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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실버 통신 11 : 소통과 마스크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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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 빌리지(사빌) 식당은 최대 200명쯤 수용한다. 두 명의 셰프와 위생사가 가성비 높은 건강 식단을 편성하여 보름 전에 고지하고, 매주 한 번 입주민 대표와 ‘맛남의 만남’ 회의를 갖는다. 쟁반에 부식을 담고, 끝으로 밥과 주 요리를 받아 편한 식탁에서 식사 하는데, 가끔 나오는 별식도 불만이 없다. 며칠 전 막 수저를 드는데 누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마스크 쓰십시오.” 마스크 쓰고 어떻게 먹나, 의아하여 돌아보니, 얼굴이 항상 정월초하루인 최씨다. 아, “맛있게 드십시오.”를 잘못 알아들었구나, 하고 씩 웃었는데, 이제는 식당에서 ‘쓰십시오’가 농담 반의 인사말이 되었다. 어찌 그 뿐이랴, 먹고 씻고 잠 잘 때 빼고는 전 국민의 입을 덮어놓았으니, 그러지 않아도 말수가 뚱하던 남자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발음이 흐릿하고 청력도 떨어진 노인들은 절반은 입술모양을 보고 말귀를 짐작하는데, 코로나가 그걸 가려놓았으니 실로 무성영화가 따로 없다. 나이 탓뿐일까? 한글이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소통의 첫걸음인 ‘듣기’는 꽤나 어렵다.
 
   필자는 영어회화 공부에 가장 훌륭한 교재로 디즈니 만화(Animation)를 추천한다.
 첫째 Diction 즉 원본의 말씨와 용어의 선택이 훌륭하여 화법(話法)이 모범적이다.
 둘째 Articulation, 마디가 뚜렷한 발음으로 명료도가 높다. 셋째 Phrasing, 음악에서 구절(句節)법처럼 정확한 지점마다 끊어서 말하면 듣기가 편하다. 넷째 Intonation, 문장 중 강조할 부분에서 억양을 높이고 완급을 조절하니 이해하기 쉽다. 사실은 Diction을 제외하면 성우(聲優)나 발음 좋은 배우가 더빙을 맡은 덕분이다(사립고나 Ivy League 대학 출신). 학벌 차별이 아니라 엄격한 기초훈련 여부다. 초등 저학년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받아쓰기’ 연습을 지긋지긋하게 시켰다. 선생님이나 발음이 좋은 급우가 돌아가며 읽으면 그대로 받아 적었다.  중1때 일본대학을 나온 김태현 선생님은 발음부호만 6개월에, 알파벳 쓰기(Penmanship)만 6개월을 시켰다. 
 회초리도 따라다녔다. 세상이 변하여 그런 돈키호테 선생님은 멸종하고, 강남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한 탤런트는 수술 후 언어치료가 부실했던지, 대사를 입안에서 옹알이 한다. 그래서 꼰대들은 드라마를 볼 때마다 볼륨을 높인다. 우리말에 억양이(Accent) 없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얄미운 사람’은 40여 년 전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제목이다(1979. 8). 둘이서 진솔하게 나누던 대화(dialogue)는 사라지고, 제 말만 떠들고 상대의 말은 흘려 듣는 중화(重話: duologue)시대가 되었다는데, 우리말은 모호화(模糊話: dubiologue)시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말끝마다 “–같아요, -가 아닐까?, -일지도 모른다.”는 식의 언어습관... 정치인들은 한술 더 떠서 소위 유체이탈(幽體離脫) 화법을 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를 하라면, “사과하고 싶은 심정을 전해드리고 싶은 시점이다.” 이게 도대체 말인가 소인가? 방송사 마이크를 독점하여 소통에 가장 앞장서야 할 높은 분들일수록 이런 표현을 밥 먹듯이 하니까, “정치인이 물에 빠지면 주둥이만 동동 뜰 것.”이라며 비아냥대는 냉소와 정치 불신과 혐오가 따라다닌다. 
 시궁창에 장구벌레 꾀듯, 과격한 전체주의적 독재가 번식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사화(士禍) 시절에 주초위왕(走肖爲王) 한마디로 생사람을 잡았다더니, 이제는 조추(曹秋)위왕 하다가 제 발등을 찍는다던가? 유체이탈 화법이 책임회피용 언어유희에 머물던 시절에는 애교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안하무인 오만불손으로 들려서 마스크 벗고 말해도 뭔 말인지 모르겠으니, 이것도 청력저하 탓인가?  입법만능 세상이라는데 이런 사람들 잡아다가 ‘받아쓰기’ 교육부터 다시 시키는 법은 못 만드는가? 
 청송교육대 식 몽둥이까지는 몰라도, 종아리 때릴 회초리는 필수 장비...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