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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완 칼럼

불임, 이제 남자가 나서라!

[조성완의 고개숙인 남자]-⑨

 

아무리 사랑이 넘치던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씌인 콩깍지도 떨어져나가기 마련이다. 안보이던 단점들도 보이고 섹시해 보이던 몸도 점점 망가져 가다보면, 20~30년씩 두 사람만의 사랑을 과시하는 부부는 아름답다는 칭찬보다는 유별나다든가 주책이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이럴 때 자녀들이 부부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아이가 없는 부부는 그만큼 부부생활의 한 기둥이 없으니 생활도 단조롭기도 쉽고 다른 부부들과 대화도 원활하지 못 할 수 있으며 더 각별한 사랑이 필요하곤 한다.

 

1년 이상 부부가 자녀를 가지려고 노력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 불임부부라고 하고, 보통 7쌍 중 하나 꼴이라는 통계가 있다. 불임의 원인을 찾으려면 부부 각각이 특별한 이상이 없나 확인해봐야 하는데, 보통 여성만의 문제가 50%내외, 남성만의 문제가 35%내외,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문제가 있거나 각각은 문제가 없는데 둘 사이에 맞지 않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등이 15%내외로 알려져 있다.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칠거지악 운운하며 여자만 죄인취급을 받던 시절에도 직접 간접적으로 합쳐 약 반수에서는 남자도 책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소박맞았던 선조할머님들이 들으시면 땅을 치고 안타까워하실 일이다.

 

요즘처럼 의학이 발달해 남자의 정자를 뽑아내 여자의 난자에 주사로 심어 수정을 시킬 정도로 기술이 좋은데도, 아직 주변에 불임부부가 제법 많은 것을 보면 문제가 해결되는 반대편에서는 다른 문제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자를 만드는 고환은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로 사람의 중요한 뇌와 정액의 일부를 만드는 전립선과 함께, 외부에서 균이나 해로운 물질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게 피가 걸러지는 안전구조로 보호받는다.

그러나 요즘처럼 수많은 환경인자와 공해 등이 정자의 기능을 약화시키기도 하고, 성관계로 인한 감염질환으로 정자의 통로가 막힌다거나 볼거리 바이러스, 방사선 등등의 유해물질이나 혈관의 이상 등으로 고환의 기능이 망가져 임신에 필요한 정자가 충분하지 못 할 수 있다.

 

문제는 아기가 생기지 않고 양가 어른을 포함해 주변에서 아기에 대한 질문이 잦아지면 언제나 속이 타는 것은 아내 쪽이고, 혹시 모를 자신의 이상을 바쁜 척 숨기기 쉬운 남자는 잘 나서지 않는데 있다.

비뇨기과를 찾는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가 이미 부인과에서 여러번 검사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본 것은 물론이고, 부인이 울고불고 설득해 병원까지 따라붙어 어린애처럼 투덜대며 끌려오다시피 버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아내의 눈에서 읽히는 서운함을 왜 읽지 못하는지 너무나 안타깝다.

조금만 미리 신경 써 주고 적극적인 모습만 보이면, 서로의 사랑과 신뢰를 충분히 지킬 수 있을텐데 거의 원수가 될 때까지 병원오기를 겁내는 남편들이 원망스러운게 당연하다.

 

임신이 잘 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남편이 할 일은 3-4일 이상 금욕하고(자위행위나 성관계를 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간단한 정액검사를 하면 된다.

첫 번째 검사가 정상이면 상관없지만,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들쑥날쑥할 수 있어 두세 번에 한번만 괜찮아도 정상이니, 한 번의 검사만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정액검사에 반복해서 문제가 있더라도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자연적인 임신이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와 같은 시술이든 두 사람의 정자와 난자로 잉태된 아기가 생기게 도와줄 방법은 얼마든 열려 있는데, 보다 남자답게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글: 조성완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