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권훈 칼럼

소아치과 방송 : WIIFM & WIIFT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③

 

소아치과 의사는 영어로 Pediatric Dentist이고 약어로는 P.D.이다.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을 또한 P.D.(Producer 또는 Product Director)라고 한다. 두 직업은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하지만 방송국 피디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처럼 치과에서 피디도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여 아이들에게 신뢰와 건강을 선물한다는 점에서는 지향점이 같을 것이다. 12일이나 무한도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 P.D.의 상상력이 필자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만약 필자가 방송국 P.D.처럼 소아치과에 관한 세미나를 준비할 기회가 생긴다면 세미나 제목을 소아치과 콘서트로 정하고 싶다. 왜냐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콘서트란 단어로 검색해 보았더니 철학, 과학,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회계학, 수학, 천문학, 인문학등이 콘서트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 중에 하나인 법학도 법률 콘서트란 이벤트를 통해서 국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법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상상속에서 개최한 소아치과 콘서트에 가수 이승철을 꼭 초청하고 싶다. 소아치과 진료실의실제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하는 노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진료하다보면 이런 대화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아이들 : 윙소리 나는 것 하지마. / 진료진 : 그럼 (울음)소리내지마.

아이들 : 안전밸트 하지마. / 진료진 : 그럼 움직이지마.

아이들 : 잠깐만요. 할 말 있어요. / 진료진 : 얘기하지마.

아이들 : (동생이)기구를 만지러 다가온다. / 진료진 : 위험해요. 다가오지마.

보호자 : 우리 여기 앞으로 절대 오지말자. / 진료진 :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필자는 이 노래의 가사를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아이의 울음 소리는 괜찮은데 보호자의 핸드폰 벨 소리는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몸을 움직여도 치료할 수 있는데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대면 OTL. 아이가 물어보는 것은 대답할 수 있겠는데 엄마가 행동조절 한다고 떠들면 집중이 안된다. 진료중인데 동생이 다가오면 그러면 안되요라고 말하지만 아빠가 머리를 시술부위에 드밀면 지독한 담배냄새 너무 싫다. 내가 먼저 안녕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별을 말하면 절대 안되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그래도 계속 만나자. 임상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치과에서 치료받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마치 아이가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는 아우성과 흡사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승철의 노래가사처럼 소리내지마, 움직이지마, 얘기하지마를 치과에서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치과에서는 아이가 치료받을 만하고 다음에 또 치과에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계발해야 할 것이다.

 

소아치과 진료를 위해서는 아이와 보호자들에게 두 가지 종류의 방송을 제공해야 한다. 첫 번째 방송은 WIIFM(What's In It For Me)이다. 그 뜻은 그 안에서 내 것은 무엇이지? 그것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정도로 해석된다. 나 중심적인 생각만을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우리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일단 내 편으로 만들어 놓고 진료를 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보호자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이 치료를 받으면 나에게 무엇이 좋을까? 이 치료 정말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거야? 특히 소아치과 진료는 치료 받을 사람이 본인이 아니고 아이들이기 때문에 WIIFM 방송은 정말 중요하다. 다시말하면 보호자 즉 엄마의 치료 동기를 유발해야 효과적이고 장황한 설명은 비효과적일 수 있다.

 

1. 효과적인 몇 개의 단어만을 사용하면 좋다.

: (치료로 인한)고생 및 통증, 교육(저작을 통한 두뇌의 성장과 발달), 성장(충치 많으면 저체중, 작은 키), 자신감(전치부 심미성 결여), 발음장애(전치부 조기 상실)

2.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 아이의 치아를 치료하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3. 엄마의 Needs(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 획일적인 치료 계획보다는 개개인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계획으로 접근한다.

 

두 번째 방송은 WIIFT(What's in it for them?)이다. 특히 보호자들과 치료계획에 대하여 상담을 할 때 이 방송은 특히 유효하다. 권유하는 치료 안에서 그들에게(부모와 아이) 돌아가는 혜택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호소력 있고 명확 간단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또한 이 치료계획이 환자를 위하여 충분한 배려를 했는가에 대해서도 자문해야 한다. 만약 치료계획이 그들에게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치료계획이 수립된다면 당연히 치과에도 득이 많을 것 이다. WIIFT의 세 단계 과정을 유구치 크라운과 불소 바니쉬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1. 제시된 치료 계획에 대한 특징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유구치 크라운 : 아이가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다.

불소 바니쉬 : 정기적으로 도포하면 충치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2. 환자의 제반여건을 충분히 듣고 배려한다.

유구치크라운 : 충치가 제일 심한 부위는 크라운으로 나머지는 충전이라도 꼭 해야 한다.

불소 바니쉬 : 3개월에 1회씩이 좋으나 6개월에 한번씩 이라도 도포해야 한다.

 

3. 환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언급한다.

유구치 크라운 : 재치료의 가능성이 2%미만입니다.

불소 바니쉬 : 아이의 치과에 대한 반응이 좋아집니다.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


HOT Chart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