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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호주에서도 전문의는 전문과목만 진료해요"

[인터뷰] 퀸즐랜드 국립병원 백문영 치과의사

 

“전 GP인데 이 명찰(Orthodontist) 받아도 되나요?” 대한치과교정학회 제주대회에 참가한 한국인 호주 치과의사 백문영씨의 말이다. 한국인이면서 호주 치과의사로 활동 중인 이색 이력의 소유자로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학회에 참석했다. 한국치과의사면허가 없어 외국인으로 참가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5년에 호주 퀸즐랜드 대학 치의학 전공(University of Queensland School of dentistry)에 입학해 2010년까지 bachelor of dental Science 과정을 밟았어요. 졸업 후 바로 치과의사 자격을 얻어 퀸즐랜드 국립병원인 퀸즐랜드 헬스에서 3년째 GP로 근무 중이에요. 저희 병원의 유일한 치과의사랍니다.

 

치과의사로서 하루 일과는

제가 사는 곳은 퀸즐랜드 주 차터스타워스(Charters Towers)라는 도시인데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에요. 이곳에서 한국인은 제가 유일하고, 치과의사도 저 하나 뿐이에요.

병원 근무는 오전 8시부터 시작돼 오후 5시까지예요. 근무 시작하자마자 이가 부러지거나 심한 감염 환자 같은 응급환자를 4~5명 정도 보고, 이후에는 일반 환자들을 보고요. 주로 신경치료, 덴쳐 등을 하고 교정도 조금 한답니다. 하루에 13~14명 정도 환자를 보는데 비교적 여유로워요. 한국처럼 체어 4개씩 두고 열심히 일하면 아마 간호사들이 화 낼 거예요. ㅎㅎ

 

한국 학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대한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 들어가 보고 관련 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해 참석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어요. 그러던 중 치과교정학회 사이트가 가장 이용하기 편했죠. 마침 시기도 맞았고 영어 페이지가 있어서 등록하기도 편했고요. 한국면허가 없는 해외 참가자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학회였어요.

 

한국과 호주 간 큰 차이가 있다면

전문의(인정의와 혼동한 듯)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어요. 호주에서는 전문의(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졸업 후 2년 간 GP로 일하고 대학원을 입학해 3년 간 공부해야해요. 전문의를 따는 사람도 5%정도죠. GP로 일해도 돈을 많이 벌수 있고, 또 전문의가 되면 그 전문과목만 진료를 해야 해요.

가령 신경치료 전문의는 신경치료만, 교정전문의는 교정진료만 해야 해요. 치료 중에 크라운이 필요하면 절대 자기가 해서는 안 되고 리퍼해야 되죠. GP가 리퍼할 경우에도 딱 그것만 해달라고 스페셜리스트에게 부탁하죠. 스페셜리스트라도 다른 치료는 손댈 수 없어요.

 

여기서 스페셜리스트는 되게 어려운 케이스만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정말 그 전문과목에 뜻이 있는 사람만 하죠.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꺼려합니다. GP로 오래 일하다가 특정 분야를 정말 하고 싶다고 결심해서 전문의로 가죠. 한 예로 호주에서 구강외과는 의대와 치대를 동시에 나와야 해요. 의대를 졸업한 후 치대를 가거나 치대 졸업 후 의대를 또 가야해요. 길게는 16년 동안 공부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죠.

하지만 일단 구강외과 전문의를 따면 확실하게 대우를 받아요. 심한 교통사고로 안면이 완전 붕괴된 수준을 전담하는 사람이 바로 이 구강외과 전문의들이에요. 극소수죠. 요즘에 많아지고 있는데 양악수술도 이분들이 주로 해요. 양악수술의 경우 꼭 구강외과 전문의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호주에선 소송이 잦기 때문에 웬만한 건 스페셜리스트들에게 보내서 이분들이 주로 담당하죠. 심각한 케이스를 극소수의 전문의들이 다 맡고 있는데다 치료수가도 높아서 돈을 많이 벌어요.

 

GP인 경우에도 스케일링이나 때우는 정도로도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한국처럼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수가가 높아서 그렇죠. 환자가 오면 이그잼 피 50불, 엑스레이 30불, 레진 필링 140불 등 30분 정도 진료에 환자 한 명이 20~30만원을 지불해요. 신경치료를 하면 1500불, 크라운은 1500불이 들어서 한 시간 치료하고 치아 하나에 3000불을 받아요.

 

임플란트 진료는 어떤가요

한국처럼 임플란트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별로 많이 하지는 않아요. 개원가에선 5년 전부터 하기 시작한 수준이죠. 그동안은 구강외과에서만 대체로 해 왔어요. 비싸기도 하고, 수술이기 때문에 사고 내기 싫으니까.

한국에 와서 양악수술을 개인병원에서 한다는 소릴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이번에 입국해 아는 분 소개로 개인치과병원을 방문했는데, 임플란트를 심기 위해 사이너스 리프트 시술을 하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어요. 한국 치과가 수술 쪽에서는 세계 최고인 것 같아요.

교정도 GP가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보통은 교정전문의에게 가라고 해요. 보호자들이 아이들 치아에 예민해서 잘 못 했다간 맘에 안 든다고 소송당하니까요. 교정전문의는 교정 외 체크업은 못해요. 발치, 충치 치료는 개인병원으로 다시 보내야 하죠.

 

이번 한국 학술대회에 참가한 소감은

새로운 케이스들이 많은 것 같아요. 호주 대회의 경우 대체로 일상적인 케이스 중 약간 어려운 케이스를 소개하는 수준인데, 이곳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소개하는 것 같아요. 호주 교정전문의들도 드물게 하는 미니임플란트, 플레이트 등 새로운 사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굳이 표현하자면 호주는 보수적이라면 한국 치과계는 새로운 것들을 빨리빨리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인상적인 강의는 개원의 선생님들의 강의였어요. 첫 날 오후 특강에서 이주영 원장(플러스원치과)의 ‘미니 스크류 임플란트에 의한 치근의 손상: 그 이해와 대처’와 이효연 원장(소래안치과의원)의 ‘전방교합상을 이용한 교정치료’가 인상적이었어요.

수업에서만 들었던 내용을 직접 케이스로 접할 수 있었고, 치근 손상 시에도 발치 하지 않고 지켜봐도 된다는 점을 알았어요. 증거기반이라는 콘셉트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개원의들의 생생한 케이스가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레그 황 교수님 특강 때는 모교가 두 번이나 언급돼서 기분 좋았어요.^^

 

치과의사로서 향후 계획은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교정전문의가 없어요. 때문에 150km 이내는 제 책임이죠. 교정전문의에게 보내더라도 많이 알아야하고요. 임플란트도 조금씩 하는 분위기라 지금부터 배워놓고 싶어요.

한국치의학이 많이 선진화돼서 종합학술대회 뿐만 아니라 연수회 같은 것도 알아보고 참여할 생각이에요. 외국 치과의사 자격으로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알아보고 싶어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와 보고 똑똑한 분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알았어요. 공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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