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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실버 통신 6 : 조율과 재활용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53>

 

   2016년 12월 광화문 촛불집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니 오늘은 조율을 이루어 보자면서 가수 한영애가 노래한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돌아가고 싶은 그 옛날은 도대체 언제를 말하는가?  오공 시절?  유신시절? 자유당 때?  일제 강점기?  왕이 즉위하면 원·명·청에 허가를 얻어야하고, 처녀 총각은 노비로 끌려가며, 열심히 조공을 해도 툭하면 쳐들어와 짓밟던 고려·조선 시대?  평화의 역사는 환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50년 전 군사독재 잔재로 규탄하는 굿판이니, ‘행복한 시절’은 분명히 5·16 전일 텐데, 당시는 국민소득 $80에 문맹 80%,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보릿고개 시대였다.  부황난 지게꾼이 서울역에서 염춘교까지 늘어서고, 양동 골목에는 미군부대 잔반을 끓인 꿀꿀이죽을 사먹으려고 줄을 섰다.  가수에게 출연료를 제대로 주는 곳도 미 8군 무대뿐이요, 삼시세끼 찾아먹게 된 첫 해가 1976년이었다(쌀 自給).  수천 년을 대륙국가 중국에게, 다시 일제에게 시달리고, 김일성 남침의 폐허에서 해양지향의 기적적인 경제개발로 겨우 허리를 폈다.  이날의 ‘조율’은 감성에 호소하는 선동이요, 논리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한 ‘뒤집어씌우기’였건만, 흥분한 군중은 이렇게 얕은 속임수에도 쉽게 넘어간다.  눈물까지 흘린다.  그러나 그 시대를 온몸으로 묵묵히 살아낸 노인들은 다 안다.  쟤들이 왜 저러는지도... 

 

   현악기는 온도 습도에 민감하고 현은 연주 중에도 늘어진다.  항상 두들겨 맞는 피아노선도 그렇다.  다른 점이라면 바이올린은 수시로 조일 수 있으나, 금속으로 된 피아노선은 전문가가 섬세하게 ‘조율(Tuning)’을 해야 한다.  이 단어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국회 원내총무들이 만나 의견 차이를 조율” 식으로 두루 쓰인다.  ‘카 튜닝(Car-tuning)’도 있다.  중고차를 사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드레스업 하거나, 터보를 장착하는 성능개선에서, 동력장치를 몽땅 바꾸는 빌드 업까지. 
 인생 70 이쪽저쪽이면 실컷 부려먹은 중고차다.  새 차를 굴리는 편이 더 편하고 싸게 치인다.  버리기는 아깝고 튜닝을 해도 성능이 개선되기는 글렀다면 ‘용도변경’은 어떤가?  아등바등 속도경쟁을 할 수는 없지만, 상처받은 차를 이끌어주는 레커(Wrecker)차가 있고, 소로우(H. D. Thoreau)처럼 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겠다면 침대 딸린 RV(Recreation Vehicle)도 있다.   젊어서 필자가 좋아한 김기문 선배는 별 하나로 전역한 뒤, 부부가 함께 양로원을 찾아가, 빨래 목욕에 옷을 갈아입히는 ‘도우미 봉사’를 30년째 거르지 않는다.  동갑나기지만 존경하던 전 노동부장관 이영희는, 필자와 약속대로 ‘영혼’에 천착하여, 삶-죽음-의식·비종교적 삶의 길·무와 초월 등 사색의 자취 세 권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은퇴’란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조율’이라고 푼다.  미소라 히바리의 노랫말처럼 데꼬보꼬(凹凸) 위를 70여 년간 폭주해온 이 중고차를, 아직은 내구  연한(Milage)이 조금 남아있을 때 튜닝하여, 멋진 재활용(Recyckling)을 해보고 싶다.   이영희의 노작 세 권에 실린 각주(脚註)를 열심히 따라가는 일로 시작하려한다.

 

   한영애의 착각은 바로 포노 사피엔스(핸드폰), 게임세대의 공통점이다.  게임이 엉키면 무조건 전원을 껐다가 새로 시작하는, ‘묻고 다시(Reset)의 세계’와‘현실의 삶’을 혼동한다.  포근한 엄마 품안에서 마냥 행복했던 아이는, 부모들이 겪은 만난신고(萬難辛苦)를 알 리가 없다.  역사에 무지한 오판(誤判)은‘악당 전성시대’로 이어진다.  푸틴·시진핑·김정은·두테르테·에르도안과 트럼프...   ‘파묻고 다시 시작’은 자포자기, 삶의 포기이므로, 조율이 최선이다.  No Reset, Tune Yes!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깔끔한 재활용의 롤 모델이 되어, 멋진 숙년(熟年)의 뒷모습을 보여주자.  설득과 교육의 왕도(王道)는, 열 마디의 설명보다 앞장서서 보여주는, 단 한 번의 실천에 있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