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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학술

카이스트서 ‘의학과 인문학의 크로스오버’ 강연

최상묵 교수 "환자가 사람으로 보여야 진짜"

 

 

지난 57() 홍릉에 위치한 카이스트 국제경영대학원 1층 강의실에서는 의학과 인문학의 크로스오버라는 주제의 흥미로운 강의가 열렸다. 바로 최상묵 서울대 명예교수가 의학자로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해주는 자리였다.

 

상경계 뿐만 아니라 이공계, 인문계 등 다양한 출신들로 이뤄진 수강생들은 노 교수의 강의에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강의 시작을 위해 최 교수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슬라이드가 화면에 펼쳐지자 조용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병을 진단하는 것은 과학적 데이터가 아니다. 엄밀하게는 추상적 작업이라는 파격적인 말로 시작된 강의는 시종일관 위트 있는 애드립과 촌철살인의 멘트로 채워졌다. 오랜 경험과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 나온 간결하고 깊이 있는 철학들이 직설적이고 생생한 스토리를 통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자유는 훈련으로부터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한 자유, 진정한 자기 분야의 그 무엇이 되기 위한 자유는 화두를 잡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매진하는 훈련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50대가 되자 내 앞의 환자가 비로소 사람으로 보였다. 그전까지는 질병으로만 보였다. 환자가 사람으로 보일 때 진짜 의사가 되는 것.”

 

최 교수는 국가고시를 앞둔 제자들에게 환자에 대한 사랑이라는 화두를 꺼내면 짜증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며, 그러나 진정한 의사가 되는 것을 앞당길 수 있다는 소신으로 화두를 던진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배우던 당시에는 그런 화두가 없었기에 의사란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노 교수의 진수가 담긴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는 의료 과정을 지배하는 통증(pain)에서 대해서도 일갈했다. “물리적인 아픔 보다 치료비 걱정이 더 크다면 그것이 바로 환자의 진짜 아픔이다. 의사가 이해해야 할 통증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의사 간 관계를 통증으로 풀어내는 통찰을 메모하기 위해 학생들의 손이 저절로 자판으로 움직였다.

 

재밌지만 뼈있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병원 안에서만 갇혀 식은 자장면’만 먹는 비유를 들어 의사들이 스스로를 특수화 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최 교수는 읽지도 않는 원서, 사용하지도 않는 불펜 수십 개를 매달고 가운을 펄럭거리는 것이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충고했다. 6시에 퇴근해서 남들처럼 연애하고, 차여도 보면서 인생을 깨우치는 경험이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자신이 70세 근처에서 깨달은 바,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제 1악장 Adagio-Allegro non troppo처럼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연주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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