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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낮술 - 마포 ‘목포낙지’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2>

'나의 소원은 첫째도 자주독립이요, 둘째도 자주독립이요... '라고 백범 선생께서 설파하셨지만, 저는 그런 원대한 소원이 아니라 인간적이면서도 소박한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낮술'입니다. 그것도 남부럽지 않게 마시는 낮술 말입니다.

점심시간에 병원 인근의 감자탕집이나 순댓국집 등에 가보면 반주로 쏘주 각 일 병정도는 일상이 되어버린 이웃 아저씨들과 드센 동네 아주머니들을 목도하면서, '지금껏 나는 인생 헛살았구나!'하고 자조를 한 적이 많았습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낮술을 한 잔도 못하는 그 자괴감이란...)

요즘 일부 어르신들 중엔 비아그라반의 반 쪽 정도를 혈액순환 개선을 목적으로 드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스피린을 장복하는 경우처럼 부작용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건강만 허락한다면 반주 두어 잔이 오히려 비아그라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왜 예로부터 낮술을 금기시했을까요?

여러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겠지만, 우선 낮술을 드시는 분들은 대개 전날 밤의 과음 때문에 해장을 목적으로 마시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쓰라린 위장이 다시 알코올로 마취가 되면 더 마시게 되어 결국 인사불성이 되고, 이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서일 겁니다. 항간에 떠도는 '낮술에 취하면 애비 어미도 몰라본다.'라는 '숭악한' 얘기가 그런 예일 겁니다.

또한 열심히 농사를 짓거나 소꼴, 땔감이라도 해오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던 시절엔 '낮술'이라는 행위 자체가 마을 어른들에게 경을 칠 일인지라, 우시장으로 소 팔러 간 김에나 부려보는 객기였겠지요. 하지만 결국 작부집이나 투전판에 이끌려 호기 한번 부리려다 소값을 홀라당 날린 경우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생물학에 정통한 사람들은 신진대사가 활발한 낮에 술을 마시면 흡수율이 너무 좋아서 빨리 취한다고도 합니다만 그 실험적 근거는 빈약합니다. 만약 낮에 실내에서 커튼을 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먹는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저녁술 효과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전혀 다른 예입니다만, 한 여름 태양이 작열할 때 선글라스를 낀 채로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와 선글라스 없이 활동하는 경우에 피부가 타는 정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훨씬 덜 타는 것이죠. 이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대뇌에서 피부의 멜라닌 세포에게 활동을 하라 혹은 하지 마라라는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렇다면 낮술을 제대로 마시려면 알코올 흡수를 더디게 하기 위하여 어두운 실내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낮술은 빛이 차단된 골방의 형광등 불빛 아래입니다. 그래서인지 소맥에 와인까지 마셔도 간에 기별이 안온다고 다들 아우성들입니다. 어둠 때문인지 아니면 낙지 안주 때문인지 궁금하군요.

 

 

'낙지집은 낙지로 말해야 한다!' 당연하죠! 치과도 진료로 말해야죠!!

 

봄 조개 가을 낙지라지만 사실 낙지는 사철 음식입니다. 하지만 늦가을에서 한 겨울이 제 맛이죠. 그런데 요즘 낙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떠돕니다. 그러니까 국내산 특히나 무안, 해남 쪽 낙지는 구하려야 구할 수도 없고 죄다 중국산이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국내산이 나온다 하더라도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선뜻 구입하는 식당 주인들도 드물다고 합니다. 실제 요즘 서울에는 국내산 낙지를 취급하는 식당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데, 마포의 목포낙지는 주인장 표현대로 서울에서 유일하다고 강력히 주장을 하네요.

실제로 동아일보 사진기자 출신의 살집 넉넉한 주인장이 직접 남도의 공판장을 뛰어 다니며 구해온다고 합니다. 이날 들은 이야기로는 낙지를 매집하는 큰 도매상 대여섯 곳이 우리나라 낙지계를 쥐락펴락 하는데, 낙지계에도 삼성그룹 같은 도매상이 있다고 슬쩍 일러주더군요.

 

 

맛 뵈기로 산낙지를 시켰더니 포토타임을 못참고 접시에서 '쇼생크 탈출'을 합니다.

 

낙지철판볶음입니다.

 

낙지요리 중에는 국물이 시원한 연포탕이 제법 좋습니다.

충남 해안 쪽에서는 박속밀국으로 많이 먹더군요.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