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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겹도록 완벽한 하루..우리들의 'Perfect Day'

[창간2주년 기획] '잘 되는 치과'로 가는 첫 걸음

'Perfect day'는 사용하기에 따라 무척 은유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하루라는 의미를 실제론 가장 완벽하지 못한 상황에 빗대는 거지요. 루 리드(Lou Reed)의 노래 'Perfect day'도 마찬가집니다. 가사는 가장 완벽한 하루를 그리고 있지만 노래의 분위기는 음울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혹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고,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영화를 보고, 늦은 시각 아쉽게 집으로 돌아오는 완벽한 하루'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치과의사들의 'Perfect day'입니다. 환자를 한 명도 보지 못한 경우를 그렇게 부른다더군요. 루 리드의 노래를 빌리자면 이런 식입니다.

정말 완벽한 하루였어.
종일 환자들에게 시달리다가 날이 어두워서야 퇴근을 하지.
정말 완벽한 날이야.
하루 종일 임플란트를 심고, 몇몇 환자는 돌려보내고,
내일 할 일을 스크린한 다음에야 피곤한 몸으로 퇴근을 해.
오 정말 완벽한 하루.
이런 날을 맞을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
할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든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

 

 

물론 반어적인 'Perfect day' 입니다. 배고픈 사람이 먹음직한 통닭을 떠올리듯, 몇 시간째 휑~ 한 치과를 상상 속에서나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야말로 '완벽한 치과'로 바꿔놓은 겁니다. 때문에 원장님들의 퍼픽데이 역시 루 리드의 퍼픽데이처럼 음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이름 붙인들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래도 '공친 날'보다는 '퍼픽데이'가 상상연습엔 도움이 되긴 할 겁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보면 사설감옥에 갇힌 최민식이 상상연습으로 무술을 연마해 나중에 자기를 가둔 깡패들을 멋지게 해치우잖습니까?

치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원하는 '진짜 퍼픽데이'의 사양을 정하는 겁니다. 그런 다음 그걸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를 생각합니다. 이후엔 그 자세대로 끊임없이 연습하는 거죠. 일종의 마인드컨트롤인데, 상상이 아니라 실제에서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고 또 합니다.

농담이냐구요?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효율적인 스윙을 구사하는 프로 골프 김효주는 어릴 적부터 매일 1시간씩 공 없이 스윙하는 연습을 했다더군요. 빈 스윙으로 자세부터 만든 건데, 결국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죠. ‘텅 빈 치과’의 일차 목표는 환자들이 북적거리게 만드는 겁니다. 그 다음은 하고 싶은 진료로 적정 수익을 올리는 일이겠죠. 이게 전붑니다. 이 두 가지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랑스런 퍼픽데이’에 손색이 없습니다. 그럼 수행과제는 이렇게 정해지겠군요. ①환자 끌어들이기 ②적정수익 올리기

 

1단계: 환자 끌어들이기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에 탁구클럽이 하나 있습니다. 회원 위주로 매주 리그전을 가질 만큼 활발하게 운영되다 보니 이웃 아파트 주민들까지 가입을 신청하기도 하는데, 자영업자, 주부, 교사, 운전기사 등으로 직업도 아주 다양합니다. 어느 날 리그경기 도중 여성회원 한 사람이 구석으로 떨어지는 공을 받으려고 몸을 급히 움직이다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들 '어떡해'를 외치는 중에 홀연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는 찬찬히 응급조치를 마친 뒤 '내일 아침 어디에 있는 정형외과로 나오라'고 말을 맺더랍니다.

이후 회원들은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그 병원으로 달려가게 됐습니다. 이 정형외과 의사를 편의상 '닥터 A'라고 치면, 닥터 A는 오랜 기간 함께 동호활동을 하면서도 다른 회원들에게 한 번도 병원에 대해 먼저 말하지 않았다는군요. 우연한 사고가 집단 충성고객을 만드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닥터 A는 아파트단지 옆 교회에서도 신실한 집사로 좋은 평을 쌓고 있습니다.

가만히 기다려서는 환자는 오지 않습니다. '오늘 퍼픽 쳤으니까 내일은 좀 낫겠지'는 거의 확률이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환자가 오지 않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고, 그걸 해소하지 않는 한 환자는 계속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그 이유가 원장의 게으름에 있다면 그건 아주 치명적이죠.

일단 두루두루 오지랖을 넓힐 것을 권합니다. 환자도 없는데 점심을 배달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환자도 없는데 식사를 마치자말자 후다닥 원장실로 뛰어드는 것도 이해불가입니다. 소화도 시킬 겸 치과 반경 1킬로 정도는 찬찬히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가며 주민들과 얼굴도 익히고, 어디에 새 치과가 들어올 예정인지, 주변지역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정도는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해온 편한 사람이 유사시 전문가로 변신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감동합니다. 그런 감동을 전파하려면 주변과 자주 그리고 두텁게 얽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칙은 있죠. 첫째, 자주 웃을 것. 둘째, 누구든 살갑게 대할 것. 셋째, 말은 가능한 한 줄일 것.

 

 

2단계: 적정 수익 올리기  

 

환자가 확보됐으니 이제 실력을 발휘할 차례입니다. 아 마침 신환이 들어오는군요. 상담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체어로 안내하는 게 좋을까요? 저 보고 환자 입장에서 선택하라면 상담을 먼저 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신환인 저는 아직 이 병원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때문에 의료진과 인사도 나누고, 제가 가진 구강 내 문제들에 대해 선입견 없는 의견도 듣고 싶은 겁니다. 사실 전 아직 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지 말지도 결정하지 못했고요.

그렇습니다. 체어에 눕는 순간 환자들은 여러 가지를 체념해야 합니다. 그러기 전에 담당의사에게 뭔가를 확인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얘기를 들은 다음 함께 진찰실로 자리를 옮겨도 늦지 않습니다. 검진을 하고 분석을 해서 치료계획까지 세웠더라도 모든 게 끝난 건 아닙니다.

개원 경력 20년차인 어느 원장님은 심지어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말합니다. 편의상 이 분을 ‘B 원장’이라 치면, B 원장은 ‘많은 치과의사들은 치료계획을 설명하고 나면 할 일이 끝난 것으로 생각 한다’는 군요. 마치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 다행이고, 받지 않는대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의 과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구강건강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임무가 그것인데, B 원장은 이 동기부여 과정을 통해 거의 모든 환자들을 치료계획대로 이끈답니다. 생각해보세요. 오는 환자마다 예약을 잡고 가고, 시간어기는 법 없이 치과를 찾는데다 치료비까지 미루지 않는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이겠습니까. 다음은 B 원장의 설명.

-나는 환자가 열의를 갖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상담을 통해 미리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환자가 원하는 필수치료, 욕구 그리고 치과에 대한 선입견까지를 감안해 치료계획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때 설명에 신뢰를 더하기 위해 구내카메라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카드로 만들고, 이 카드에 나의 소견과 치료계획을 알기 쉽게 적어 환자에게 건네는데, 이 카드는 이후 몇 주 동안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아마 이 카드를 놓고 환자와 가족들은 내가 권하는 치료를 받을지 여부에 대해 몇 번씩 얘기를 나눌 것이다.

 

 

집합 A와 집합 B의 교집합은?

 

B 원장은 신환 상담을 늘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나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끝낸다는군요. 절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느냐?’고는 묻지 않는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걸 불쾌하게 여기기 때문이랍니다.

독자님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위의 얘기들은, 기껏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겠지만, 한 분이라도 ‘즐거운 퍼픽데이’를 맞으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치과에 들어서는 환자들은 치과의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 담고 있습니다. 두 개의 집합에서 교집합을 찾기란 아마 거의 불가능할 정도일 겁니다. 이 각기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생각꾸러미들을 하나의 완벽한 교집합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상담입니다. 이걸 연습하지 않고는 결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상상연습에 돌입하십시오. 김효주의 시원스런 T샷을 떠올리면서 ‘내 자세’를 조금씩 교정해 나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