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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처음 겪는 세상 7: 바지락과 전복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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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랩과 메모가 습관이 되어 재미있는 얘기나 표현을 들으면 어두운 영화관에서도 부지런히 적는다. 나중에 내 글씨를 못 알아보기도 하지만 어디엔가 희미한 기억은 남는다. 해외여행은 현지가이드가 있는 상품을 택한다. 역대 영국 왕 이름을 줄줄 꿰던 박사 과정 휴학생에게서 배운 게 많다. 책에서 못 본 사소하지만 생생한 경험과 토막지식을 얻어듣는 기쁨이라니...  돌아오면 일주일 안에 기록을 정리한다.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에 대한 가이드의 ‘주관적’해석도, 글리코겐처럼 머릿속에 담아둔다. 정리(Indexing) 안 된 스크랩은 필요할 때 찾지 못하니까 쓰레기나 진 배 없어, 해마다 두어 번 추려내는데, 일단 머리에 입력된 기록은 가차 없이 버린다. 
 그 중에 생존율이 높은 아이템은, 명사 회고록과 먹거리 얘기다. 2015년에 한동안 ‘수요 미식회’를 챙겨본 이유도, 화제를 끌어가는 신동엽의 재치와 이름도 생소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목에 힘주고 목소리 깔고 느릿느릿 말하는데, 아차! 아무리 기다려도 적을 내용이 없다. 알맹이는 고사하고 남의 얘기 부정과 억지 주장 일색이다. 서너 회 쯤 지나자, 맹탕이로구나! 하고, ‘황씨 어록’ 메모를 접었다.

 

   그래도 반면교사로 몇 가지는 건졌다. 먼저, 일본음식은 과대평가하면서 한식은 일본을 카피해온 아류라는 착각이다. 깔끔한 화식(和食)은 필자도 외식할 때에 즐겨 찾는다. 허나 맛은 짠맛과 단맛의 변주곡뿐이고, 식감(齒応)도 그저 무르기만 하다.
 일단 몇 가지 비교 해보자. 첫째, 야채절임(漬物)의 대표 단무지(澤庵)는, 사각사각 칼칼한 겉절이부터 콤콤한 묵은 지까지, 천변만화의 김치에는 족탈불급이다. 둘째, 젓갈(鹽辛)류 역시 비교 불가다. 묵호 명란젓 간월도 어리굴젓 은진 우어 젓, 조개 오징어 아가미 곤쟁이젓 등 끝이 없고, 새우젓만 여섯이다. 셋째, 된장(味噌)을 보자. 청국장과 낫도(納豆)는 비겼다고 쳐도, 일본된장은 주먹밥에 발라 먹거나 국그릇 채 들고 홀짝홀짝 마시는 된장국(味噌汁) 정도인데, 우리 된장은 주방의 마술사다.
 수육을 삶을 때 풀기도하지만, 국 끓일 때 나물과의 케미는 또 어떤가? 달래 냉이 시금치 아욱 콩나물이나, 호박잎 우거지 시래기에 따라 확 달라지는 감칠맛이라니... 
 넷째, 와사비 간장에 사시미도 좋으나, 고추 다져 넣은 양념된장이나 시큼 매콤 초고추장에 푹 찍은 생선회에 비할까? 다섯째는 고추다. 초고추장은 물론 외국여행 중 가장 그리운 것이 갈타운 민물 매운탕 아닌가? 깍두기로 간 맞춘 얼큰한 설렁탕 맛은 또 어디에 비할까? 불고기가 일본서(燒肉) 들어왔다는 착각은, 어릴 때 오사카에서 반찬가게 하던 외할머니의 손맛 탓일 게다. 오사카 뒷골목 탄화(炭火)구이도 교포들이 시작했다고 들었다. 감칠맛과 갈타움과 얼큰함, 이 맛의 삼총사는 오로지 한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플러스알파다.
 
   다음은 백종원에 대한 공격. 숫자로 설명하지 않아도, 바지락이 전복한테 삿대질하는 꼴은 처음 보았다. 전 총리 JP 서거 때 안하무인의 ‘바지락 2’에 대해서는 칼럼 “얼라들은 가라!”에서 반박한 바 있다(2018. 7). JP의 회고록 ‘笑而不答’ 일독을 권한다. 그밖에도 ‘학교 앞 떡볶이 금지’ ‘슬픈 삼겹살’, 대표선수단을 위한 한식 도시락 제공을 ‘잔치 집에 음식 싸가는 격’ 등등 황당한 주장을 한다.
 자칭 ‘전문가’라면서, 선수들 컨디션 조절을 위해 태릉선수촌 주방 팀까지 대동했던 역사를 잊었나? 아니면 도쿄올림픽을 ‘먹거리 잔치’로 착각했나? ‘바지락 3’은 경선상대 이낙연 전 총리를 향한 막말이다. 상대측에‘짐승’이라는 표현도 기가 막히지만, ‘연미복을 입은 사진’ 또한 얼토당토않다. 일본의 천황, 즉 일왕 즉위식은 세계적인 최고 의전 행사다. 초대장에 ‘White Tie’라는 명시가 없어도 이 총리는 당연히 연미복을 입어야 한다. 도대체 일본 정치인 제복이라는 거짓말은 누구한테 들었을까? “이낙연의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말은, 박근혜 떨어뜨리러 나왔다던 말로 역풍을 맞아 통진당 해체를 자초한 이정희보다 섬뜩하다. 경기관광공사 사장후보로 내정해준 이재명지사를 향한 과잉충성이 어르신 표를 깎아먹는 줄 모른다. 마지막 히트는 “어려웠던 어렸을 적 삶을 감안하면, ‘형수 욕설’ 등을 이해한다.”는 용비어천가다. 학자들은 어린 시절 학대경험을 소시오-패스의 원인 제1호라하지 않는가? 어설픈 ‘두둔’은 오히려 이재명 지사의 분노조절 장애 및 자질 문제를 부각시키는 부머랑이 될 수 있다. 숱한 판단착오와 헤픈 입... 가깝다고 한자리 주려던 이지사의 후보직 내정을 황씨가‘사퇴’한 것만은 현명한 판단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