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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학술

“돌아올 수 없는 떠남, 서운하지만 괜찮다”

이승일 교수, 구강생물학회서 정년 강연

여행과는 달리 돌아올 수 없는 떠남이라 서글프고 허전하다. 향후 계획은 학교에 봉사할 일 찾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이제 묶여있는 몸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자유롭게 시간 보내고 싶다.”

 

지난 20() 열린 대한구강생물학회 심포지엄은 이승일 연대치대 교수의 정년을 기념해 열렸다. 366개월간 오직 기초치의학에만 헌신해 온 학자의 마지막 강연은 어떤 것일까. 휴식시간에도 축하인사치레 응대보다 제자의 작업을 유심히 검토하는데 더 관심이 많아보였던 이승일 교수. 떠나는 마지막 자리, 이 자리의 주인공이자 은퇴 강연을 앞두고 부산하고 심란할 법도 하건만 발표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듣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1부 휴식시간에 짬을 내어 정년 소감을 물으니 그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허전함을 드러내는 이 교수. 4개의 발표가 끝나가고 이승일 교수의 차례가 다가오자 가운 입은 제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다소 여유로웠던 강당이 이 교수 정년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들어찼다.

 

 

드디어 이승일 교수의 차례. 주제는 ‘Biomechanical Regulation of Musculosleletal Integrity in Craniofacial Architecture’. "쇠똥구리는 은하수를 보고 방향을 찾는다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 자신의 꿈을 찾아가라는 얘기를 꺼내는 듯하더니, 바로 뉴런과 시냅시스로 넘어가 너와 내가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경계면에서 부딪힐 때 일어나는 사건들을 얘기한다.

 

뼈와 근육, 지방 간 상호작용과 역학관계를 수다로 표현하는데 과학적 개념과 함축적 메시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대체 과학 강의를 듣고 있는 건지 철학 강의를 듣고 있는 건지 어리둥절하다. 강의 내내 어려운 생리학 개념이 쏟아지는데도 알아들을 수 있는 강의, 이해가 너무 잘 되는 강의, 그야말로 명 강의다. 옆에 있는 다른 기자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강의를 잘하세요?” “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Microcrack’은 실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 상처를 두려워 말라. 두려움을 뛰어넘는 곳에 기회가 있다.”

 

시종 생리학과 철학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드는 강연은 이제 자연스럽게 행복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신경의 작용을 들어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를 살펴보라고 충고한다. ‘weak ties’, ‘strong ties’ 즉 평소에 익숙하고 친한 친구들만 만나는가, 아니면 낯선 관계와 접촉하는가. 이 교수는 낯선 관계(경험)은 비록 스트레스지만, 뇌세포를 증가시킨다는 생리학적 기전을 통해 도전할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이승일 교수는 매사에 어떤 면을 볼 것인가. 우울한 뇌, 화창한 뇌를 중에서 잘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뇌가 긍정에 중독되도록 만들어라. 그러려면 일단 해라.(do it)” 진정한 클래스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김연아의 피겨처럼. 이날 내가 들은 이 교수의 처음이자 마지막 강연은 그랬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승일 교수에 대한 코멘트들을 모아봤다.>

 

이근우 학장(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대학에서 축구하면서 많이 맞기도 하고, 안 좋은 기억이 있다.(웃음) 하지만 기억은 기억이고, 30년 동안 귀한 업적 이루셨다. 이 쌓아놓은 토대를 후학들이 잘 이어가야 할 것이다.

 

김강주 학회장(대한구강생물학회)

정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 교수님 못 만났으면 은둔생활 했을 것이다. 사람 남기는 사람을 배웠기에 지금 학회에서 봉사하게 됐다.

 

배용철 교수(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척박한 분야에서 연구하시면서 이제껏 힘들어하시는 기색을 보이신 적이 없다. 25년 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분이다. 잘 대해주셨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안동국 교수(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첫 만남이 구강생물학과 춘계대회였는데, 논문 오류들을 다 잡아내시는 것 보고 무서운 분이다,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수님, 항상 건강하세요.

 

천재식 교수(전국치과대학() 생리학교수협의회장)

처남이 연대치대 출신이다.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한테 그러더라. “매형, 우리학교에 이승일 교수님이라는 분이 계신데, 매형이랑 상대가 안 돼. 천재 교수님이셔.” 그 말 듣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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