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하고 설거지하는 주부에게는 누선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가 딱 이다.라디오 시절부터 스폰서가 주로 세제(洗劑) 메이커였던 까닭에, Soap Opera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전통은 오전 9시 전후, 화면을 안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사와 해설이 친절한 ‘TV 소설’에 남아있다. 아침부터 자극 강한 멜로로 내성을 획득한 우리 아줌마들에게, 저녁에 미지근한 가족드라마가 성에 차겠는가?시청률경쟁에 종편방송까지 가세하여 벼라 별 ‘막장드라마’가 판친다. 막장드라마의 공통점이라면 도대체 상종도 못할 악인(악녀)의 등장이고, 주특기는 “남의 탓”이다.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지고도, “이게 다 그X 탓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막장드라마도 19세기 초·중반 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생생한 피해의 역사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일본 극우 혐한파들의 ‘떼거지’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아베총리와 추종자들의 망언과 행태는, 양식 있는 다수 국민과 소수의 막장파 세력 사이 어디쯤엔가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1841-1909) 가난한 농촌 말단 사무라이 출신이다. 아비가 양자로 들어가 성을 갈고 정치에 입문하여 이름도 바꿨다. “남자는 배꼽 밑으로 인격이 없다.”는 어록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어떤 기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왜곡되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은 실제 사건을 정확하게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하는 현상을 기억이라 한다.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조합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바램이나 기대에 따라 실제와는 다른 기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들의 기억이 얼마나 자주 실수를 하고 부정확한지를 모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경험한 사건을 정확히 저장하고 재생산한다고 믿고 있다. 대부분의 기억들은 경험한 사건과 똑 같은 형태로 복제하지 못하고 사실과 유사하게 복원되는 경우가 많다. 기억들이 애매모호하게 서로 섞여 있다가 그 사람의 감정이 섞인 두려움, 기쁨, 사랑, 분노, 슬픔 등의 구체화된 사건들의 결과가 최종 기억으로 남게 된다. 기억은 우리의 마음을 만드는데 풍부한 소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아주 동물적이고 말초적인 단위의 단순한 생존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기억들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지고, 기뻐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괴로워
소설가 김승옥 선생의 작품 중에 '염소는 힘이 세다'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1960년대 고단하고 피폐한 도시 변두리 인생들의 무기력에 관한 내용인 걸로 압니다만,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힘'의 뜻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일종의 ‘나비효과’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염소 못지 않게 힘이 센 놈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지금이 제철이라는 방어입니다. 아마도 11월 중순부터는 제주 모슬포로 방어를 즐기기 위해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모여들고 있을 겁니다.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 방어는 여름에는 오호츠크까지 올라가서 먹이활동을 하며 살을 찌우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하러 제주까지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회유 코스 중에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앞바다를 지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요령부득입니다. 겨울에 모슬포 주변에서 잡히는 방어는 빠른 해류를 이기려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육이 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근육 사이사이로 기름이 잔뜩 올라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모슬포 항구의 횟집이든 제주 전역의 횟집이든 방어의 크기는 4~50cm 정도로 작습니다. 이를 일본 사람들은 ‘하마찌’라고 부릅니다. 물론
1945년 패전국 일본에 미군이 상륙하기 직전, 황궁 앞에서 ‘특수위안시설협회’ 창립대회가 열렸다. 전쟁이 끝나 ‘귀향한 군인’들이 “미군이 오면 여자들을 남김없이 겁탈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이를 미리 막자는 명분으로 내무상의 지시 하에 1억 엔을 지원하여, 매춘조직을 만들었다. 스스로 동아시아 점령지에서 저지른 만행이 있으니까,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귀축(鬼畜) 미군들은 오죽하랴, 지레 겁을 먹고 만든 정부 주도 매춘 업이 1년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마인드니까 점령국 처녀들을 성노예로 부려먹고도 “죄의식이나 반성이 없는 것”이다. 1955년 단편소설 “태양의 계절”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이시하라 신타로는 뒤에 도쿄도지사를 지낸 극우 중 극우요, 여성비하의 극치를 보여준 인물이다.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고 살아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백세 이상 산 쌍둥이 할머니 긴상 자매처럼 오래 사는 것은 지구의 큰 폐해다.”라고 말했다. 예과 때 읽은 ‘태양의 계절’에서 남은 기억은 주인공이 처음 만난 여학생 젖가슴을 쿡 찔러보는 무례함뿐이다. 작가의 일생을 관통한 안하무인이다. 문체만은 간결하고 박력이 있었는데,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작가 헤밍
조선시대 때부터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어란의 역사가 더 오래일까 아니면 도쿠가와 막부 이후 쇼군 진상품이었다는 일본의 가라쓰미가 더 원조일까 하는 문제는 음식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어란과 가라쓰미에 필적할 만한 이탈리아의 '보타르가'는 외양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긴 하지만 급수에 있어서 견줄 바가 아니어서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보타르가는 참치알이나 숭어알로 만들기는 하지만 워낙 염장을 심하게 해서 짠맛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제 나름의 생각은 가라쓰미가 더 원형에 가깝고 이를 들여온 우리나라에서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하여 참기름을 바르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영암의 김광자 할머니가 만드는 어란이 거의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지만(실제 여러 곳에서 만들기는 합니다), 일본에서는 가라쓰미의 고향인 나가사키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만들어지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음식 문화에서도 민족주의가 발휘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 별도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제 아이가 코흘리개 시절, 우는 아들을 카시트에 동여매고 전국을 돌아다닌 적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들렀던 전라도 영암 버
의술에서 다루고 있는 기술을 그리스말로 ‘테크네’라 부른다. 원래 테크네라는 말은 어떤 물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능력을 구성하는 지식을 말하며, 물체를 제작하는 영역에서 처음 사용해온 용어였다. 의술에서 말하는 테크네는 응용기술이나 과학에서 말하는 테크닉과는 달리 해석해야 한다. 의술에서 ‘테크네’는 모든 사물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를 말하며 문화나 역사정신을 포함하는 모든 것에 대한 탐구의 근거를 찾는 독특한 창조적 행위를 의미한다. 일찍이 서구문명에서 이 ‘테크네’의 개념을 의학에 적용했다는 뜻은 곧 의사는 특별한 능력이나 신비로운 치료사의 모습이 아니라 지혜로운 지식을 갖춘 인간으로서의 인식을 강조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이다.의술이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도구를 써서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술에서는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의술자체는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으며 무엇을 만들만한 소재도 없는 특별한 행위일 뿐이다. 의술에서의 제작능력이란 재생이나 회복을 기대하는 능력이며 이것만이 의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질병이란 자연에 대한 신체의 평형상태의 교란
생각해보면, 환자들도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일에 쫓겨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로 치과 문을 들어섭니다. 그런, 스트레스가 심한 환자는 치과에까지 스트레스를 옮겨 놓습니다. 그들은 마취가 잘 안되고 치료동의율이 낮은데다 치료비도 선뜻 지불하지 않습니다. 치과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될까봐 예약을 취소하거나 예약시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자들은 과민하고 경직되어 있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나쁘게 해석합니다. 아마 치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일 겁니다.반대로 치과에선 무엇이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까요? 아시다시피 주사는 환자의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치료비도 스트레스 유발 요소입니다. 어쩌면 치과의사가 하는 모든 행동이 환자들에게 스트레스일지도 모르지만, 진료를 해야 하는 담당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 정도는 당위성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기는 해도 짜증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자일수록 주사, 치료, 치료비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로 치과에 오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 스트레스
2011년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차터스 타워스로 처음 왔을때 Jack이라는 별명을 가진 80세 환자분이 내원했어요. 왼쪽 무릎을 다쳐 오른쪽 다리보다 약간 짧았고, 무릎을 잘 굽히지도 못하더라구요. 그 분은 저를 처음 보자마자 '너 한국 사람 이냐'고 물었어요. 우리동네는 동양인이 많지 않을 뿐더러 한국인은 제가 유일한데 제가 한국사람인 걸 알아보는 게 신기해서 '어떻게 아셨냐'고 여쭸더니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만 하고선 별다른 얘기를 않으셨어요. 이후 몇 번을 더 내원하면서 농담을 좋아하는 그 할아버지와 친해진 연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쟁 중에 무릎에 총상을 입었고, 결국 무릎을 못쓰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런 좋지않은 기억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저 한국에는 다신 가고싶지 않다고 웃으면서 말하곤 했죠. 제가 이젠 한국도 많이 발전했다고 한번 모시고 가고 싶다고도 해 보았지만, 그는 한국은 절대로 싫다고 했습니다. 제가 술취한 호주 원주민이나 젊은 호주 친구들이 가끔 시끄럽게 굴거나 난동을 부려도 호주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한국전쟁 때 호주 군인들을 한국에 파
20대는 쇠를 씹어 먹어도 될 정도로 왕성한 소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녀불문하고 그 나이엔 뱃속에 걸신이 들어있어서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고, 포식을 하고 뒤만 돌아서도 배가 꺼져 버리는 그런 때입니다. 그야말로 인생의 화양연화에 다름 아니지요.그러나 동료들에게 다이어트 한다고 괜히 큰소리를 친 바람에 점심 식사를 김밥 한 줄에 왕뚜껑 컵라면으로 버티는 직원들도 꽤 있습니다. 물론 기혼직원들은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매식을 하더라도 꼭 밥과 국이 있는 종류를 선택합니다. 최근엔 병원에서 한 식당을 정하여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해서 이런 고민이 사라지긴 했지요.과거엔 점심을 대충 때우니, 7시 전후로 진료가 끝나면 뱃속에선 칼로리를 빨리 넣어달라고 아우성이기 마련입니다. 이 상태로 집에 들어간다 하여도 혼자 자취하는 직원들은 저녁을 제대로 차려 먹기가 힘듭니다.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해치운 뒤에 바로 쓰러지는 것이죠.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는 날은 '본방사수!!'를 외치며 졸면서 보기도 하구요.점심을 대충 때운 직원들은 오후 5시 전후로 병원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케익 혹은 빵과 같은 간식을 먹으러, 몰래 주방(준비실)을 틈틈이 들락거리기 마련이
일본 아베(60)수상 가문은 외조부 기시수상, 부친 신타로 외상을 낳은 명문이다.서던캘리포니아와 세이케이 대 철학과를 나왔고, 푸근한 인상의 신타로는 생전에 선조가 조선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오노 나나미(77)는 가쿠슈인 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공식교육기관이 아니라 30여 년간 독학한, “로마인 이야기” 등 베스트셀러 작가다. 못 배운 어린아이도 아니고 나이 지긋한 소위 지식인들이, 왜 일본제국이 저지른 “과거사·위안부 얘기”에는 “회까닥” 이성을 잃을까? 일반론으로 풀어보자. 2차 대전 후 냉전시대에, 승전국 미국의 적극적인 비호아래 안보는 무임승차요 6·25와 베트남전쟁 특수까지 어부지리를 누리면서, 일본은 폐허로부터 넘버 투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부동산이 다락같이 폭등하여 일본 땅을 팔면 미국 본토를 몇 번씩 살 수 있다면서, 소니는 영화사를, 미스비시는 록펠러빌딩을 사들이는 등 거침이 없었다. 거짓말처럼 갑자기 거품이 꺼진다. 대다수 국민의 재산목록 1호인 집값은 졸지에 반 토막 나고 골프장 회원권은 1/10 값에도 안 팔려 줄줄이 도산하며, 기업은 사들인 미국회사·부동산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며 토(吐)해낸다.가난해진 소비자는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