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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은 후에 더 아파지는~ 이건 뭐지?”

[재미있는 입속여행]③

[환자 이야기] 이가 시큰거려서 동네 병원을 갔다. 역시나 이가 썩었다고 했다. 금이니 레진이니 비싼 걸 권하길래 볼 것도 없이 보험이 되는 아말감으로 하라고 딱 잘랐다. 그런데 이 놈의 치과의사가 싼 걸로 치료하기가 싫기는 싫었나 보다. 이를 깎다가 순간적으로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프게 하더니만 충치가 깊어서 신경 치룐지 근관치룐지를 하고 씌워야 한다나?

여태까지 조금 밖에 안 아프던 이가 왜 갑자기 아플 것이라는 건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고 처음에 만 원도 안 하던 진료비가 갑자기 40만 원이 넘어가는 것도 정말 짜증이 난다. 그래도 안 하면 오늘밤에 무지하게 아플 거라고 협박을 하니 견뎌낼 재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바늘 같은 걸로 콕콕 쑤시는 그 느낌은 꿈에 나타갈까 겁난다. 거기에 이를 씌우느라고 생돈까지 들어갈 거 생각하면 아무래도 이 놈의 의사가 일부러 병을 키우는 진료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장 흔한 치과 질환 중 하나인 풍치(잇몸병)에 관해 살펴 봤으니 이번에는 충치의 차례이다. 충치에 관해 환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불만을 표현하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조금만 썩어도 너무 비싼 진료비에 대한 의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처음 충치로 치과를 찾아왔을 때는 별로 아프지 않던 충치가 치료를 받은 후에 더 아파지는데 대한 항의다. 

그래서 이번에는 4번에 걸쳐서 우선 충치치료 과정에서 동통이 더 심해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 본 후 흔히 신경 치료로 알려진 근관 치료, 충치 치료에 사용하는 재료들의 특징의 순서로 이야기해 볼 계획이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치료를 받은 후 치료 전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아픔을 줄이기 위해서가 가장 크다. 하지만 의사는 아픔이 아닌 병을 치료하는데 중점을 둔다. 아픈 것은 하나의 증상이고 병은 그것의 원인이다. 

문제는 원인이 있다고 해서 꼭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원인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까지 있다. 결국 환자가 병원을 찾은 목적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이 '유사'할 뿐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단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야기한다. 

이는 같은 환자를 여러 병원에서 '견적'을 뽑게 해서 병원 별로 엄청난 차이가 남을 강조하는 식의 비판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오늘은 치과에서 환자와 의사간의 소통 부재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진단 특히 충치의 존재 유무와 진행 정도에 대한 진단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충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치아의 내부 구조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가 필요할 듯 하다.




치아의 내부구조는 헬멧을 쓰고 있는 사람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겉에 있는 법랑질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데 헬멧과 마찬가지로 감각을 느낄 수 없다. 식사 중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 역시 이 덕분이다. 그 안에 있는 상아질은 인간의 머리와 비슷하다. 안쪽의 치수는 치아에 신경과 혈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뇌와 비교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될 것이다.
 
충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치가 어디까지 전달 되었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서 거기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다.

치아의 내부구조는 헬멧을 쓰고 있는 사람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겉에 있는 법랑질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데 헬멧과 마찬가지로 감각을 느낄 수 없다. 식사 중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 역시 이 덕분이다. 그 안에 있는 상아질은 인간의 머리와 비슷하다. 안쪽의 치수는 치아에 신경과 혈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뇌와 비교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될 것이다.
 
충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치가 어디까지 전달 되었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서 거기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다.



충치가 법랑질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헬멧에만 구멍이 난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환자는 거의 동통을 느끼지 않는다. 이때는 더 이상 충치가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예방치료만 시행하거나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면 인공물로 해당 부위만 수복해 주면 된다.


만약 충치가 치수까지 전달이 되었다면(왼쪽 사진) 환자는 큰 고통을 호소할 것이다. 이 때 해당 치아는 수명이 다 했다고 보고 감염된 치수 조직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고 내부를 채우는 근관치료(신경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 치아는 형태는 유지되지만 생명은 없는 죽은 나무와 같은 상태가 된다. 비록 살아있는 치아는 아니다 하더라도 치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저작에 있는 만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환자는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않는데(오른쪽) 충치가 여기까지 진행된 치아는 신체 내에서 세균에 의한 감염 위험을 높이는 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발치해야만 한다.

가장 진단이 어려운 경우는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상아질까지 충치가 도달했을 때이다. 이 경우 의사마다 진단이 달라지고 그 진단과 선택에 따라 치료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람이 머리를 다쳤다면 어떻게 치료할지 생각해 보자. 경미한 상처라고 판단되면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로 막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그 보다 조금 더 심하다면 실과 바늘로 꿰매거나 피부 이식을 시행할 것이고 이 단계를 넘은 충격이었다면 뇌에 직접 충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뇌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아질까지 충치가 침범하였을 때는 가볍게 위를 덮거나 해서 끝낼 수도 있고 충치가 깊다고 판단되면 치수를 보호하는 약제를 깔고 나서 위를 덮을 수도 있고 치수에 너무 가까운 부분까지 충치가 침범했다고 판단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근관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뇌를 담당하는 신경외과 의사에 비해 치과의사가 불리한 이유는 CT와 MRI로 상당량의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신경외과에 비해 X-ray로 알 수 있는 치아 내부의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충치라고 하는 현상은 세균과 그 부산물에 의해 치아의 경조직이 탈회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탈회가 30~40%까지 진행되기 전에는 방사선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가 눈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깥의 상황일 뿐이고 그나마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X-ray 역시 부정확한 상황. 결국 직접 충치를 제거해 보기 전까지는 정확한 충치의 정도를 알 수가 없다. 가벼운 충치로 예상하고 충치를 제거하는데 다 제거하고 보니 신경까지 닿을락 말락하는 상황이라면 의사 입장에서 참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한다.


상아질까지 진행된 충치는 대부분 약간의 불편감 정도일 뿐 심한 동통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충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기계적인 자극은 내부의 치수를 괴사시켜 동통을 유발할 수 있다.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왔는데 치료 전 보다 아픈 정도가 더 심해졌다면 누구라도 치과의사의 잘못된 진료 탓으로 여길 것이다. 미리 근관 치료를 시행한다면 그 아픔을 막을 수도 있지만 2단계 수복 치료만으로도 불편감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


결국 치과의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과감하게 3단계 진료인 근관치료로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2단계 치료를 시행하고 나중에 치아에 통증이 느껴지면 그때 근관치료를 해야한다는 조금은 구차한 설명을 할 것인지를. 그리고 이것이 각 치과 마다 진단과 진료비가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충치의 진행 정도를 명확하게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의사 마다 진행 정도를 다르게 볼 수 있다. 또 같은 진단을 가지고도 의사의 취향이나 환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진료법을 택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이해한 독자분이라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매한 경우 바로 3단계 진료인 근관 치료로 넘어가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다음 주에는 근관 치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 이승훈

필자 이승훈은 단국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수백치과 원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원으로 진료와 더불어

개성이 강한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