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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상실감 · 배신감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⑭

 

어렸을 적에 물놀이를 가면 파리통으로 고기를 잡았다. 바닥에 된장을 바르고 주둥이를 물살방향에 맞춰 돌로 고정해 두었다가 한식경쯤 지나 꺼내보면 피라미와 모래무지가 한 가득이다.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니까. 경기불황으로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 광고예산부터 줄인다. 다음은 직원을 줄이고 마지막에는 설비·부동산을 매각한다. 반대로 어려울수록 광고에 더 투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는 기업도 있다. 실업률은 높고 원자재가 남아도니까, 인건비·자재비가 절약되고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드디어 경기가 살아나는 날, 이 회사는, 조직이 망가지고 기계가 녹슨 동업자들을 제치고 대기업으로 우뚝 선다. 어려울 때 물결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운 덕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위기는 곧 기회요,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한다.

 

언론을 제4부라 함은 입법·행정·사법의 삼부(三府)를 초월하여 사회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법률과 제도 그리고 여론에 이중삼중으로 발이 묶인 삼부에 비하여, 언론은 독자·시청자의 신뢰와 자체조정기능 외에는 제동장치가 없기에, 그 힘은 더욱 막강하다. 물론 언론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주 수입원인 광고다.

언론을 길들이려고 유신과 5공 정부는 광고탄압을 밀어붙였고, 일부 좌경단체는 조중동을 향하여 똑같은 수법을 시도하였다. 이에 맞서 끝까지 버틴 언론은 민주화운동에도 일등공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정부전복과 공산화기도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보루였기에, 한국인의 언론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맹목적이리만큼 유별나다. 바로 그런 이유로 언론의 성직자적인 자체 정화 내지 자체감사 기능은, 어느 때 보다도 더 절실하다고 하겠다.

 

첫째 언론은 객관성을 지켜야한다. 긴밀한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기사나 논평은 자제해야 한다. 그 중에도 기사로 위장한 광고는 최악의 일탈이다. 둘째 선정성의 유혹이다. 증오를 부추기는 이념의 상품화는 성의 상품화에 못지않은 황색 저널리즘으로, 모두 포퓰리즘의 변종에 다름 아니다. 셋째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다툼이 있는 문제를 다루면서 어느 한편에 치우치면, 그것은 독자의 신뢰에 대한 자해행위다. 확신에 찬 기사일수록 제2의 의견을 함께 실어 균형을 잡고, 3자로서 판단이 어려운 전문 직종에 관한 기사라면, 해당 공식단체의 의견청취를 거쳐 보도하는 것이 공정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광고계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황금기를 누리던 공중파 TV조차 광고물량 감소로 고전하는 마당에, 종이 매체들의 고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일부 자동차·전자제품을 빼면 품위 있는 이미지광고나 신제품광고는 현저히 줄고, 어정쩡한 상품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종교를 빙자한 무속인, 기적의 건강식품·한방약에서 사채업·결혼 중매업까지.... 품위와 함께 광고단가도 추락하는 악순환이다.

군소일간지는 위장광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지난 3C일보 경제면의 톱기사 규제 묶인 가격파괴 임플란트 치과, 건너가 급성장은 충격적이었다. 첫째, 그 치과의사를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보고, 장밋빛 계획까지 기사화한 것은 위장광고 냄새가 난다. 둘째, 국민을 위하여 임플란트 가격파괴에 성공하고, 그로인해 협회의 박해를 받은 집단이기주의의 희생자 인상을 준 것은 가히 선정적이다. 셋째, 그가 협회와 임원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사건들은 다툼이 진행 중이요, 협회가 전국 치과의사를 대표한다는 사실까지 묵살하고, 협회의 의견을 배제한 것은 공정성을 잃은 처사로 보인다. 물살에 휩쓸려 무기력하게 떠내려가는 물고기...

 

권위와 자신감으로 당당하던 C일보·월간지·주간지를 평생 구독해온 독자로서,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주간지는 몇 년 전 끊었지만 이제 월간지 구독도 중단할 때가 온 것 같다. 신문이 다 그게 그거라면 일간지와도 이별을 해야겠는데, 아내를 설득할 때까지 조금만 더 두고 보기로 한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