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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유치 오형제 이야기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②

 

당나라 최고 시인 이백의 장진주사에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이란 구절이 있다. ‘하늘이 나를 낳아 주셨으니 반드시 쓰일 곳이 있으리라’는 말이다. 필자는 소아치과의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나의 재능이 우리 아이들의 구강보건 향상에 유용한지를 자문해본다. 유치열 호(號)가 안전한 항해를 통해서 혼합치열기라는 경유지를 거쳐 건강한 영구치열에 도착하도록 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책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유치는 어차피 교환될 치아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앞에서 인용한 이백의 구절을 이렇게 변경하여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天生人乳齒必有用(천생인유치필유용) 하늘이 인간에게 주신 유치는 반드시 쓸모가 있으니 유치 치료에도 꼼꼼함과 신중함을 발휘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도리라고 말하고 싶다.

 

다섯 손가락을 깨물어 보면 이 중에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다섯 손가락의 모양과 길이는 다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하는 일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없다면 무척 불편할 것이다. 만약 치과의사가 진료하는데 꼭 필요한 두개의 손가락을 꼽으라면 어떤 손가락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핸드피스를 잘 파지하기 위해서는 엄지와 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가락 한 개를 더 추가한다면 중지를 꼽고 싶다. 이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이 모두 소중하지만 중요한 정도에 따라 순위를 정할 수 있다.

 

유치에는 다섯 개의 치아가(A, B, C, D, E) 있다. 각자 자기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기에 이것 역시 모두 소중하다. 임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치아 두 개를 지목하라면 유견치와 제2유구치를 지명하고 싶다. 유치열에서 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 유견치와 제 2유구치는 가능하면 좀 더 보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만약 두 치아가 조기에 상실되면 교합 유도의 붕괴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있다라는 말처럼 평생 치아 건강은 유치 오형제가 지킨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주로 유치 오형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유부남(치를 지런히 진료하는 )의 마음으로 각각의 특징과 임상적 고려 사항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2유구치 = 엄지 = 권력

: , 하악 제 2유구치의 원심면에서 근, 원심 관계를 “Terminal Plane"이라 하고 나중에 Class I, II, III로 분류가 된다. 특히 제 1대구치가 맹출 하기 전에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 가능하면 제 2유구치에는 가장 High Quality of Care가 제공되어야 하고, 심하게 파괴된 경우라도 좀 더 보존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만약 제 1대구치가 교합 레벨까지 맹출 한 경우라면 고민 없이 발치 후 간격유지 장치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유견치 = 검지 = 지식

: 주지하다시피 유견치는 전치부와 구치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안모에도 큰 영향을 주는 치아이다. 임상에서 충치로 인하여 심하게 파괴되거나 전치부의 공간 부족으로 조기 탈락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유견치가 조기에 상실되면 하악 전치부의 설측 맹출로 인하여 악궁의 길이가 더 짧아질 수 있고, 편측 상실이라면 정중선의 부조화가 발생되어 안모 비대칭까지 야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견치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정학적 지식이 많아야 할것이다.

 

<주의사항> 유견치와 제 2유구치의 치근단에 염증까지 발생한 경우에는 발치가 최선의 치료법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차선의 방법으로 근관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는 정기적인 방사선 사진 촬영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보고에 의하면 유치의 치근단에 염증이 13개월 이상 지속되면 하방에 있는 계승 영구치에 비가역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유구치 = 중지 = 능력

미국 Creighton 치과대학의 Taylor 교수 말에 의하면 “Nobody in the world does Endo. on primary 1st molar"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제 1유구치 에서는 근관치료의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치하고 간격 유지 장치를 하는 게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의료 소송이 살벌한 나라에서는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나쁜 치과의사로 낙인찍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 1유구치 근관치료에 관한 한국식 접근 방법은 진인사대천명하고 보호자에게 염증의 재발로 인한 발치 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제1유구치는 1급 와동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수복물의 교체율이 75%나 된다고 한다. 1유구치를 치료할 때 땜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재치료를 받게 되어 보호자에게 가운데 손가락질을 받을 지도 모른다.

 

유중절치 = 약지 = 결혼(약혼)

첫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데려와 윗니가 좀 틀어지게 난다며 교정을 문의하는 엄마부터 상악 유전치부에 피고름이 철철 흐르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앞니는 언제 빠지죠?”라고 물어보는 한심한 엄마까지 다양한 경우들이 있다. 특히 상악 유중절치는 심미적인 문제로 인하여 아이의 자신감 결여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게 있다. 유중절치를 손가락과 연결시켜 말하면, 네 번째 손가락에는 약혼이나 결혼반지를 착용한다. 요즘 배우자 선택의 잣대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외모가 대세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유중절치에 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 심미적인 부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유측절치 = 소지 = 사랑

다섯 번째 손가락은 애인을 말할 때 사용된다. 애인은 있으면 머리 아프고 없으면 가슴이 아픈 존재일 뿐이다. 필자는 유측절치가 새끼손가락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다. 유측절치는 기형치(쌍생, 융합)를 보이거나 선천적으로 결손된 경우가 많다. 기형치를 보인 경우에는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서 계승 영구치의 정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결손된 경우라면 향후 교정치료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사항> , 하악 유전치부까지 충치가 발생한 경우, 전체적인 치료계획은 좀 더 적극적(Radical)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런 경우에는 우식활성도가 높고 충치의 재발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치료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이다.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