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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을 떠올리는 순수와 담백의 수채화

[詩가 있는 풍경 11] 신덕재 원장의 '섬돌'


섬돌

 

                      신덕재(중앙치과 원장, 치문회 회원)

예쁘지도 곱지도 않은
둥글넓적한 섬돌
목수의 고운 눈썰미로
여기에 왔네

 

짚신 나막신 꽃신 고무신 운동화 구두 
모두 나의 벗이네
가끔은 지팡이가 나를 의지하네.

 

신발 제대로 놓으라는
할아버지의 호통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빗물에 미끄러져
이마를 찐 손자 녀석이 미안해
처마 끝 낙숫물에 눈을 흘긴다.

강아지가 놀아주고
어린 손녀의 소꿉 놀이터가 될 때
난 난 난 정말 좋다.

 

나의 넓은 등에 서서
향나무 우물 너머 아스라한 들판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르신의 모습
나는 어르신을 떠받드는 섬돌.


 

[놀이]

섬돌의 사전적 의미는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지만, 그건 그냥 하나의 사물을 규정하는 이름일 뿐이다.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결국 화자의 시간과 기억일 수밖에 없다.
이 시 '섬돌'에서의 섬돌은 보셨다시피 단순히 마루 아래, 뜨락 위에 붙박이로 놓여 있는 목재 층계가 아니다.
적어도 화자에겐 정겨운 가족들의 신발, 할아버지의 지팡이, 강아지, 어린 손자 손녀와 시간의 온기를 함께 나눈 공동체인 셈이다.
이처럼 무심할 수 있는 사물에 의식을 불어넣는 작업은 순수를 담보로 한다.
그 순수를 매개로 독자들은 기꺼이 화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 섬돌은 유년이 그리운 어른들을 위한 한편의 잘짜인 동시 처럼 보인다.

아래는 신덕재 원장의 '공깃돌 놀이' 전문      


공깃돌 놀이 하자
공깃돌 놀이 하자
오십년 꺽기 할까
백년 꺽기 할까
순희는 벌써 고무신을 깔고 앉았네.

 

하늘 높이 공깃돌을 올려라
하늘 높이 공깃돌을 올려라
일단, 이단, 삼단 지나
삼년, 오년, 십년 꺽기를 하니
순희의 웃음소리 높아지네.

 

아이고, 덕수가 이기고 말았네
순희야! 내가 이십년 깍아 줄게
덕수와 순희의 공깃돌 놀이
덕수와 순희의 웃음소리
덕수는 항상 이러고 싶다

 

이번에는 순희가 이겼네
덕수야! 내가 이십년 깍아 줄게
덕수와 순희의 공깃돌 놀이
덕수와 순희의 공깃돌 놀이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공깃돌이 하늘 높이 올라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