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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를 뽑으면 얼굴이 작아진다? 사랑니에 대한 모든 것

[이승훈의 재미있는 입속여행]-⑥


사랑니는 사춘기 전후로 맹출 하는 가장 뒤에 있는 어금니를 의미한다영어로는 wisdom teeth(지치), 의학 용어로는 제 3대구치 또는 8번으로 표기한다. 사랑을 알만한 나이에 나오는 치아. 멋진 이름이지만 사랑니 때문에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애초에 똑바로 나오지 않아서 사람을 괴롭히나?"라고 투덜거려 본 적 있을 것이다.

 

오늘은 사랑니가 똑바로 나지 않아 많은 이들을 괴롭히는 이유, 사랑니의 발거가 꼭 필요한 경우 그리고 사랑니에 대한 잘못된 속설의 순서로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랑니가 똑바로 나지 않고 위의 사진처럼 누워서 나는 이유는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맹출 공간이 부족해 졌기 때문이다.

19세기 산업 혁명 이후 인류의 식생활은 이전의 생식, 채식 위주의 식단에서 화식, 육식 위주로 바뀌었다. 즉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이 이전 보다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이가 아픈 환자가 "김치조차도 먹을 수가 없다"라며 울상 짓지만 생야채를 그대로 먹는 김치나 깍두기는 매우 씹기 힘든 거친 음식이다맛 좋은 고기는 바라지도 않고 소박한 김치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오히려 구운 고기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은 분이 영양 섭취하기 좋은 식품이다.

 

이런 식의 부드러운 음식 섭취는 성장기의 턱뼈 부위의 운동량을 저하시켜서 크기 감소를 야기했다결국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랑니는 나올 공간이 모자라서 수평으로 나기도 하고 아예 못 나오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식생활이 씹는 식감이 강한 등심 부위 보다는 지방이 많고 부드러운 차돌박이, 삼겹살 쪽으로  선호도가 이동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몇 백 년 후에는 현재 제 2대구치(이하 7번 치아)라고 불려지는 치아가 사랑니로 불려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불과 몇 백 년 전까지 인류에게는 4개의 대구치가 있었다는 점과 현재 젊은 사람 중에는 사랑니가 아예 없는 사람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제법 높다.



다음으로 알아볼 것은 사랑니를 꼭 뽑아야 하느냐이다.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뽑아 두는 것이 좋다'가 아니라 '꼭 뽑아야 한다.'에 들어가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2가지이다. 하나는 사랑니가 있는 부위가 염증을 일으키고 있는 경우. 또 하나는 사랑니와 7번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끼고 있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무척 아프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후자는 환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7번 치아를 완전히 망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7번 치아는 음식을 씹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발치 시 임플란트 외에 다른 방법의 수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에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치아 중 하나이다.

 

세간에는 '정상적으로 맹출한 사랑니는 뽑을 필요가 없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수평으로 맹출 되었느냐 보기 좋게 맹출 되었느냐는 발치 여부에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 설령 정상적인 맹출이 되었다 하더라도 음식물이 많이 끼고 환자의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면 발치를 고려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사랑니에 관해 알려진 속설에 관해 알아보자.

 

1.사랑니 때문에 앞니가 삐뚤삐뚤 해졌다.

위 사진을 보면 사랑니가 자라면서 계속 앞으로 밀면 앞니가 삐뚤어지는 것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사랑니의 미는 힘이 앞니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사랑니의 맹출 시기는 대략 20대 중반 정도이고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전진을 멈추거나 속도가 둔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면 앞니가 삐뚤어지는 이유는?

치아는 사용 중에 닳는 것을 보상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맹출 방향과 몸의 중심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맹출 방향으로의 이동은 반대편 치아(대합치)에 가로막혀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몸의 중심 방향을 향한 이동은 공간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면서 이가 삐뚫어지는 것이다. 이것 역시 식생활의 변화로 기존 보다 치아가 적게 닳는데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사랑니 발치 여부와 앞니가 삐뚤어지는 현상 간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치아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는 사랑니를 발치하면 7번 치아가 뒤쪽으로 기울어지는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된다. 치아는 몸의 중심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뒤쪽 치아를 뽑았다고 해서 앞의 치아가 뒤로 기울어지는 일은 드물다.

(*최근에는 사랑니를 남겨 두는 것이 앞니가 삐뚤어지는 것을 미약하게 앞당긴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정도는 경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사랑니를 그냥 두면 쓸모가 많다는데?

 

사랑니는 교정 치료나 다른 이를 상실 했을 때 사랑니를 뽑아서 해당 치아의 자리에 식립하는 transplantation 등의 술식에 이용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줄기 세포 배양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환자의 관리 능력이 좋고 당장 이상 징후가 없는 사랑니는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중요한 7번 치아의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사랑니의 가치가 높지는 않다. 사랑니를 꼭 뽑아야하는 상황임에도 어떻게든 안 뽑을 수 없냐고 간청하는 환자도 있지만 이것은 나중에 비싸게 팔릴지도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자녀를 위험에 노출 시키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3.임신 중 사랑니 발치는?

 

 20대 중 후반의 여성 환자라면 관리 능력에 관계없이 일단 사랑니 발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후에 있을 임신을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임신 중 사랑니가 염증을 일으키면 난감한 일이 발생 할 수 있다.

태아에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는 해도  X-ray 촬영이나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투약 시에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별 문제 없던 사랑니가 임신 시에 있는 호르몬 변화 등으로 인해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자주 있다.

임신이라는 기간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4.사랑니 뽑으면 얼굴이 작아진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미용 목적으로 사랑니 뿐 아니라 다른 이까지 뽑으려는 분들 엄청나게 많을 것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사랑니를 뽑고 나서 얼굴이 작아 보이는 것은 통증과 불편함으로 식사량이 줄어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픈 사람 특유의 혈색 없는 얼굴 역시 얼굴이 작아 보이는데 한 몫 한다.

 

세간에 도는 근거 없는 이야기에 현혹되어서 대가 없이 고생만 하는 일 없길 바란다.

 

같은 환자의 같은 케이스를 놓고도 사랑니 발치 여부에 대한 진단은 의사간에도 제각각 다르다. 외과적인 시술을 선호하는 의사라면 안전하게 뽑아 두자는 진단을 많이 내릴 것이고 신체에 외상을 가하는 것을 최대한 회피하는 것을 선호하는 의사라면 관리를 잘 하도록 환자에게 교육시킨 후 예후를 지켜보자는 진단을 많이 내릴 것이다.

 

따라서 의사간에도 발치 여부가 다를 정도로 진단이 어려운 사랑니에 관해 자가 진단을 내리지 말고 가까운 치과를 방문해서 상담하는 것을 추천 드린다.

 

다음 편에서는 사랑니 발치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과 일선 치과에서 사랑니 발치를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글: 이승훈

필자 이승훈은 단국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수백치과 원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원으로 진료와 더불어

개성이 강한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