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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처음 겪는 세상 3: 형세판단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69>

 

   군의후보생 함상 훈련을 당시 주력함 충남함에서 받았다(DE; 호위 구축함, 1970). 
 2차 대전 유물로 시속 20노트 배수량 1770톤 앞뒤 5인치 포 1문씩이었다. 전역할 무렵 들여온 정규구축함(DD) 9시리즈는, 시속 36노트 배수량 2,500톤 5인치 포 5문으로 격상되었다. 통상 전함의 강철판 두께는 장착한 포의 구경과 같은데(自艦 主砲 對應; 탱크도 동일), 구축함은 얇아서 별명이 깡통(Tin can)이다. 구축함의 주 임무가 순발력을 무기로 잠수함을 구축(驅逐)하는 함대의 보디가드, 즉 총알받이(어뢰) 역할 아닌가. 다음 단계인 3.200톤의 광개토대왕 급은 최초의 국산 전함이며, 헬기(DDH)와 대공미사일을 갖춰, 비로소 독립 작전이 가능한‘자함방공함(自艦 防空艦)’이었다.
 콤팩트형 5인치 포 1문에 하푼 함 대함 미사일이 있다. 충무공이순신 함은 5,000톤이 넘어서, 링스헬기 2대와 현무 함대지 순항 미사일을 장착, ‘자함 방공’에서 ‘함대 방공’으로 승격한다. 끝으로 세종대왕 급은 세계 다섯 번째 이지스구축함. 
 만 톤이 넘는 순양함 급 크기로, 구축함의 개념을 바꾼 현대해군의 주역이며, 현재 세종대왕 율곡이이 서애유성룡 3척에다가 3척이 추가 건조될 예정이다. 정리하면, 유통기간(?)을 넘긴 골동품으로 시작한 우리 해군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제철·조선 산업 및 ADD(국방과학연구원)의 시너지에 힘입어 오늘에 이르렀다. 

 

   맨몸으로 도미한 청년 이승만은 명문대 석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먼저 일본에 합병되어 잊혀진 ‘조선’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데에 진력한다. 동문회와 지도교수 인맥을 통해 고군분투하면서, 힘과 동맹의 뒷받침 없는 국가의 ‘주권(Sovereignty)’은 한낱 신기루이며, 팍스아메리카나를 이끄는 미 국방력의 핵심은 해군임을 깨닫는다. 대통령이 되자 예산 60% 이상을 교육과 국방에 투입하고, 항상 군을 해륙공군(海陸空軍)이라 불렀다. 그러나 국민소득 수십 달러의 최빈국 예산은 소해정 한 척 사기에도 벅차, 원대한 포부는 꿈에 머물렀다. 필자는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칼럼에서 ‘경항모(輕航空母艦)’ 도입을 주장하였는데(1995), 다행히 다음 해에 YS가 같은 구상을 발표했다. 마침 미국과 ‘맞장 뜨기’를 포기한 소련이, 대형항모 노보로시스크와 민스크를 포기하여, 두 척의 해체를 대한민국이 맡게 된 시점이었다. 항모 설계구조와 운용 알고리즘을 배울 황금의 기회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미국이 가로막아 해체계약은 무산되고, 중국이 한 척을 사서 꽃단장한 것이 바로 그들이 자랑하는 랴오닝 함이다. 돌아보면 그때 경항모 계획 좌절은 전화위복이었다. YS의 자신감은 대책이 없어 1995년 GNP 1만$를 넘기자, OECD 가입과 내친김에 2만$ 달성 대통령이 되려고 무리한 환율을 고집하여, 끝내 IMF를 불렀다.
 YS의 고집으로 보아 항모는 너무 크고 운용은 벅찬 ‘애물단지’가 되었을 공산이 크고, 필자가 구상한 경항모는 7, 8천 톤급에 공격헬기 1개 대대에 강화된 대공 미사일정도인데, 현시점에서 보면 그마저 계륵(鷄肋)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항모 계획이 다시 보도되었다. 세계 10위권 무역국으로, 해적이 출몰하는 소말리아에 하루 10여 척의 우리 배가 드나들고, 군사·기술적인 여건도 사반세기 전과 현저히 달라졌다. 첫째 작은 모함에 탑재하여(STO-VL)* 은밀 공격이 가능한 스텔스 F-35A 전투기가 있다. 둘째 3주간 잠항이 가능한 SLBM** 장착 3,000톤 급 잠수함이 국산화되었다. 셋째 이지스함은 동시에 수백 대의 적기 추적과 아군기 공격유도가 가능하다. 막강한 타격력을 갖춘 항모는, 함대 방공능력으로 호위해야 할 ‘핵심’인 것이다. 넷째 추진력과 운영비 면에서 가장 우수한 소형원자로(SMR)*** 기술은 한국이 첨단을 간다. 다섯째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은 광역 방위는 어려워도, 함대  기습공격 방어에 국한하면, 독자개발은 시간문제다. 종합해보면 1995년에 비해 자체방어와 공격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향상되어, 2만 톤급의 경제성이 뛰어나고 날렵한 경항모라면, ‘K 항모 함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함대 훈련에 보조함 아닌 주력함으로 참가한다면, 중국도 얕보지 못한다. 핵 공갈을 일삼는 평양도 치명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대화로 끌어내기가 수월할 것이다. 
 실로 처음 겪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형세판단 능력이다. 적대국의 핵무기는 나몰라 하고 국내 원자로에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라면, 원대한 판단은 무리요, 경항모 계획은 뒤 팀에 넘기는 것이 옳다. 멋진 워 게임을 한번 꿈꾸어 보았다. 

                                                

* STOVL(Short take off-Vertical landing) : 짧은 이륙 – 수직 착륙
**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 SMR(Small modular reactor) : 중국이 자랑하는 自國産 산동호는 디젤로 간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