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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광 칼럼

'중국이 후진국? 모르시는 말씀~'

[오세광의 중국통신]- ①

 

이제 중국에 온지도 반년이 다 되었다. 한국과는 제도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특히 의료제도 중에서 감염방지 부분은 이곳이 오히려 세계에서 제일 앞서간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의료인들이 고생을 하고, 때론 포기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제도만큼은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인 것이다. 이는 한국의 위정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진료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앞서가고 있고,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한 예로 진료실을 사용하지 않을 땐 자외선으로 공기를 소독해야 한다, 구강외과 진료실은 특히. 멸균기 효능 검증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모든 핸드피스는 멸균하여 매 환자마다 바꿔주어야 한다.
또 가능하면 검진기구 세트는 일회용을 써야 한다. 멸균해서 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일회용을 원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노골적으로 기피하기도 한다. 후진국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한국에서 온 많은 분들이 이런 일로 좌절을 겪었다고 들었다.

 

기술적 이노베이션의 문제

 

한국의 치과의료 현실은 그리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불경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불경기에다 기술적 이노베이션이 더해진 결과이기도 하고, 과도한 경쟁의 단면으로도 보인다. 불경기는 세계적인 것으로 다 아실 것이고, 여기에서 이노베이션이 가져다주는 문제점을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임플란트는 환자에게 적어도 5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는 장기적으로 환자들이 치과진료에 지불해야 할 재화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치과계로 유입되는 경제의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일반 치과진료에 비해 임플란트 수가가 적어도 다섯 배는 돼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임플란트 개당 수가로 600만원을 받을 배짱 있는 치과의사가 몇이나 되겠나.
이런 상황은 임플란트가 포화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치과의사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수요를 소화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치과로 유입되는 돈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다. 유입되는 재화의 량이 이미 30% 이상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고, 이로 인해 치과계는 극심한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다. 안된 얘기지만, 적어도 20% 이상의 치과가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과에 안식년제가 필요한 이유

 

말이 20%지,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계가 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리 지적했듯이, 이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다만 이렇게 빨리 위기가 우리 곁으로 다가 올 줄을 몰랐을 뿐이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미리 여러 가지 정책들을 펼쳤어야 했다. 우선 치과대학의 정원을 줄였어야 했고,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안식년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가 아차 하는 사이 개원가는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리게 됐다. 그 결과 진료수가는 더 낮아지고 그로 인해 채산성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갇히게 된 것이다.
내 생각으론 적어도 5년~4년에 1년은 쉬게 하여 경쟁을 완화하고, 진료수가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임플란트보다도 낮아진 한국의 임플란트 수가를 보면 개원가의 경쟁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때문에 지금이라도 안식년제를 도입해 치과의료기관의 숫자를 줄여 나가야 한다. 안식년제를 도입하면 치과의료 구조에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당연히 문제도 많겠지만, 그래도 이 모든 걸 감수하더라도 공멸하지 않으려면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중국진출, 곳곳이 함정

 

기술개발의 그늘에 있는 치과의사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를 위해, 인술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그 화살이 스스로를 향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나.
과도한 경쟁과 이노베이션은 결국 많은 양질의 진료인력을 남아돌게 만든다. 그 인력을 해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경쟁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중국은 경제 개발로 인하여 치과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잠재수요 만큼은 어마 어마하다. 누군가가 이 잠재수요를 개발해야 중국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고, 건강해질 수 있으므로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진출 얘기를 잠깐 해 보자.
한국 의사가 중국으로 진출하려면 진출에 장애가 되는 장벽을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 나의 경우 중국에서 처음으로 시인민의원과 합작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시인민의원은 중국에서 가장 높은 의료기관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병원과 같다.
잘 아시겠지만, 실패의 여집합이 곧 성공은 아니다. 실패의 여집합에는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을 수 있다. 중국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분과 안전 보장이다. 이미 중국당국은 불법 치과의사를 색출해 추방하기 시작했고, 상당수의 치과의사가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제도를 모르기도 하고, 문화를 모르기도 하며, 언어가 장벽이 되기도 하는데, 여기서의 불법이란 소위 행위면허, 즉 임시면허 없이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할 수 없는 비자를 갖고 들어와 취업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한동안 북경에서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하기도 했었다.
또 하나, 합작을 하려면 현재의 법규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필요로 한다. 이를 맞출 방법이 없을 경우 그 다음은 편법인데, 이 경우에도 문제로 삼으면 다 문제가 된다. 함정이 수두룩하다는 말이다.

 

필자 오세광 원장은 우리나라 병원감염방지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이 분야의 태두로, 3년여의 준비 끝에

중국 허난성 안양시와의 합작에 성공, 그곳 인민의원에

구강의원을 개설하고 6개월째 진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