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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위작 표구 상(僞作 表具 商 : Fake Framer)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42>

 

   역성(易姓)혁명에 성공한 이성계는 즉위 후에도, 도읍까지 정해준 무학 대사와   예사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내 눈에 대사는 살찐 돼지로 보이오.”  묵묵부답...  “대사 눈에 짐은 어떠하오?”  대사가 입을 연다.  “폐하는 부처님 같습니다.” “아니, 짐의 말은 농이었거니와, 부처님이라니?”  “본시 부처님 눈에는 모두가 부처님으로 보이는 법이지요.”  말투는 극히 공손하지만, 결국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이다.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전쟁에 끌려 들어갔고, 일본계 시민을 ‘격리수용’까지 했다.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모친은 일본계지만, 그는 아나폴리스를 나온 정통 해군장교로서, 하버드·옥스퍼드·조지타운 대에서 행정학·국제정치학·안보학을 공부한 엘리트 중에 엘리트다.  별 네 개를 달고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역임한 뒤, 전역하면서 콧수염을 기른 것으로 안다.  비행장교로 시작하여 태평양을 안방처럼 누빈 그에게, 문대통령 신년사가 정상으로 들렸을까?
 핵과 미사일 공갈을 일삼는 북한 제제를 풀어 경제협력을 추진,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한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금강산관광 재개, 외국인 여행지원을 시작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동맹국대사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해리스대사의 통보를 검토해보자.  첫째 대사는 본국 수반을 ‘대리’하여 주재국에 파견되고, 주재국 ‘아그레망’ 절차를 거쳤으며, 상호 치외법권이 보장된다.
 그래서 ‘각하’의 호칭이 붙고, 자국정부와 주재국과의 의견교환이 중요 업무다.
 둘째 대사는 주재국에 거류하는 ‘자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셋째 두 나라는 ‘한미연합사(聯合司)’로 굳게 결속되어 있다.  넷째 북한 비핵화가 선결되지 않으면,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나라는 세컨다리보이콧 국가로 지정되어, 자금의 동결과 국제금융거래 중단이라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대사의 이런 ‘의견통보’를 무례한 ‘내정간섭’이라며 펄쩍 뛰는데, 따지자면 일개 외무장관이 대통령 어깨를 툭툭 치고, 콩국에 혼 밥 말아 먹이는 게 진짜 무례다.  사드 3불 정책 강요는 또 어떤가?  우리 동맹국도 종주국도 아니요, 6·25 당시 한국을 무참하게 파괴 살상한 중국이, 사드 추가배치와 미국의 MD 방어체제 참여와 한미일 3국 군사동맹 구축금지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갈데없는 내정간섭 아닌가?  그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가 일본이라면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을 텐데, 사모하고 존경하는 중국이라서 입도 뻥끗 못한다는 비아냥이 퍼지는가보다.
 
   북한 핵탄두가 2, 30기, 중국 260기, 러시아 8천기라고 한다.  중국 핵발전소는 황해연안에만 50여기(미완성 11기포함)인데, 몇 배 더 안전한 우리 핵발전소를 폐기처분한다면, 문밖에 ‘총칼’ 든 적들이 득실거리는 데 주방에 걸린 ‘부엌칼’을 내다버리는 격이다.  중국의 2천 년 속박에서 풀려 훨훨 나는 대한민국을, 어줍지 않은 모화(慕華)주의자들이 다리를 걸어, 다시 넘어뜨리려는 음모가 아니길 바란다.
 해리스의 콧수염이 ‘일본총독’을 연상시킨다고?  당시에는 총독뿐 아니라 동서를 막론하고 수염이 대세였다.  개 눈이라면 몰라도 필자의 눈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닮았다.  피해자 놀이(Cosplay)에 능하여, 정권을 쥐고도 약한 상대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덮어씌우기(Framing)는, 가짜(僞作: Fake)의 꽃이다.  발틱과 발칸(Baltic·Balkan)도 헛갈리는 정부에,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이라는 어려운 말을 아는 분이 계셔서 깜짝 놀랐다.  다만 이 말이 동맹국 대사에게 써서는 안 될 ‘선전포고’와 같은 폭언임을 몰랐다면, 그것은 바로 반쪽만 아는 ‘무지몽매’다.
 상대방은 일 년 반 공석(空席) 끝에* 어렵게, 아주 어렵게 부임한 대사 아닌가?

                                            

* 칼을 맞았던 리퍼트 대사가 2017년 1월 이임한 후, 2018년 7월 해리스대사 부임.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