를 결정할 정도로 변화의 잠재력이 큽니다. 왜냐하면 가사와 육아를 겸해야 하는 이들은 일할 조건만 맞는다면 굳이 골치 아픈 개원은 하지 않아도 좋다는 주의인데다, 개원을 해도 기대치를 낮춰 남자 치과의사들만큼 수입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기대치를 낮춘다는 건 일단은 고무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경우 쓸데없이 자신을 닦달하는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치과의사 수는 불어나는 걸까요? 물론 입학정원이 많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입구는 넓고 출구는 좁은 병목현상이 그 이유입니다. 은퇴나이를 70세로 계산할 때 지금까지는 서울치대 졸업생들만 여기에 해당되거든요. 다시 말해, 들어오는 인원은 한해 750명이나 되는데 나가는 인원은 서울치대 졸업생 100명이 전부이니 치과계가 풍선처럼 빵빵하게 불어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입학정원을 유지한다고 치면 활동 치과의사 수는 30년 후인 2044년쯤에 가서야 31,000여명을 정점으로 겨우 정체 내지는 감소 추세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이 말은 끔찍하게도 치과가 지금보다 적어도 5천개는 더 생겨난다는 걸 의미합니다.

  

경쟁력에 초점 맞춘 '강소치과'의 등장

 

이렇듯 개원경쟁을 피부로 느끼면서 치과의사들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성취보다 가능하면 삶의 질을 가꾸는 쪽으로 주위를 다독여 나가는 것이지요. 치과의사가 바뀌는데 치과인들 변화가 없겠습니까. 10년 전과 비교하면 2015년의 치과들은 한결 수더분해졌습니다. 여기서 ‘수더분해졌다’의 대상은 외양과 멘탈을 동시에 지칭합니다.

어떻게 수더분해졌느냐고요? 가령 이런 겁니다. 10년 전만 해도 개원가는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이 술렁이는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연어 떼가 몰려오는 시기를 맞은 하구 연안의 어촌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치과를 키우기도 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기도 하고, 임상강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별 재미도 못 본채 출어기를 마감한 을씨년스런 어촌 풍경 그대로입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 거지요. 그물을 차곡차곡 집어넣고, 광속 깊숙이 처박아 둔 낚싯대를 꺼내 먼지를 터는 겁니다. 문제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다시는 연어 떼가 마을을 찾지 않는다는 건데, 그렇더라도 아침이면 번번이 태양은 떠오릅니다. 마치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는 듯.

 

 

그렇습니다. 치과들은 새로운 경쟁시대에 맞춰 규모 줄이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플란트 위주의 치료에서 치주와 엔도로 범위를 넓혀 보험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소화해내는 중입니다. 환자들도 좋아하고, 또 치과들 역시 이런 류의 진료가 맘에 들지 않을 리 없습니다. 덕분에 2014년 한해 치과보험실적은 2조5천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습니다. 

그물 대신 낚싯대를 꺼내 든 이상 배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내게 맞는 치료 위주로 치과를 특화해 나가려는 노력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최근 몇 년 새 사랑니 발치 치과들이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이런 변화는 확연합니다. 크기와 량으로 대결하기보다 살짝 살짝 방향을 틀어 최대한 경쟁을 줄이는 쪽으로 개원형태를 바꿔 가는 거지요.

 

연어 떼가 몰려 올 때는 큰 배, 큰 그물이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줄고 수가마저 크게 떨어진 지금은 그런 모든 것들이 비용이 되는 시대입니다. 광고에 의존해 규모를 유지하려는 시도들도 없지 않지만, 단위당 수익률을 비교하면 그 방법 역시 결코 치과에 이롭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닫게 됩니다.

변화의 일차적인 목표는 안정적으로 치과를 운영하면서 구성원 모두 그 안에서 직업적 만족을 가꾸는 일입니다. 이렇듯 평범하면서도 고귀한 목표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필요하다면 당장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어윈의 예언처럼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가고 있는 곳으로 쭉~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