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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재·업체

'기업문화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文化가 아니면 아무도 감동하지 않는다

평창동의 긴 골목을 구불구불 올라간 언덕배기에 신흥 이용익 사장의 집이 있다. 이 집을 처음 들어섰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대문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2층 석조주택이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으론 녹색 잔디를 입힌 마당이 앙증스레 펼쳐져 있다. 그것뿐이라면 흔한 고급주택쯤일 테지만 윗 마당에 잇닿아 몇 계단 아래에 다시 펼쳐진 아랫마당으로 내려서면 이곳이 서울일까 싶을 정도로 짙은 산들이 눈앞으로 달려든다.

왼쪽으론 허연 바위를 군데군데 드러낸 북한산의 자락이 마을을 덮칠 듯 솟아 있고, 정면으론 짙은 능선의 중간쯤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이 또렷이 마주보고 있다. 때문에, 족구장 하나 정도는 충분히 담을 것 같은 이 마당이 사실은 이 집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 준다. 

이용익 사장은 일 년에 한번 전문지 기자들을 이 집으로 불러 만찬을 베푼다. 올해는 지난 25일이 바로 그 날이었고, 여느 때처럼 이 사장과 안주인은 아랫마당에 입식 테이블을 세팅하고 와인과 맥주 그리고 몇 가지 안주들을 준비했다. 손님으로 초대받은 기자들은 원을 그리듯 마당에 둘러서서 이 사장의 제의에 따라 건배를 하고, 함께 얘기도 나누고, 틈틈이 주변 경관에 눈길을 주기도 했다.

 

치러야 할 것, 치르기로 한 것

 

이런 자리에서 이용익 사장은 회사 얘기를 좀 채 않는 편이다. 대신 손님들에게 일일이 와인을 따르며 인사를 건네고, 공통관심사를 끄집어낸다. 가령 기자에겐 발행인인 최 교수의 안부를 묻고, ‘덴틴은 이제 창간한지 얼마나 됐죠?’ 라고 물어오는 식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기자에겐 신혼 재미를 묻고, 신문사를 직접 운영하는 이들과는 경기를 걱정하는 얘기를 나눈다.

직원들까지 30여명의 손님을 한꺼번에 맞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도 이런 행사에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이 사장은 시종 호스트로서의 품위와 여유와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일행은 때로는 함께 웃고, 때로는 끼리끼리 얘기하며, 그렇게 1시간가량 평창동의 그 앙증맞은 잔디마당에서 (주)신흥과 아주 특별한 교감을 나눴다.  

리셉션을 끝내고 일행은 동네 아래쪽 3층 음식점의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특별히 준비한 뷔페로 식사를 마쳤다. 이 자리 역시 사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위치였고, 덕분에 기자들은 마치 스위스에라도 온 양 병풍처럼 둘러친 평창동의 숲과 집들을 배경으로 기분 좋은 저녁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구성원들이 공유할 가치와 신념

 

물론 자랑을 하기 위해 이 얘기를 꺼낸 건 아니다. 기자는 우리 치과산업의 규모와 역사로 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가꾸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왔다. 기업이라고 할 만한 조직을 갖춘 업체가 많지 않는데다 지금까지는 만들고 파는 일 이외에 신경을 쓸 겨들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기업문화란 한 기업의 구성원들이 공유할 가치와 신념의 체계를 말한다. 그런 가치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녹아 나 궁극엔 기업 전체의 이익을 키우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기업문화란 바로 특화된 일관성으로 나타난다.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예측가능한 곳에 소비자는 돈을 쓴다. 가격으로만 따져서는 시장표 운동화가 훨씬 싸지만, 몇 배를 더 주고 나이키 신발을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키에서 얻고 싶은 일관된 무엇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것들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들만의 기업문화 없이, 광고만으로 이런 브랜드 파워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아래에서 보듯 나이키는 설립자인 빌 바우어만 이래 오랜 기간 그들만의 가치를 공유해왔다. 

 

1.혁신은 우리의 본성, 남들이 성공하지 못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킨다.

2.나이키는 성공적인 사업을 통해 고객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3.나이키는 브랜드이며, 제품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한다.

4.단순화하라. 그리고 실수를 두려워말고 꿈을 믿어라.

5.소비자가 결정한다. 고객이 가장 현명하다.

6.즉시 발전시켜라. 항상 변화의 주체가 되어 혁신에 불을 지펴라.

7.옳은 일을 하라.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8.우리가 선도한다.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항상 우리가 영향을 미친다.

 

다른 혁신적인 기업들처럼 치과 업체들도 시장을 만들고 리드하는 측면에서 좀 더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들이 많이 나타날수록 치과산업은 몇 단계씩 덩치를 키울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보아온 치과 업체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대체로 수동적이다. 시장이 줄어드는 것도 커지는 것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항상 영향 받는다고 스스로 느낀다.

2만여 치과의사 중심의 시장에서 아직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 결과 시장은 늘 한계상황에 있고,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이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서 신뢰할만한 일관성을 만나지 못해 불만이다. 공유할 가치로서의 기업문화가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세계가 공감할 색깔을 입히자

 

다시 25일로 돌아가서, 일 년에 한번 저녁 한 끼의 자리이지만 ‘치러야 할 것, 치르기로 한 것들을 빠뜨리지 않고 치러내는 자세가 결국 기업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신흥만 해도 벌써 社史 60년이다. 그 60년에 녹아난 숱한 얘기들이 걸러지고 침전돼 앙금처럼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그 스토리가 바로 기업의 나침반이 되고, 그 나침반이 비로소 구성원들이 공유할 가치로서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이런 힘이 결국 소비자들에겐 기업이미지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전문기업으로서 치과 업체들이 가꿀 수 있는 기업문화는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일 수 있다. 몇몇 선도 기업들이 이미 훌륭히 그 길을 닦고 있지만, 이제는 업계 전체가 좀 더 능동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본다.

관건은 제품에 세계가 공감할 색깔을 입히는 일이며, 그 출발은 물론 각자에 알 맞는 기업문화를 가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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