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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안 팔아 · 안 사 5 : 죽창 가(竹槍 歌), 뒷북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30>


 

   국가 간 정상회담은 형식이고, 국가수반의 측근 실무진 사이에 사전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할 때도, 먼저 설득을 위한 물밑작업을 한다.  대부분이 정치초년생이던 자유당 시절, 당시 국회의사당(부민관) 건너편 무교동의 ‘방석집’은, 정계거물의 ‘막후정치판’이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미인들이 다 모인 요정에서, 최고의 인기스타는 젊고 핸섬한 국회의원 YS라고 했다.
 한일국교가 정상화되자, 군사정권 이후 정치인 출입이 뜸해진 빈자리를 양국 무역업자들이 채웠지만, 매출에 한계가 있었다.  물장사들은 임대료가 싼 미아리 등지로 업소를 옮겨, 이제 막 들어오기 시작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보다 대중적인 영업을 개시한다.  우선 뱀 집이 부쩍 늘었다.  정력에 좋다는 독사 탕 한 사발에 하룻밤 술판 플러스알파가 세트 메뉴로, 일본관광객에게 최고 인기였는데, 한국 한량에게는 약간 버거운 가격이었다.  당시 땅꾼에게 들은 얘기.  “한국 손님에게는 왼 마리를 넣고, 왜놈한테는 슬쩍 눈속임해서 반마리만 넣지.  공연히 불쌍한 우리 누이들만 고생할까봐.”  과연 숨은 애국자(?)요, 미아리 ‘기생관광’의 원조다.

 

   일본 원로 정치인 가메이가 한국의원 몇 명과 제주지사를 초쳥, 급격히 냉각된“한일 관계에 대해 편하게 혼네(속마음)를 말하자” 는 만찬자리를 주선하였단다.
 거기서 아베총리 보좌관인 에토 세이이치가 “과거 일본인들이 주로 매춘관광으로 한국을 찾았다는데, 그런 걸 싫어해서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며 온통 시끄럽다.
 필자가 젊은 시절 신주쿠 ‘라디오시티’에서 라이브 쇼를 본적이 있다.  적나라한 섹스공연도 놀라운 데, 진짜 충격은 고교생 입장 할인이다.  호기심을 충족하고 신비감을 없애면, 성범죄가 줄어든다는 접근방식이다.  이차대전직후 미군의 주둔에 앞서 대다수 일본여인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을 상대할 자원(自願) 위안부를 준비한 그들이다.  종주국 중국에서는 그저 유학의 한 분파일 뿐인 성리학을, 조선양반들은 지고지순한 도덕주의로 바꾸어, 결국 독선과 아집의 이분법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는 당파싸움의 흉기로 써먹었다.  나라를 망친 당파싸움의 본질은, 탈레반·명예살인·마흐람의 근본주의와 다를 바 없다.  만찬사건의 전말을 보자.  첫째 ‘간담상조(肝膽相照)’로 털어놓는 이야기는 막힌 곳을 뚫는 첫걸음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얘기를 밖에 나와 나발불고 다닌 자가 문제다.  둘째 에토의 ‘기생관광’은 우리 또래 국민이면 다 아는 ‘과거’의 팩트다.  셋째 양국 간에 풍속업에 대한 시각이 명백하게 다름을 인정해야한다.  일본은 스즈키 총리가 풍속(風俗)업 규제법으로 바로잡았고, 한국은 20여 년 뒤쯤 뒤따랐다.  다만 우리 단속은 풍속(風速)이 태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낮아져, A 급 마담은 룸살롱으로 변신하고, C 급은 3류 집창 촌(集娼村)으로 현장을 지키다가, 김강자 서장의 집중단속 및 선도를 받게 된다.

 

   한·일 경제마찰 유발의 경위에 대하여는 누차 설명한 바 있으나, 정보부족이나 이념에 눈이 가려 판단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화해와 해결을 반대하는 자는 경계해야 한다.  예 컨데 만찬 때 에토의 얘기를, 그것도 “한국을 매춘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편견까지 덧씌워 떠들고 다니는 자는, 분명히 이 갈등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6·25 당시에, 늘 착한 줄만 알았던 머슴이나 지인이 갑작이 붉은 완장을 차고 나와서, 동네 어른들을 마구 찔러 죽인 흉기가 바로 ‘죽창’이었다.
 부적 하나 믿고 죽창을 휘두르며 일본군 기관총 앞으로 돌격한 동학군은, 일본군 단 한 놈 죽이고 15,000명이 전멸했다.  이미 130년이나 묵은 ‘시대착오’주장은, 갈등을 더 부풀려 국민을 수렁에 빠뜨리려는 ‘악마의 빙의(憑依)’가 아닐까?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