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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칼럼

(소아)치과 개원의들의 네 가지

[권훈 원장의 소아치과 에세이]-⑧

  • 권훈
  • 등록 2013.04.01 10:18:12

 

성공적인 개원은 모든 치과의사들의 로망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개원의 성공이란 첫째, 수입이 높을 것 둘째, 자동차 배기량이 높을 것 셋째, 집 평수가 높을 것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이것을 성공이라 하기엔 뭔가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혼여성들이 결혼의 조건으로 꼽는 소득이 높을 것, 학력이 높을 것, 신장이 높을 것과 같은 三高(삼고) 역시 앞에서 언급한 성공적인 개원처럼 뭔가 어색한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삼씨(3C)이다: Comfortable(편안한 사람이 좋다), Communicative(가치관도 비슷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 좋다), Cooperative(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좋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3C가 성공적인 개원의 징표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1. (원장, 환자)편안하게 진료하고 진료 받고, (직원)편안하게 근무하면 태평성대(太平聖代)이다.

2. 원장, 직원, 환자가 서로 가치관도 비슷하고 말이 통하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다.

3. 원장, 직원, 환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도우면 상생경영(相生經營)이다.

 

필자는 성공한 치과의사보다는 행복한 치과의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또한 그렇게 되고 싶다. 성공한 치과의사가 되기 위하여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얻는 것이 무엇인들 진정한 성공일까? 과연 행복할까? 스스로 반문해 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행복이란 성취/욕망이라고 정의하였다. 다시 말하면 성취하는 게 많을수록 얻고자 하는 게 적을수록 행복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분모인 욕망을 줄이기보다는 분자인 성취만 늘려서 행복해 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진료를 마치고 동네 치킨 가게에서 포장해 간 통 닭 한 마리에서도 온 가족이 단란하고 큰 행복감을 느낄 수 도 있을지 모른데도 말이다.

 

치과의사는 몇 년 동안 개원의로 활동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귀한 대접받으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림잡아 30년 정도는 될 것 같다. 그러므로 개원 생활에서 조급함을 느껴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치과 개원의가 된 후 씨는 뿌릴 생각도 않거나 뿌리지도 않으면서 씨를 거두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개원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치과를 개원한 후 어떻게 사는 것이 30년이라는 세월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고정희 시인의 사십대라는 시 구절에서 모범 답안을 찾을 수 있다. 씨 뿌리는 20, 씨 가꾸는 30, 뿌린 씨 거두는 40대라고 한다. 치과 개원의가 된 후 처음 10, 중간 10, 마지막 10년도 이와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 처음 10년은 재력보다는 경력(경험)을 쌓는데 전력투구 하고, 중간 10년은 자신만의 차별성과 전문성을 가지도록 집중하고, 마지막 10년은 임상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치과의사로써 정점에서 봉사하는 여유로움과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보인다면 괜찮은 치과의사 인생이 아닐까 싶다.

 

치과를 개원하면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사회 지도층대접(?)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치과 개원의는 그 치과의 최고 리더가 되어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들이 많아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로마제국을 통치한 아우렐리우스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 등을 꼽았다. 필자는 이 네 가지를 성공하면서 행복한 치과 개원의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네 가지 요소들을 음미해보면 느끼고 반성할 수 있는 점이 많을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1. 지혜(Wisdom):

치과의사는 성공적인 개원을 위해서 너무 치의학적 지식예를 들면 임상 기술 연마에만 연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중요하지만 수많은 치과들 중에서 자신을 눈에 띄게 하기에는 너무 평범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앞으로 좋은 스펙과 숙련된 임상 실력을 갖춘 치과의사들은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만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임상 뿐 만 아니라 비임상 분야에 까지 두루두루 폭넓은 지식을 연마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샘 힐의 저서 <60 Trend 60 Chance>에 의하면 우리는 점차 무례한 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에 예의범절과 정중함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치과에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예의범절을 깍듯하게 갖추고 응대하는 것이 차별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정중함과 예의범절이 치과의사의 말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베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경쟁력이고 성공적인 개원을 위한 자산이라 생각된다.

 

2. 정의감(Justice):

치과 개원의들이 꼭 지켜야 할 법들을 나열해보면 의료법, 세법, 국민건강보험법, 노동법, 폐기물 관리법, 정보통신법, 소방법등 법률을 공부하기 위하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최근에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치과 개원의와 관련이 있다. 이 법을 어긴 경우에는 10년간 의료기관 운영은 물론 취업도 할 수 없게 된다. 조금이라도 한 눈 팔았다가는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당할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면허가 정지되거나 박탈될 수 도 있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법이기에 이러한 법들을 지켜야 정의로운 치과개원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책 한 권으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성찰하게 하였다. 정의감이란 옳고 그름을 따져 옳은 것을 선택하고 그른 것을 잘라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물론 정의감 앞에 놓여 있는 유혹 또는 불리함이라는 적들을 내치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의감 있게 사는 길에 방해될 수 있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 안에 있는 것 같다. 시인 조병화님의 나 하나 꽃 피어시 구절을 개원의로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3. 강인성(Fortitude):

치과 개원의중에는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난관에 부딪히게 된 경우 최악의 선택을 하여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들이 종종 있다. 게다가 개그 콘서트 정여사같은 환자들이 날로 늘고 있어 치과 개원의에게 강한 멘탈이 요구된다. 한발 더 나아가 멘탈 트레이닝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사전적 의미로 강인성이라 함은 어려움, 역경, 위험 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인 힘이다. 치과 개원의가 되면 장미빛 인생이 앞에 펼쳐지기도 하지만 사방도처에 가시와 지뢰들이 숨어 있다. 개원 생활에서 이러한 것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지혜와 정의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나오는 절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가시에 찔리거나 지뢰를 밟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정말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명언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4. 절제력(Temperance):

고린도 전서 925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라는 구절은 절제력의 중요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절제력은 욕망이나 유혹을 자르고 나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성경에서처럼 모든 일에 절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4시간 정도 욕망 또는 유혹과 싸운다고 할 정도로 항상 시험 속에 살고 있다.

 

치과 개원에서도 절제력을 시험하는 마시멜로 실험은 매일 반복되고 있다. 치과 개원의에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자제력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의지력은 꼭 필요한 것 같다. 검소한 생활을 기반으로 절제력을 갖춘 치과의사는 이기기를 다투는 경쟁의 세계에서 승리하여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 약력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소아치과 수련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겸임교수
미래아동치과 원장
대한소아치과학회 광주, 전남 지부장
hoonkweo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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