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6.5℃
  • 맑음강릉 14.0℃
  • 맑음서울 18.0℃
  • 맑음대전 15.2℃
  • 맑음대구 17.0℃
  • 맑음울산 15.0℃
  • 맑음광주 16.9℃
  • 맑음부산 17.6℃
  • 구름조금고창 ℃
  • 흐림제주 18.4℃
  • 구름많음강화 17.4℃
  • 맑음보은 14.1℃
  • 맑음금산 11.6℃
  • 구름많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13.9℃
  • 맑음거제 15.4℃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상실감 · 배신감, 후기(後記)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⑮

 

 

   사례 1: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목격한 일화. 주말 인기 관(館) 입장은 한 시간까지 기다리는데, 지그재그 식 가이드라인과 뙤약볕을 가려주는 지붕 덕분에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몇 미터 앞에 서있는 한국 아줌마들에게로 한 아줌마가 다가와 몇 마디 소곤소곤 하더니, “우리가 남이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20분 쯤 지나 그녀가 들어갈 차례가 되자, 말없이 뒤에 서있던 백인 할아버지가 입을 연다.
 “이 여자 새치기 했어요; She cut-in (the line)."  관리인(usher)은 두말없이 그녀를 돌려세웠고, 결국 처음보다 두 배는 더 길어진 줄 맨 끝으로 쫓겨 가고 말았다. 

  사례 2: 시골에서 철강재를 팔아 큰돈을 번 K는 입버릇처럼, “이곳은 물이 작아도 너무 작아!” 하더니, 서울에서 건설업 3년에 부도를 맞았다. 빚쟁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예의 능란한 솜씨를 발휘, 5년이 채 안되어 업소를 몇 개나 거느린 부자가 되었다. “여기 공무원들 정말 어수룩해. 소득신고 같은 거 적당히 하는 건 일도 아니야.” 한 잔 잘 얻어먹은 친구들이 돌아와 이런 얘기를 전했다. 다시 몇 년 뒤에 갑자기 소식이 끊겼다. 납세자의 신고를 100% 믿어주되,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에서 한번 걸리면, 정보기관 뺨치는 수사능력을 자랑하는 곳이 IRS(국세청)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추징금은 물론, 살아생전에는 신용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남미 어디로 갔다는 소문인데 종적이 묘연하다.  

  사례 3: 미국의 주택가에서는, 부부싸움을 크게 해도 자기아이를 때려도(아동학대), 이웃에서 신고하고 중한 벌을 받는다. 심지어 마당에 잔디를 깎지 않아 잡초가 무성해도 페널티다. 한 마디로 공동체에 폐를 끼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선진 민주국가란 ‘절제된’ 자유의 나라인 것이다.

 

   지난 7월 3일자 조선일보 경제면기사에 대한 칼럼 “상실감·배신감”에서, 미국에 진출한 UD치과의 “장밋빛 계획까지 기사화 한 것은 위장광고 냄새가 난다”는 표현은, 바로 위의 세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다. UD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동안 국내에서 협회와 충돌한 몇몇 사례를 미국에서 되풀이한다면, 단 하나의 사건으로 일 년 수입을 몽땅 날리거나 한 건의 판결로 네트워크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는 나라가 미국임을 고려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은 목표수치를 실적과 한데 묶어 과대포장 하는 것은, 회사에서 돈을 받는 홍보팀장이라면 모를까 기자로서는 불합격이다.

   이번 기사는 27,000 치과의사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였다. 그 뒤에는 위생사·기공사·기자재 생산업자 등 십만의 직접 당사자와 그 몇 곱의 가족들 장래는 물론, 무엇보다 국민건강이 걸려있다. 가격파괴는 매우 중요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최대의 수익만을 위하여, 치과 의료업에 대기업 경영기법을 도입한다는 미명하에, ‘네트워크’를 무한 확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해보자. 수단과 방법을 기리지 않는 환자 유치, 의사 아닌 상담원이 건강보다 수입을 우선하는 진료계획을 하고, 불특정 의사를 단기계약·순환근무 등 취약한 지위로 고용하여 실적과 연계한 인센티브를 미끼로 독려, 전반적인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사무장제도 등등 과잉진료의 인화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아직은 수가가 높고 비 급여인 임플란트가 과잉진료의 타깃이 된다면 결과는 얼마나 끔찍할까?  고용의사는 물론 ‘을’의 신분이지만 환자 또한 영원한 ‘을’이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Rapport 도 AS 도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슈퍼 갑’인 네트워크의 오너는 기공소나 재료상에게 기아 납품을 요구하는 등, 마치 체크시스템이 없던 초기 산업사회의 거대자본가로 군림하게 된다. 그동안 협회의 노력은 게도 구럭도 잃는 이런 사태를 사전에 ‘예방’ 하려는 견제로 보면 된다.  ‘가격’에 초점을 맞추어 쓰다 보니 선정적인 기사가 되고, 협회 내지 전 치과계가 가해자로 비쳐지는 어이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상실감·배신감은, 믿었던 ‘조선’마저 gate-keeper 기능을 잃었는가, 하는 실망이다.

 협회장 대담기사(15일)는 뒤늦게 상처를 달래는 모양새지만, 진행 중인 재판결과에 미칠 나쁜 영향까지 고려하여, 보다 확실한 ‘치유 노력’을 기대한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