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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소아치과에서 보호자 응대법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⑪

  • 권훈
  • 등록 2013.05.31 10:24:41

 

 

소아치과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것이 Child Management라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것 보다 더 힘든 것이 ‘Parent Management’라 할 수 있다. 1966WrightPedodontic treatment triangle에서 치과의사, 소아 및 보호자는 서로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소아의 치과치료 성공여부는 보호자의 손에 좌우 될 수 있기에 보호자도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필자는 네 번째 칼럼(참고 : 바나나 이야기 세 가지, 219)에서 소아의 행동조절을 위한 제 1원칙은 치과 치료 전, 중간, 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할 때 바나나 생각나지 않도록 말하는 것이라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보호자들의 행동조절을 위한 제 1원칙은 무엇일까?

 

보호자를 응대하는데 있어서 제 1원칙은 ‘Don't Blame parents’이다. 보호자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비난하지 말아라! 아이의 치아 상태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보호자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사실 이 원칙을 임상에서 때론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말을 안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반복해서 하고 있어 부동심(不動心)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호연지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임상에서 보호자들이 치과의사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1. 어차피 빠질 치아들인데 영구치 날 때까지 안 아프게만 해주세요?

2. 제 눈에는 이곳에만 충치가 있는 것 같으니 거기만 치료해주세요!

3. 옛날에는 유치 치료안하고도 모두 다 잘살았는데 꼭 치료해야 하나요?

4. 우리 아이는 유전적으로 치아가 약한가 봐요?

5. 우리 아이는 치아가 나면서 충치가 생기던데요?

6. 한 달 동안 할머니 집에 맡겨놨더니 충치가 생겼네요?

7. 제가 아는 치과의사는 유치는 빠질 치아니까 싼 걸로만 치료하라고 하던데요.

8. 치료하는데 옆에서 보면서 치아를 너무 많이 깍는 것 아닌가요?

9. 마취를 했는데 왜 아이가 계속 울죠? 마취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10. 다른 치과에서는 울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았는데 여기서는 왜 이렇게 많이 울죠?

 

보호자들의 이런 말과 푸념에 여러분들은 어떻게 응대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주지하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앞에서 예를 든 경우들은 개그콘서트의 정여사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 치과 개원의가 직면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다.

 

소아치과 진료시 보호자를 응대할 때 아웃백 레스토랑의 모토인 ‘No rules Just Right’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치과마다 나름대로 만들어진 규칙에 집착하여 보호자를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정성과 최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응대법이라 생각한다.

 

말처럼 실제 상황에서 이렇게 응대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방법을 무시하고 내 감정대로 행동한다면 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보호자로부터 치과 의료진이 욕설 및 반말로 인하여 인격적 모독을 받는 경우라면 'We reserve the right to refuse treatment to you'라는 문구가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아치과는 진료 특성상 아이만 혼자 오는 경우는 별로 없고, 온 가족이 같이 오거나 가족 중에 한 명이 반드시 보호자로 같이 내원한다. 그래서 소아치과를 잘 하면 온 가족의 주치의가 될 수 있기에 소아치과의 파급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아이에게 하는 치료가 설령 돈이 안 되더라도 치료에 정성과 미소를 혼합한다면 그 아이 가족들의 주치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아이에게 짜증과 건성을 혼합하여 진료한다면 그 가족들은 다른 치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FAMILY의 어원이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는 이야기를 운전 중 라디오 방송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천재인 것 같다. 보호자와 가장 긴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는 상황은 아마도 치료 계획 상담일 것이다. 비용에 치우친 상담보다는 보호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보호자의 지갑에 있는 돈이 치과로 조용히 이사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상담할 때 가족을 생각하면서 FAMILY 법칙을 적용하면 효과가 더 있을 것 같다.

 

F(Friendly): 보호자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는다.

보호자와 친밀감이 형성되는 순간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선입견이나 방어적인 태도를 버려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보호자들은 상담하는 원장 또는 직원의 얼굴 표정을 관찰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보따리를 얼마나 풀 것 인지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A(Attention): 보호자에게 주목한다.

노래방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데 앉아 있는 사람끼리 이야기하고 듣지 않는 것 같으면 누구든 정말 싫을 것이다. 보호자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하고 집중해야 한다. 다른 일을 하면서 보호자의 말을 듣는다면 보호자는 노래방 상황을 연상할 것이다. 상담할 때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고 듣는 것이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메모까지 하면서 들으면 보호자의 상담 동의율은 절로 높아질 것이다.

 

M(Me too): 맞장구를 쳐준다.

고개를 끄떡이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 그렇지요! 맞습니다! 등이 적절한 맞장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너무 자주 고개를 끄떡이면 상대방이 불쾌해 할 수 있다.

 

I(Interest): 관심이나 흥미를 나타내는 말을 해준다.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는 도중 질문을 하거나 복창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호자의 말중에 사용된 중요한 단어를 이용하여 다른 말로 바꾸어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L(Look): 상대를 응시한다.

경청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방의 눈만 볼 것이 아니라 표정이나 보디 랭귀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Y(You are centered): 보호자가 중심인물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자.

보호자를 중심에 두고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완벽한 경청이라 할 수 있고 앞에 언급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실천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싸이의 최신곡인 젠틀맨의 가사 ‘Mother Father Gentleman’이 계속 필자의 귓가에 맴돈다. (치과에 오시는) 어머님, 아버님 저는 신사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술자가 신사의 품격을 유지한다면 치과계에서 싸이가 부럽지 않는 인기를 누리지 않을까 싶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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