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지만 이맘때는 '이가 시리다'며 치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20대 중후반 역시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잇몸병을 흔히 풍치라고 하는 것이 잇몸병에 걸리면 이가 시리기 때문인데 20대에 벌써 치주질환이 심하다는 것은 당뇨 등의 전신 질환이 있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치아 관리가 안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그 많은 환자들이 전부 그런 상황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잇몸병이 진행된 것도 아닌데 이가 시린 이유는 과도한 힘에 의해 치아가 깨지는 '치경부 교모증'과 외부 자극으로 치아가 닳는 '치경부 마모증' 때문이다. 오늘은 두 가지 질환 중 외부 자극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경부 마모증과 그 예방법인 올바른 잇솔질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이가 시린 원인부터 알아보자.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 중 가장 단단한 것은 바깥에 있는 법랑질이다. 이 법랑질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씹을 때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법랑질은 씹는 면 방향으로는 두껍지만 치아의 옆면은 얇다. 뿌리 쪽으로 내려갈수록 법랑질은 얇아지거나 아예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치아 표면과 신경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이가 시리다는 느낌은 온도, 촉감 등의 자극이 신경에 전달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결국 치주 질환이나 기타 이유로 잇몸이 짧아져서 이의 뿌리가 들어났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가 시린 증상을 호소하면서 내원하는 젊은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남들 이상으로 철저하게 잇솔질을 시행하는 이들이라서 잇몸이 건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못된 잇솔질 습관이 오히려 잇몸과 이를 마모시켜서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럼 잘못된 잇솔질 법과 그 폐해 그리고 올바른 잇솔질 방법에 관해 살펴보겠다.
잇솔질 하면 그냥 열심히만 닦으면 된다고 생각할 독자분들이 많겠지만 예방치과학 교과서에 소개된 잇솔질 방법만 10가지나 된다. 하지만 대다수는 특수한 환자들을 위해 고안된 방법들이니 필요 시 일선 치과에서 가르쳐 줄 것이므로 여기서는 일반인들이 알아야할 4가지 방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겠다.
1.횡마법
먼저 가장 원초적인 방법인 횡마법이다.
아마 처음 잇솔질 하려는 사람에게 치솔을 쥐어주고 마음대로 닦으라고 하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닦을 것이다. 위 방법의 장점은 비교적 치태 제거가 용이하다는 것에 있다.
단점은 팔의 힘이 그대로 치아에 전달되고 더욱이 치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강도가 떨어지는 옆면에 강한 마찰이 이뤄지기 때문에 치아의 마모가 빨리 진행된다는데 있다.
위에서 말한 치경부 마모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방식이므로 횡마법을 계속 사용하면 20대 후반 쯤에는 슬슬 이가 시리기 시작하고 40대 초반 쯤에는 이가 너무 패여서 근관치료를 받아야할 것이다.
2.폰즈 법
이 방식은 횡마법의 단점을 보완한 방식으로 칫솔을 크게 타원을 그리면서 닦아주는 방식이다. 폰즈법의 장점은 비교적 배우기가 쉽고 치아의 마모가 적다는데 있다. 단점으로는 상대적으로 치태 제거가 잘 되지 않는 편이고 혀가 있는 이의 안 쪽까지 깨끗하게 닦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 방법은 주로 어린이에게 추천되는데 횡마법에 비해 치아 파괴가 덜하고 회전법 보다 실천이 용이하면서 나중에 회전법으로 바꿀 때 손의 동작이 많이 틀리지 않아 적응을 돕는데 의미가 있다. 주의할 점은 어금니 쪽을 닦을 때 자신은 폰즈법의 움직임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볼의 저항 때문에 실제로는 횡마법의 움직임으로 칫솔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거울을 보고 확인하면서 닦는 것이 좋겠다.
3. 회전법
이 방식은 잇몸에서 시작해서 치아의 끝까지 쓸어내리는 방식이다. 한 치아 당 10회씩 쓸어내리고 다음 치아로 움직이고 하는 방식으로 이 바깥쪽과 이 안 쪽을 번갈아 전부 이 방식으로 닦으면 된다.
앞니 뒷면은 칫솔을 세로로 세워서 앞에 있는 거울에 물을 튀긴다는 느낌으로 닦으면 편할 것이다. 현재 예방치과 학회에서 일반인에게 권장하는 방식의 잇솔질 법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입안 구석구석까지 잇솔질이 가능하고 치아의 손상이 적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처음 적응이 어렵고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다.
4. 모디파이드 바스법(modified bass)
바스법이란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칫솔을 집어넣고 진동을 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칫솔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칫솔모는 가만히 두고 진동만 안쪽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 부분에 칫솔을 집어넣고 힘을 줘서 흔들었다가는 몇 달 안에 잇몸이 망가질 것이다.
방금 얘기한 바스법은 주로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방식인데 바스법과 회전법을 결합한 것이 모디파이드 바스법이다. 회전법의 회전을 넣기 전에 먼저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칫솔모를 집어넣고 진동을 주는 방식이다.
정확하게 시행하기만 하면 현재까지 나온 모든 잇솔질 법 중에서 구강병 예방에 가장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방식이지만 그 시행이 매우 어렵고 잘못하면 잇몸에 파괴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좀처럼 권하지 않는다.
구강 관리에 관심이 많고 교육 수준이 높은 환자에 한해서 선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보통이다. 가장 효과적인 잇솔질 방법은 치아의 앞면과 뒷면은 회전법 또는 모디파이드 바스법의 방식으로 닦고 씹는 면은 횡마법으로 닦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 4회(식후와 자기 전) 잇솔질과 치실 사용 그리고 연 1회 구강 검진 및 스켈링이면 대부분의 구강 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승훈
필자 이승훈은 단국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수백치과 원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원으로 진료와 더불어
개성이 강한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