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관행이었던 나쁜 말 두 마디를 인용할 데에 대하여 량해(諒解)부터 구한다. 다리 저는 친구를 놀리는 아이에게 엄마의 준열한 꾸짖음, “얘, 너는 문둥이(한센 씨 병)를 문둥아, 문둥아! 하고 부르면 좋겠니?” 마찬가지로 정신과 병동의 절대금기어가 “미친놈!”이란다. 사람은 천형(天刑)처럼 주어진 약점을 찌르는 막말을 삼간다. TV 다큐에서 본 뻐꾸기의 탁란(托卵)은 끔찍하지만,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더 차지하려는 다툼은 친 형제간에도 치열하다. 건강한 형제가 병약한 한 마리를 집중 공격하여 둥지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어차피 엄혹한 생존경쟁을 견디지 못할 열성 DNA를 없애려는 자연도태요, ‘왕따의 기원’이다. 민주교육은 약자와 함께 가는 사회성을 기르자는 것인데, 어린 아이들은 아직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 전까지 평양 시내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었다는데, 패럴림픽 등 스포츠를 선전에 이용하려는 공산당 방침인지, 평양발 뉴스에 장애인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무늬만 종교인 절·교회처럼... 당과 수령을 위해 효용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도태시키는 전체주의 공산당의 생리 탓에, ‘빨갱이’라는 이름도 태어났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피와 혁명의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가 된 시진핑은, 소련공산당의 몰락 원인이 궁금했다. 결론은 ‘부패와 이념의 동요’ “이 두 사회악(?)부터 척결하자.”는 그의 판단을 풀어보자. 먼저, 부패에 대하여: 첫째 삼국지를 보면 황실이 쇠하니 불 깐 내시들이 실권을 잡아, 십상시가 벼슬을 팔아먹는다. 경제가 무너지자 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을 피해 황건적에 가담, 나라가 기운다. 황건적토벌에 공을 세운 영웅호걸에게 벼슬을 제수하는데 또 뇌물이다. 가짜 유공자와 무능한 지방관을 가려내려고 파견한 독우(督郵) 역시 손부터 내민다. 참다못한 장비가 독우를 늘씬하게 두들겨 팬 뒤, 의형제 트리오는 벼슬을 버리고 떠난다. 위진남북조시대를 거쳐 수·당·송·원·명·청 모두가, 등장인물만 다를 뿐 똑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한다. 몇 천 년 역사라면 ‘부패의 DNA 설’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세월 아닌가? 둘째 장사의 귀재라는 화상(華商)들의 금과옥조가 상불염사(商不厭詐)다. 장사가 ‘속임수’를 꺼리지 않으니 가짜 계란에 가짜 백신이 나돌고, 수정방 술 한 병 값이 몇 만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셋째 중국 후룬(胡潤)연구소에 의하면, 세계 $10억 부동산부자 239명
칼럼 ‘막가파(180802)’는 대선당시 “Make America Great Again!”을 부르짖던, 트럼프 모자에서 본 이니셜 MAGA의 된 발음에서 시작되었다. 동맹국들을 미국에 빨대 꽂고 사는 기생충 내지 미국의 서민·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든 주범으로 몰아 대선에서 승리한 것 까지는 좋다. 그러나 취임 후에도 누명쓴 우방에 대한 분노를 연료삼아, 국가운영 철학의 빈곤을 감추려함은 비겁하다는 얘기였다.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단순악용이 아니라 그의 소신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정신 병리학적으로 심한 ‘남의 탓’은 ‘피해망상(Paranoia)을 의미한다. 단편소설 한편 써보자. 깊은 밤까지 졸라 밀린 집세를 받아 돌아오는 도날드 소년에게, “내일 아침 우리아기 우유 값이에요!”라며 애걸하던 엄마의 눈물이 떠올랐다면... 누가 쫓아와서 뒤통수를 갈기거나, 하늘에서 무엇인가 번쩍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병적인 신념으로 출발한 정책은 반드시 역효과로 보답을 받는다. 보복관세를 매겼더니 오히려 무역적자가 늘어나지 않던가?. 부메랑 또는 누를수록 반발이 거센 용수철처럼... 소설 ‘추악한 미국인’은 베스트셀러였다(Lederer & Burdick
대학 씨름 팀 스폰서인 친구의 회식은 무조건 삼계탕이었다. 요즘 같은 병아리(?) 반 마리가 아니라, 어른 닭 두 뚝배기를 뚝딱 비우는 선수들의 식욕을 감당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별도로 사전계약이 없는 한, 뷔페식당에 운동선수 단체입장은 사절이던 시절이었다. 해태타이거스 야구팀이 묵던 대전관광호텔은, 손님 식사가 끝난 뒤 선수들이 배불리 먹도록 특별배려를 했다. 야간경기가 끝나는 시간과 맞으면 누이도 매부도 행복한 뷔페의 해피아우어였다. 풋볼선수들이 초대받아 백악관에 가니, 식탁에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만 좍 깔렸다면? 대학풋볼 플레이오프 챔피언인 클렘슨 타이거스의 경우(1월14일), 연방정부 셧다운을 민주당 탓으로 돌린 꼼수였다고 해도, FCS리그 우승팀 노스다코타 선수들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3월4일). 대한민국 지방호텔만도 못한 ‘소금밭 구두쇠’다. 명색이 부동산 재벌에 미국 대통령이요, 워싱턴에 스테이크하우스까지 소유한 트럼프 아닌가? 201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사드배치 회의 중에, 트럼프는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에게, 한국이 관련비용을 냈는지 물었다. 유지비용은 미국이 내고 한국은 부지를 99년간 무상임대 해줬다고 답변하자, 지도를 보더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냉전체제 속에서 꽁꽁 묶였던 해외여행의 자유화였다. 80년대 이전에 돈깨나 만지는 친구들은 다투어 국제 NGO에 가입했다. 상대국 라이온스·로터리 클럽에서 초청장과 재정보증을 해주면 ‘나갈 수’ 있었으니까. 개중에는 화장품, 시계나 보석을 몰래 들여와 경비를 뽑고도 남는 똘똘한 분들도 많았다. 우데나크림·롤렉스시계·엄지손톱만 한 비취. 빤한 외환사정에 제약도 많으니 동남아여행이 고작이었다. 초보 여행자를 안내가 아니라 인솔하는 가이드의 인기가 높았고, 지루한 버스에서는 ‘믿거나 말거나’식 구수한 입담이 필살기였다.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 검사(劍士)가 솜씨를 겨루었다. 먼저 사무라이가 언제 칼을 뽑았는지도 모르게 날아가던 파리가 두 쪽 나서 떨어진다. “와아!” 다음 중국 무사가 번쩍하니 파리가 직선으로 추락한다. “날개를 보시오.” 마지막은 한국인 차례, 분명히 칼을 휘둘렀는데 파리는 그냥 날아간다. 중·일이 “거봐, 너는 안 돼”하니 한국 도사 왈(曰), “저 파리는 후손(後孫)이 없을 것이요.” 하나만 더: 이번은 인내력 테스트. 질척질척 악취 나는 돼지우리에 일본인이 들어가더니, 30분 만
인간은 직립보행 덕분에 지구의 패자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눈에 익은 인류의 진화과정은, 똑바로 설 때까지, 허리 펴기 운동의 매우 느린 슬로우 비디오였다. 먼저 땅바닥에서 해방된 앞발이 손으로 진화하자, 엄지를 접어 연장을 쥐고, 양손이 협력하여 정교한 물건을 만들어냈다. 둘째 인지능력 향상이다. 두 눈이 감시탑처럼 높아지니까 외적이나 먹이의 포착능력이 향상된다. 셋째 운반능력이 늘었다. 들고 메고 등에 지며 머리에 인다. 보자기와 괴나리봇짐이 채반과 고리짝으로 바뀌는 동안, 서양에서 들여온 형형색색의 가방이 수하물계를 평정하였다. 그 중에 등에 메는 배낭은, 등산처럼 험한 기후나 지형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넷째 글 쓰고 악기를 다루며 각종 스포츠 등 문화의 발달도 손의 사용 덕분이다. 그러나 한편 인간의 욕망은, 귀하게 얻은 두 손을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악용한다. 무기를 들어 침략과 억압의 군대를 양성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상대방도 무장을 하여, 인명살상무기의 가공할 확장경쟁이 시작되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여성은 왜 명품 백에 열광하는가? 옷맵시에 둔감한 실전용의 남자 평상복에는 주머니가 주렁주렁하다. 오히려 신변잡화가
“빨강, 빨강 황토길 저기 저 고개/ 언제나 하늘 붉은 저녁때이면/ 막대 잡은 할머니가 넘어갑니다.” 귀동냥으로 배워 제목도 모르는 노래다. 할머니는 무사히 집에 가셨을끼? 소년은 넘어가 본적 없는 저 먼 고개 너머가 얼마나 궁금했을까? 김동환 시 김규환 작곡 ‘남촌’은, 박재란이 ‘산 넘어 남촌에는’(김동현 곡)이란 제목으로 다시 불러, 가곡과 대중가요가 상생한 드문 경우다. 봄이면 따뜻한 남풍을 실어오는 산 너머에는, 진달래 향기와 보리 냄새를 만드는 ‘꿈의 공작소’가 있기에, 하늘빛까지 저리 곱다는 시인... 시인의 상상력이 파란 하늘보다 더욱 고와서 다투어 곡을 붙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는, 사시사철 왼 종일이 아름답기에, 이 항구는 영원한 세계 3대 미항이다. 그런데 자살자가 끊어지지를 않는다. 드넓은 북미대륙을 가로질러 몇날 며칠을 달려왔더니, 이제 ‘그 길’은 끝이란다. “Death of the Road!”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나그네는, 금문교 난간에 서서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다가, 끝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다. 미국의 극작가 오닐(Eugene O’Neal, 1888-1953)은 ‘지평선 넘어(Beyond the Horizon)
대전은 본시 식장·보문·계족(食藏 寶文 鷄足) 세 개의 산이 둘러싼 해발 100m의 아늑한 분지다. 계룡산 영험한 정기에 힘입어 홍수·태풍 등 자연재해가 모두 비켜간다. 조선조 궁궐터후보 영순위로 천하의 무당이 모여들어 치성을 드렸으며, 결국 삼군의 심장부 계룡대·자운대 및 정부종합청사가 옮겨왔다. 그래서 이제는 광역시로 훌쩍 컸다. 먹거리를 품었다는 남쪽 식장산은, 가끔 검게 탄 쌀이 나오던 신라·백제의 경계로, ‘성재’라는 능선이름(옛 백제)을 전한다. 가장 높은 598m의 수리봉에는, 휴전 후에도 대전고에 주둔했던 미 통신대대와 태평양사령부를 잇는 중계 탑이 있었다. 신흥초등학교는 겨울방학에 상급반 학생을 불러내 식장산에 올랐다. 선생님은 몽둥이 들고 밑에서 기다리고 학생들은 위에 올라가, 일제히 와! 함성을 지르며 내리달리면, 앞다리 짧은 토끼가 놀라 뛰다가 나뒹굴어, 선생님들 손에 잡힌다. 한겨울 극기 훈련이요 영양보충이었다. 서쪽 보문산은 전망 좋은 보물이다. 수통 골로 시루봉(457m)에 오르면 마지막 100m는 급경사 유격훈련장이다. 술과 담배를 배운 추억의 산, 공원도 많은 데이트코스다. 신라가 쌓은 동북쪽 계족산성(423m)은 야경이 일
금병산(錦屛山)은 이성계가 조선창업의 큰 뜻을 품고 8도를 돌며 기도하다가, “비단 병풍을 갖추고 치성하라.”는 현몽을 얻어 찾은 곳이라고 한다. 최고봉이 372m로 대전 유성구와 세종 금남면에 걸쳐 열두 봉우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비단병풍 아늑한 품안에 대한민국 군사교육·훈련시설인 자운대가 둥지를 튼 지 어언 27년이다. 수운교 도솔천을 돌아, 소하천을 거슬러 눈부신 억새밭을 지나면, 사방댐 위로 탄동 천 맑은 물 7.4Km의 발원(發源)지를 만난다. 탄동교에서 물 따라 한국기계연구원과 애경·대림·쌍용·한국타이어·호남석유 및 화학연구소를 거쳐 신성교에 이른다. 여기서 탄동천이 갑천과 합류하는 2.94Km가 ‘숲 향기 길’이다. 갑천은 다시 흘러 저 아래서 금강과 합류한다. 도룡동 집에서 출발 국립중앙과학관까지 남행하여 우회전하면 만나는, 매봉교에서 신성교까지가 바로 ‘산책코스 2’의 하이라이트, 숲 향기 길이다. 신성교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연구단지 네거리를 넘어 집에 온다. 합계 9.000보로 건강을 위한 하루 권장량을 너끈하게 넘긴다. 숲향기길의 춘하추동은 벚꽃·녹음·단풍·갈대다. 그 사이로 탄동천이 흐른다. 물줄기가 완만한 곡선의 오선지라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청와대만찬에서 박효신은 자작곡‘야생화’를 불렀는데(171107), 이것을 라이브로 보여주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부안 해변을 배경으로 가슴 치는 감성을 ‘소울’로 풀어낸, 반 흑백 뮤직비디오의 감흥이 여지없이 깨어졌을 테니까. 그러나 필자가 울적할 때면 몇 번이고 다시 듣는 야생화는 복면가왕에서 팝콘소녀 알리가 부른 노래다(161106). 왜냐고 묻기 전에 한 번 들어보시라. 한밭수목원을 산책할 때도 야생화원(花園)에 한참씩 쪼그리고 앉아 머물다온다. 그저 지나칠 때는 볼품없는 꽃이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기화요초다. ‘꽃의 예찬’이라는 글에서 한남대 최영근교수의 옻과 자개와 난각(卵殼) 공예품 넉 점을 소개한 바 있다(130320). 8호가 채 안 되는 봉선화·민들레·맨드라미·할미꽃의 정밀화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날 시립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어떤 대작보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보릿고개를 막 넘어선 70년대 후반, 먹고 살만해진 중상위층에 사치바람이 불었다. 마님 방 문턱 너머 힐끗 보이던 화려한 자개장... 그 DNA를 대물림했는지 당시 천만 원 대의 대형 나전칠기 자개장이 날개 돋친 듯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