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가 봉?.. 회장단 선거에 치협 예산 ‘0원’
34대 선거비용 1억5,404만원 전액 후보 기탁금으로 충당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은 정관에 따라 협회를 대표하고 회무를 이끌어가는 핵심 집행부다. 그런데 정작 이 회장단을 선출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협회가 아니라 후보자들이 낸 기탁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6월 23일 각 후보 선거사무소에 보낸 ‘제34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 기탁금 정산에 따른 반환 안내’에 따르면 지난 3월 치러진 제34대 회장단 선거에는 모두 1억5,403만7,757원이 사용됐다. 관련 예산은 후보 4명이 각각 납부한 기탁금 5천만원씩 총 2억원과 여기서 발생한 이자 1만3,869원이 전부였다. 공보물 제작비 3,145만6,700원, 봉입·우편 등 비용 3,245만9,330원, 전자투표 관련 비용 2,168만3,200원, 문자발송비 1,627만6,288원이 기탁금에서 지출됐다. 정견발표회와 개표, 선관위 회의 등에 1,395만2,239원이 사용됐고, 협회 사무처 업무수행 지원비와 선관위 활동비에도 2,466만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선거 관련 법률자문비 1,155만원과 선거결과보고서 제작비 200만원까지 후보자들이 납부한 기탁금에서 처리됐다. 결과적으로 치협 회장단이라는 협회 최고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비용 모두를 후보자들이 부담한 셈이다. 문제는 기탁금 제도의 취지와 선거관리 비용의 부담 주체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선거 기탁금은 일정한 자격과 책임을 갖춘 후보의 출마를 유도하고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선거관리 비용은 협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후보자가 몇 명이든 회장단 선거 자체는 치협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협회 운영의 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둘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결산에는 단순한 후보 홍보 지원을 넘어 전자투표와 개표, 선거데이터 보존, 선관위 회의 및 활동, 협회 사무처 업무지원, 법률자문 등 선거관리기관이 선거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치협이 자체 예산으로 부담한 선거 관련비용은 일반예산에 포함된 선거관리위원회 운영비 1,800만원이 전부이다. 선거를 마친 뒤 기탁금에서 남은 돈은 4,597만6,112원이었다. 선관위는 이를 4등분해 1,149만4,028원을 후보별 반환 기준액으로 정했다. 김민겸 후보는 공개경고 1회에 따른 500만원 차감으로 649만4,028원, 박영섭 후보는 1,149만4,028원을 반환받도록 했다. 득표율 15%에 미치지 못한 후보는 규정에 따라 기탁금 반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이번 정산서는 또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치협 회장단을 뽑는 선거는 후보자 개인을 위한 행사인가 아니면 협회 운영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공식 회무인가? 후자라면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기탁금 제도와 협회가 부담해야 할 선거관리 비용을 지금처럼 후보들의 기탁금에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거액의 기탁금을 내고 그 돈으로 선거관리 비용 전체를 충당하는 구조임에도 치협이 선거관리 품질엔 책임지지 않는 현재의 시스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제34대 회장단 선거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선거의 공정성 못지않게 ‘선거를 누구의 돈으로 치를 것인가’도 차기 선거제도 개선 과정에서 한번쯤 짚어볼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