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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정태성 치전원장이 심는 ‘인문학이라는 씨앗’

신입생에게 책 선물…“소양 갖춘 치의돼주길”

 

치과의사들에 대한 사회 윤리적 문제가 유난히 부각되는 요즈음, 새내기 예비 치과의사들에게 인문학적 화두를 던져주는 스승이 있어 화제다.

 

바로 부산대학교치의학전문대학원 정태성 원장이 그 주인공. 정태성 원장은 지난해부터 치전원 신입생들에게 책을 선물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의료인 윤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내과의사 로렌스 A 사벳이 쓴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를 선물했다.

 

무엇보다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으로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는 정 원장은 이런 사람이 돼 달라는 당부의 의미로 이 책을 건넸다고 한다. 학생들이 책 읽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일단 책을 읽고 난 뒤에 반응은 좋았다고. 표절교육을 겸해 학내 자체 개발한 표절방지 프로그램을 돌려본 결과, 베껴서 낸 독후감은 없었다고 한다.

 

정태성 원장은 질병이라는 자체가 연극이라면 주인공은 환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연출, 각본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말로 의사로서의 겸손한 소양과 본분을 강조하며 “30년간 지켜보니까 쉬운 작업은 아니다. 미래의 키워드 하나 정도는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책을 선물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부산대치전원생들의 동의를 얻어 치전원들의 독후감 두 편을 소개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조정현 학생

 

어느 때였을까, 나이가 들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나만의 생각에 빠져 내가 가진 기존의 틀로 보이는 것을 해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이미 내 머리 속에 갖춰진 scheme에 맞지 않는 정보는 이미 차단해 버리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나를 보며 놀라곤 했다.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서도 이미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희망적인 미래만 바라보며 내가 앞으로 마주치게 될 현실을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13학번 신입생 OT 때 원장님께서 선물해 주신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라는 책의 번역판 제목을 보고 처음으로 떠올린 것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Alfred Marshall이 언급했던 “a cold head and a warm heart”였다. (중략)

 

글을 읽고 나서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은 현재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지인들의 현실적인 고충과 이상적인 의사로서의 모습 사이의 괴리이다.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들과 저자가 30년 동안 의사로서 고민을 하면서 얻어낸 지침들이 책 속에 담겨져 있지만, 실제로 개원하여 진료를 하게 되면 마주치게 될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풀어 낼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소 4년 후... 과연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개원의의 입장보다, 시점을 더 가까이 가지고 와 1달 후에 닥치게 될 중간고사를 떠올리면, 그 방대한 학습량에 짓눌려 모든 학문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그 근본을 잊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러운 면도 있다. 의학도가 되기를 갈망하던 20살 무렵을 돌이켜 보아도,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지 나에게 치료를 받게 될 환자에 대한 부분은 관심사에서 제외되어 있던 것 같다. - 사실은 책을 읽기 전인 최근까지도 - (중략)

 

“아버지는 언젠가 자신이 기술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제는 치료자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아버지가 최우선으로 둔 것은 그의 일이 아니라 그가 돌본 사람들, 즉 환자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략) 치료에 필요한 기술은 과학이며, 치유에 필요한 것은 예술이다. 물론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는 치유라는 예술의 기반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한 어떤 학생의 관찰 내용을 통해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의사가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환자의 병이 아닌 환자 그 자체이며, 다른 모든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사-환자 사이의 좋은 관계는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다. 본서를 읽으면서 단순히 기술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유시킬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기초적인 마인드를 확립할 수 있었다.

 

 

<그대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내’가 있을 것입니다.>

 

이정하 학생

 

로렌스 A 사벳 저


미국의 내과의사로 매사추세츠 등지에서 30여년간 환자를 돌보았으며, 미네소타 의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 워크숍 진행 등을 통해 의학의 정신사회적 차원과 의사-환자 관계를 교육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외에도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부 학생들 및 의사 외의 보건의료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가르쳤다.


그대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내’가 있을 것입니다.

 

‘2012년 10월 23일은 전 국민을 비롯하여 현직 치과의사, 예비 치과의사에게 큰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치과의사가 환자를 폭행’했다는 이슈가 알려지고 국민들은 마녀사냥하듯 치과의사에게 가슴에 비수가 될 수 있는 마음 아픈 말을 서스름없이 하였다. “돈은 돈대로 많이 받는, 환자를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있는 치과의사...” 이러한 말은 장차 치과의사가 될 나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겉으로 보면 치과의사 입장에서 억울하고 답답하며 화가 날만한 말이다. 하지만 양파의 껍질을 까듯이 속사정을 깊이 살펴보면 이는 시한폭탄과 같이 예견된 일이었다고 판단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치과의사에게 ‘인문사회 치의학적 사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일단 치과의사 스스로 채찍질하고 반성할 시간이 필요한데, 치의학을 공부하는 동안에는 이러한 일이 있을 경우 반성하게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고를 확립시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이제 막 치의학에 발을 내딛는 나에게 이 책이 인문학적 사고를 완벽하게 확립시키도록 해줄 순 없을지라도, D.D.S - Ph.D 과정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사고를 확립시켜줄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우리 학교의 목표부터 정독해보았다. 그리고 목표와 책 내용을 연결시켜 이해를 해보았는데, 목표와 지은이가 책에서 주장하는 인문학적 주제들이 대부분 일치하였다. 특히, 학교목표 중 ‘행동과학적사고-대인관계와 의사소통’과 책 내용 중 ‘환자에게 귀를 기울이고 환자로부터 배우기’라고 언급한 부분이 잘 부합되었다. 치과의사 폭행 사건이 일어난 원인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들 수 있는데, 앞에서 말한 인문학적 사고가 미리 함양되어 있었다면 충분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문사회 치의학적 사고 함양, 진단과 포괄적 치료계획수립과 같은 학교 목표가 지은이가 마치 우리학교 목표를 먼저 읽고 책을 쓴 것같이 책 내용과 아주 잘 일치하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우리학교 교육과정이 내가 꿈꿔왔던 의사상이 될 수 있도록 나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중략)

 

학부 시절, 사범대를 다니면서 제자들 보다 비록 훌륭한 점이 많지 않았지만 나의 지식으로 가르침을 전달하고 그 소중한 가르침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 볼 수 있는 현안을 키워나가는 제자들을 보며, 목이 아프고 다리가 아파와도 여기에서 오는 뿌듯함과 기쁨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 나는 치의학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문학적 사고를 전달하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헤르메스와 같은 존재가 되려고 한다.

치의학의 미래가 앞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매스컴은 물론 주변지인들도 말한다. 앞으로 더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나의 판단을 흐리도록 하는 말들이 자주 나의 귓가에 오르내릴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P.369) '최고의 교수는 그의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학생들도 좋아한다.‘ 라는 문구를 앞으로 나의 motive로 삼으며 흔들리지 않고 제자들에게 나의 가르침을 전달 할 것이다. (중략)

 

환자는 의사의 스승이요, 학생은 교수의 스승이다. 그들과 눈을 나란히 하지 않고 내 갈 길만 간다면 아무리 인문학적 사고를 완벽히 겸비하여도 그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전달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과 생각을 같이하고,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현인이 되도록 노력하자 라는 다짐을 하며 인문학에 심취해 있는 나에게 잠시 휴식시간을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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