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다시보자.평범한 풍속화 우끼요에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남성의 밤 문화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게이샤에서 푸치니는 파격적인 영감을 얻었다. 무사도는 서구의 기사도를 초월하는 아우라로 윤색되어,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버전으로 발전하였다. 문화사적인 가치라면 몰라도 예술적인 깊이에는 한계를 보이는 수많은 일본의 생활문화가, 수백 년 간 막부의 보호와 육성을 거쳐,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전통문화로 뿌리내린 결과다. 밋밋한 목각인형 코케시도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너나없이 의미를 부여하면,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을 얻어 살아 숨 쉬는 법이다. 태평양 전쟁사를 읽으면 그 시절 일본이 항공모함 20척을 보유하고 미국과 맞장을 뜬 강국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그보다 서구열강의 뇌리에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심어놓아, 이미 국격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은 흔히 간과한다.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외국기자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자. 짧은 기간에 이룩한 한국의 약진에 칭찬이 쏟아지고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것은, 우리의 역동성을 인정하고 발전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지, 문화나 국격과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선을
십여 년 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대에 한국인 유학생이 수백 명이라고 했다.이 같은 한국인의 향학열은 정평이 나있고, 정경화 남매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탄생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원조 격인 피아니스트 한동일씨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섯 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했다. 연주회를 앞두고는 12시간이다. 연습벌레라기보다 아예 목숨을 건 사투다.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조치훈도, “나는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말한 적이 있다. IMF사태로 풀이 죽고 지친 우리국민에게 처음으로 웃음을 다시 찾아준 영웅이 박세리였다. 해저드에 걸린 공을 벌타 없이 치려고 양말을 벗는 순간, 새까만 종아리 밑으로 드러난 눈부시게 흰 발목... 엄청난 연습량을 웅변하는 바로 그 “오늘의 샷"이, 오늘날 LPGA를 주름잡는 수많은 “세리 키드”를 잉태하는 신호탄이었다.숭례문 단청(丹靑)이 다섯 달 만에 벗겨졌다고 한다. 분분한 원인분석 가운데, 필자는 “전문성 부족” 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쯤에서 프로 중의 프로, 정상급 전문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생각해본다. 첫째, 정상에 오르려면 누가 뭐래도 “삼신할머니의 점지, 즉 유전자에 타고난 재능이 들어 있어야 한다
박대통령 취임축하차 방한한 아소부총리의 “아시아 각국에 이토 히로부미의 공헌이 컸다.”라는 발언은, 19세기에 구미 열강과 맺은 불평등조약에서 치외법권(Extraterritoriality) 조항을 삭제한 업적(?)을 가리킨다(1899)*.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했다고 강변하지만, 자신이 먹으려고 깔아놓은 사전포석을 “내 논에 물대기(我田引水)”식으로 포장한 과장이다. 한일 협력위원회 주관 교류프로그램으로 방문한 고노이케 참의원에게 강창희 국회의장이 니체를 인용, “과거는 미래에 대한 정열이 과거의 고뇌를 능가할 때 스스로 잊혀 진다.” 말하자,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로 되받았다고 한다. 충청도 말로, “똥 뀐 놈이 성낸다.”더니, “너희가 니체를 알아?” 호통을 치고 싶다. 2011년 3월 쓰나미 강타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을 두고 ‘천벌’ 운운한 망발도, 한국 언론인이 아니라, “건방진 녀석**”의 늙은 정치인 이사하라 신따로가 원조로 알고 있다. 일본 극우정치인들의 망언이 도를 넘고 있다. 도쿄의 2020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축하한다. 이웃사촌을 떠나 실리로 따져도, 관광수입이 늘고 선수단 파견이나 국민의 관전에 편리하며 영종
옹기장사가 언덕길에 지게를 받쳐놓고 쉬면서 백일몽을 꾼다. “이걸 팔아 돼지 서너 마리를 사면 몇 달 뒤에는 서른 마리, 소를 몇 마리 사서 다시 삼년이 지나면 논이 두어 마지기...” 신이 나서 부지중에 지게작대기를 걷어찬다. 와르르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꿈은 훨훨 날아가고 사금파리 한 무더기만 남다.이른바 ‘옹기 셈’이다. “노름판 통박은 부자간에도 안 맞는다.”고 한다. 흔히 노름꾼은 끗발이 올라 주머니가 두둑할 때를 본전으로 생각하는 ‘노름판 셈법’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놀면서 목돈을 손에 쥔다는 요행심리와 더불어 도박중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여성편력은 참아도 노름꾼 남편은 일찌감치 포기하란다. 적극적인 세일즈에 힘입어 이제는 국제화 되었지만, 전통적으로 날 생선을 상식하는 민족이 일본인이다. 옹기 셈과 노름꾼의 본전과 날로 먹기, 이 세 이야기를 조합하면, 아베총리와 아소 장관 등 일본 극우파의 민낯(속셈)이 드러난다. 일본은 청일전쟁으로 청나라에서 조선에 대한 주도권과 대만 및 요동반도를 뺏는다(1895; 요동은 반환). 노일전쟁에서는 러시아로부터 남만철도와 사할린 섬 이남을 빼앗는다(1905; 포츠머스조약). 가쓰라·태
마그나카르타는 영국 존 왕의 실정과 조세에 저항한 ‘귀족’계급의 요구사항에 왕이 서명한 인권장전이다(1215). “왕도 법에 종속” 함을 인정하고, 국법에 따른 과세와 재판의 근거를 문서화하였다. 그 후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 권리청원(1628)과 ‘의회주의’를 확립한 권리장전(1689)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헌법의 토대가 되었다. 영국은 수백 년간 축적한 내공으로 성문헌법이 없어도 민주주의의 선도자가 되었고, 미국 독립 당시 헌법에 마그나카르타를 넣자는 주장도 있었다. 따라서 공산국가가 ‘민주주의’를 운운함은 참칭이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헌정’ 민주주의 비판처럼, 일당독재의 당규가 헌법 ‘위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우리 새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로잡은 것도, 북한이 쓰는 ‘인민’ 민주주의라는 모순된 용어와 구별하자는 뜻이었다. 중국의 8천만 공산당원 대 14억 인구의 비율은, 제1계급 승족(僧族) 10만과 제2계급 귀족 40만이 1,800만 시민과 농민 위에 군림하던 프랑스혁명 전야를 닮았고, 당원을 대폭 줄이자는 당내 여론에(당원에게 충분한 특혜 보장?) 이해가 간다. Constitution은 본질 즉 정체
니가타 현 묘코(妙高) 파인밸리 CC는 일본 레저 재벌 APA 그룹의 백 개가 넘는 골프 텔의 하나다. 위도는 울진 언저리지만 해발 600m의 바닷가라서 8월 날씨도 아주 쾌적하다. 코스이름 삼나무·소나무·자작나무(Cedar·Pine·White Birch)처럼 아름 들이 거목이 빼곡히 들어찬 아름다운 27홀인데, 불행하게도 파인코스에는 소나무가 없다. 재선충의 습격으로 소나무는 전멸하고 그루터기만 남아 제 이름이 무색하다. 그 것 뿐인가. 자작나무 코스는 아예 폐쇄하여 트레일 달리기 코스로 개조되었다. 이십여 년의 경기침체로 회원권 값이 형편없이 추락하고 내장객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다. 불황에 재해까지 덮쳐 어디선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객실에 비치된 책 두 권의 저자는 모토야 토시오와 후지 세이지. 사실은 둘 다 APA 그룹 회장 모토야(元谷) 동일인물이다. 제목은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부활을 위한 제언‘이고, 머리말 부제는 ’2011년 일본의 국난(國難): 진실한 근현대사를 읽어 민족의 자랑(자부심)을 되찾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조롱받는 극우파의 주장들이다. 국난으로는 동 일본 지진, 이어 쓰나미에 의한 후꾸시마 원전사고, 유럽
포항 물 횟집에서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치문회(치과의사문인회)’ 일행이 뒤풀이로 찾은 장소는 ‘하지 백’. 내 살 반 남의 살 반이 될 만큼 풍성한 생선회와 소주로 초토화된 위장을, 생맥주로 달래는 ‘힐링’의 무대였다. 젊은 여사장이 기타를 치며 ‘그 시절’의 재즈와 팝송을 ‘난스톱’으로 들려준다. 사실은 음악과 맥주는 들러리요, 3층 카페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해운대의 황홀한 야경이 ‘이 밤의 포인트’였지만...다음날 아침, 해변을 따라 동백섬을 향하는 문탠 로드 길에 바다를 보니, 간밤의 야경은 간데없고 그림엽서 같은 별천지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저 멀리 무지개처럼 걸린 광안대교와 둥글게 파고들어온 바다와 철썩철썩 파도가 간지러운 백사장이 하나가 되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것은 Beach와 Bay와 Bridge가 어우러진, 거대한 3 B의 미장센(mise-en-scene)이었다. 일요일 아침 꽤 늦은 아홉시 반. 복어 해장국집 앞에 손님들이 장사진을 쳤다.30분 만에 입장, 다시 20분쯤 더 기다려 먹는 국물 맛은, 두 시간도 아깝지 않을 진미다. 여기뿐 아니라 동백섬과 장어구이 집하며 이기대(二妓臺) 산책로까지 가는 곳마다 북적대고, 해운대
‘추리소설’하면 사건해결을 위한 ‘deduction', 즉 범인잡기 두뇌게임(who-dun-it)으로 국한되는 의미가 있으나, 사실은 애드가 앨런 포의 공포·심리소설(psychic- horror)부터 20세기 냉전의 산물인 스파이 소설(cloak dagger)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데, 끝까지 결말이 궁금하다는 넓은 의미에서 ’mystery' 장르로 분류한다. 1990년대 초 월간 ‘임상의학’에 연재한 ‘치과인의 영화감상’에서, 영화로 본 3대 스파이 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죤 르 카레(John Le Carre)의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렌 데이튼의 “국제 첩보국(Ipcress File)” 그리고 프레데릭 포사이즈의 “오뎃사 파일”이 그것으로, 지금까지도 이들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난 적이 없다. 커피향이 그윽한 북 까페, 열 명 이쪽저쪽이 모여앉아 음악과 영화를 즐기는 홈시어터, 재즈가 흐르고 홈 바(Bar)에 싱싱한 레몬이 항상 준비된 집필실. 이는 필자만의 로망이 아닐 터인 데, 나이 50에 이 꿈을 성취한 진짜 행복한 사나이가 있다. 치과의사문인회(치문회) 제5차 문학기행에서 만난 ‘여명의 눈동자’의 작가 김성종. 연대를 나와 기자를
사례 1: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목격한 일화. 주말 인기 관(館) 입장은 한 시간까지 기다리는데, 지그재그 식 가이드라인과 뙤약볕을 가려주는 지붕 덕분에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몇 미터 앞에 서있는 한국 아줌마들에게로 한 아줌마가 다가와 몇 마디 소곤소곤 하더니, “우리가 남이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20분 쯤 지나 그녀가 들어갈 차례가 되자, 말없이 뒤에 서있던 백인 할아버지가 입을 연다. “이 여자 새치기 했어요; She cut-in (the line)." 관리인(usher)은 두말없이 그녀를 돌려세웠고, 결국 처음보다 두 배는 더 길어진 줄 맨 끝으로 쫓겨 가고 말았다. 사례 2: 시골에서 철강재를 팔아 큰돈을 번 K는 입버릇처럼, “이곳은 물이 작아도 너무 작아!” 하더니, 서울에서 건설업 3년에 부도를 맞았다. 빚쟁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예의 능란한 솜씨를 발휘, 5년이 채 안되어 업소를 몇 개나 거느린 부자가 되었다. “여기 공무원들 정말 어수룩해. 소득신고 같은 거 적당히 하는 건 일도 아니야.” 한 잔 잘 얻어먹은 친구들이 돌아와 이런 얘기를 전했다. 다시 몇 년 뒤에 갑자기 소식이 끊겼다. 납세자의 신고를 100% 믿어주되, 무
어렸을 적에 물놀이를 가면 파리통으로 고기를 잡았다. 바닥에 된장을 바르고 주둥이를 물살방향에 맞춰 돌로 고정해 두었다가 한식경쯤 지나 꺼내보면 피라미와 모래무지가 한 가득이다.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니까. 경기불황으로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 광고예산부터 줄인다. 다음은 직원을 줄이고 마지막에는 설비·부동산을 매각한다. 반대로 어려울수록 광고에 더 투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있다. 실업률은 높고 원자재가 남아도니까, 인건비·자재비가 절약되고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드디어 경기가 살아나는 날, 이 회사는, 조직이 망가지고 기계가 녹슨 동업자들을 제치고 대기업으로 우뚝 선다. 어려울 때 물결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운 덕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위기는 곧 기회요,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한다. 언론을 제4부라 함은 입법·행정·사법의 삼부(三府)를 초월하여 사회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법률과 제도 그리고 여론에 이중삼중으로 발이 묶인 삼부에 비하여, 언론은 독자·시청자의 신뢰와 자체조정기능 외에는 제동장치가 없기에, 그 힘은 더욱 막강하다. 물론 언론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주 수입원인 광고다.언론을 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