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가정법(假定法: if)은 “죽은 자식 무엇 만지기”라고 한다. 그러나 70년이 넘도록 “친일”의 잣대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극복하려면 한 번 짚고 넘어가보자.국권을 넘겨준 1910년, 대한제국에는 일제와 일전을 불사할 의지도, 그만한 상비군도 없었다. 분에 못 이겨 자결하거나 지방에서 산발적인 저항에 그쳤고, 뜻있는 지사들은 망명을 택하였다. 윌슨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에 고무된 “3·1독립선언”을 계기로 자리가 잡힌 임시정부와 국제사회에서 독립을 호소한 이승만박사 등 선구자들, 이 쌍두마차 덕분에 일제 패망 이후에 독립을 약속받았다. 만약 일제에 병탄당할 당시에 백성들이 세상 형편에 눈을 뜨고, 일제의 압제가 싫어 인구의 1/3쯤이 만주로 이주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열 명의 빈자리는 열다섯의 일본인이 채웠을 것이다. 제국주의가 침략·점령한 땅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니까. 국가는 개인보다 더욱 게걸스럽고, 제국주의는 탐욕의 덩어리다. 그래서 제국주의 시대의 국제분쟁해결은 기정사실(fait accompli)과 현상유지(status quo)가 우선이요, 지금도 크게 달라진바 없다. 그러므로 인구분포가 높고 유효하게 지배하고 있으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의료업은 생산·유통업이나 오락·레저산업과는 달라, 좋은 소식은 통해도 “노이즈마케팅”은 금기다. 투자는 않고 봉사만 강요하는 정부와 대척점에 서서, 상대적인 수입의 감소에 집단이기주의로 몰려 명분마저 잃는 등, 의료계가 몸살을 앓는다. 의사협회 집행부의 파행이 계속되는 이유다. 그중에도 치과 의료계는 몇 년 전부터 사무장과 불량네트워크 치과(이하 네트워크)의 덫에 걸려, 어렵게 쌓아온 신뢰마저 잃고 더블 딥에 빠져있다. 네트워크는 국민을 위한 착한 수가라고 강변하지만, 길게 보면 치과의사는 점점 더 착취당하고, 환자 건강은 과잉진료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운 구조다. 수가파괴와 묻지 마 유객행위로 골목개원가가 초토화되는 경제적인 피해는 서막일 뿐이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자본이 무제한 독식하는 왜곡현상“이 세계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네트워크는 그 “전형적인 본보기”라고 할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던 협회가 난타전에 휘말려, 시간적 경제적 손실에 더하여 “신뢰의 추락”이라는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 이것이 지난 몇 년 간 치과계가 처한 상황의 간추린 보고서다. 미친 X 옆에 있다가 날벼락 맞는다고, 원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만
조선조 전제군주국에서 천황제 군국주의 식민지가 되고, 이어 김일성 남침으로 전시체제와 군사정부를 겪은 문화예술계는, 오랜 세월 “사전검열”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에 대한 위헌판결 이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발족, 이제 영화는 “전체”에서 “제한상영가”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미국은 민간단체 산하 등급분류기구(CARA)에서 자율심사 하여 관객에게 의무적으로 알린다.등급은 미국에서 빌려왔지만, 미국은 관객(학부모)에게 알리는 “권고사항(advisory)” 이요, 우리는 사실상의 “규제”라는 점이 다르다. 영등위에서도 벗은 정면 샷(frontal shot) 보다 옷 입은 다리 벌림의 수위가 더 높아, 포미닛과 시크릿의 쩍벌춤은 처음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하나가 하면 열이 따라하는 풍조에서 한류의 저질화를 막자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그것을 혐한파 일본인처럼 한국여성의 야릇한 기질로 몰아가는 악의적인 해석은 말도 안 된다. 수위가 결코 낮지 않았던 “노출과 쩍벌춤”의 원조 중에 이효리 씨가 있다. “쟁반노래방”이라는 칼럼에서(2002), “서글서글한 마스크에 활짝 웃는, 그리고 머리까지 갖춘 자연산 미녀.”라고 소개한
신장개업한 동양백화점 나이트에서 (1980 경) 인기가수 김추자의 공연이 있었다.“추자!”는 곧 “Let's Dance" 라는 뜻인지 원조 댄싱가수의 현란한 춤은, 기름지고 뇌쇄적인 음색과 함께 그녀의 상표였다. 공연 막바지, ”늦기 전에“던가? 두 어깨를 격하게 흔드는 동작에 드레스 어깨끈이 흘러내리면서, 새까만 꼭지로 하여 더 희고 탐스러운 젖가슴이, 밝은 조명 아래 눈부시게 드러났다. 순간 객석은 숨이 멎은 듯 조용해지고,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는 내 목젖이었나? 하기야 필자 또한 피 끓는 30대 청춘이었으니까... 슬로비디오처럼 매우 천천히 어깨끈은 원위치하고, 춤과 노래는 그대로 이어졌다.다음날 시내 젊은 술꾼들 사회는 술렁거렸다. 노출이 돌발 사고였는지 신중현 사단의 신중한 기획·연출인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날 밤 클럽은 서서라도 마시겠다는 사내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는데, 애석하게도 고대하던(?) “사고”는 없었단다. 첫날의 해프닝이 “고도의 팬 서비스”나 “누드 마케팅”이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 이건 또 무슨 심보였을까? 김추자씨가 33년 만에 컴백했다는 소식에 문득 떠오른 추억이다. 말 그대로, “나야 고맙지 뭘!” 해롤드·로빈스의
고등고시로 소수 정예만 뽑던 시절에는 급수도 높았다. 소년등과(재학 중 합격)나 3관왕(사법·행정·외무)은 옥루몽의 문창성처럼 거의 신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화려한 출발에 비해 대성하는 확률이 반드시 높지는 않았다. 삼관왕의 탄생비결을 생각해 보자. 첫째, 미리 찍었던 주관식문제가 보기 좋게 적중한 경우다. 말하자면 재수다. 둘째, 돋보기로 무장한 네거티브 채점관이다. 평균점수 60점에서 수석은 1, 2점 높고, 합격여부는 소수점 한 두 자리에서 좌우된다. 감점 당할 부분을 잘 피하는 것이 요령이다. 결국 실력이 있어도 득점 요령과 운이 따라주어야만 한다.굳이 삼관왕에 도전하는 동기는? 천재 득점기계의 현시욕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 탄생한 3관왕이, 턱걸이로 붙었으되 오로지 한길만을 용맹정진한 판관보다, 낫다는 보장이 있는가? 예상과는 달리 너그러운 덧셈보다 날카로운 뺄셈의 공식으로 재단하는, 재승덕박(才勝德薄)의 외골수 판관이 된 우려가 없지 않다. 서울 교육감후보 고승덕씨는 압도적 우위에서 급전직하로 추락하였다. 이름을 “재승덕박”에서 따온 건 아니겠지만, 딸이 직격탄을 날린 정황으로 보아, “혹시나?” 싶다. 농담이다. 고 박태준씨에 대한 배신(?)
방송인 강호동씨는 선배 이만기 장사를 딛고 정상에 올랐지만, 그 뒤로 프로씨름계는 크게 기울었다. 귀가 안보일 정도로 살찐 볼, V라인을 몇 개쯤 합친 안면, 불편할 만큼 날카로운 눈매, 통상적인 트렌드를 완벽하게 거스르는 비 호감 캐릭터로 MC계를 평정한 “역(逆)의 성공” 스토리다. 비 호감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발성도 무엇 무엇 하는 목소리다. 워낙 인기가 높다하니 필자만 안보면 그만이지만, 예의 “모방 풍조” 덕분에 채널 곳곳에 비 호감이 널렸으니, 막장드라마나 볼 수밖에...강호동의 가수버전이 바로 싸이다. 랩이 별로인 필자가 랩과 비 호감을 겸비한 싸이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도 신기한 일이다. 처음 만난 곡은 “챔피언”이었다.방방 뛰며 자신 있게 내지르는 랩이 가만히 들어보니 장난이 아니다. “넘어질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는 않아”라는 대목에서 두 가지 사실을 읽었다. 첫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모르되, 적어도 내 의지로 무릎을 꿇지는 않겠다는 선언이다. 둘째, 한국어가 고집스럽게 수동형을 피하는 이유가, 민족 고유의 DNA 즉 지기 싫어하는 오기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알게 모르게 이런 자신감으로 무장한 싸이는, “우리가 바로 챔피언!
어렸을 적부터 궁금했다.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 대거나 기껏 눈두덩이나 혀를 뒤집어보는 의사는 내과(內科)의사고, 정작 배를 갈라 뱃속을 휘젓는(?) 의사가 외과(外科)라니, 이건 안팎이 뒤집힌 것이 아닌가? 생물은 끊임없이 연료를 주입하고 연료가 잘 타도록 공기를 불어넣어야하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람은 입에서 항문까지(胃腸管) 계속 음식물이 드나들고 열심히 풀무질을 하며(肺·氣管), 여기서 나온 에너지를 심장과 혈관(管)을 통하여 전신에 골고루 배달해야 하는, 시종 관(管)으로 이어진 “속 빈 강정”인 것이다. 관의 바깥부분, 즉 점막은 몸 밖이고, 밖을 다루니까 외과다. 그래서 생명을 이어주는 연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잘못 열 받은 인간은 때때로 연소 촉진제를 필요로 한다. 연탄이 꺼질 때 쓰는 번개탄처럼, 빵과 밥을 뛰어넘어 화력을 올려줄 “술”이 땡기는 것이다. 술이란 무엇인가? 마시면 취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통음(痛飮)한 다음 날에는 구역이 나고, 머리가 깨질듯 아프며 장을 쥐어짜듯 수축할 때마다 진땀이 흐른다.뱃속을 뒤집어 소지품을 몽땅 내 놓았는데도 구토와 수축은 그치지 않으니, 사나이는 변기통을 끌어안고 외로운 발성연습을 반복한다
반기문 총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설득하고 중재하는 평화의 전도사다. 충북 음성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국내산이며(하바드 석사), 5년 임기의 UN 사무총장에 만장일치로 재선되었다(2011). 개발도상국 발전을 위한 금융지원 전담기구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 부친을 따라 일찍이 미국에 이민하여 대학총장 재임 중 오바마의 지명을 받았고(2012), 2년간 업무파악과 구상 끝에 대대적인 내부개혁에 착수했다고 한다. 부친 김낙희씨는 서울대 치대를 나와 6·25 때 통역장교와 구겐하임 유학을 거쳐 귀국, 대한치주학회를 창설한 치과계의 대선배였다. 1946년 발족한 세계은행은 방대한 기구와 예산으로, 관료주의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관료화란 오랜 세월 타성·피로가 누적되어, 쇄신·개선 없이 익숙한 “경로만 반복” 하는, 창의력 잃은 “조직의 정체·노화현상”이다. 관과 민이 짜고 이익을 나눠가지며 서로 덮어주는 “유착비리”와, 퇴직 후에도 끼리끼리 거래를 이어가는 “전관예우”가 판치고, 과감한 창의와 혁신은 물 건너간다. 국내에서 출발한 반 총장도 임기 초에 사무국 운영을 크게 혁신한 바 있었고, 이민 출신 김 총재도 수장으로서 가장 힘든 개혁의 중책을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퇴기념메달 공개행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두 차례 연기되었고, 마지막 아이스쇼공연은 팬 및 초청 외국선수와의 약속에 맞추어 예정대로 열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좀 더 화려하게 보내주지 못한 점이 미안하고, 성금 1억 원의 기부에 감사한다. 재위 7년 동안 그녀가 피겨 스케이팅을 힘과 곡예의 스포츠로부터 드라마틱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소치에서는 강한 러시아, 짜르의 재림을 꿈꾸는 푸틴의 음모로 은메달에 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빠르게·높게·힘차게”라는 올림픽정신에 걸맞도록, 여왕의 좀 더 과감한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심사위원들의 실망감 더하기 주최국의 텃세쯤으로 너그럽게 해석하자.시상식 때의 미소는 의연하였고, 다음날 갈라 쇼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존 레논의 반전(反戰)송 “Imagine”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세계의 평화대사가 되겠다는(IOC 선수위원) 그녀의 결연한 의지가 보는 이의 가슴에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심미적인 배점이 높은 피겨뿐 아니라, 예의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에서도 정상에 올라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이상화, 박승희
재미동포들이 모금을 해서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냈다고 한다(5월 11일 자). 전 국민이 애도하는 “세월호의 비극”을 들어, “진실을 밝혀라. 왜 한국인들은 박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 이어서, “3백 명 이상이 배안에 갇혔는데 한명도 구조되지 못한 구조작업은 (0 rescued), 정부의 무능과 태만을 보여주었다”라며 꾸짖고 있다.타이틀은 “진실규명(Bring the truth to light)”이었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사고회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사주(主)요 경영책임자인 유병언 회장의 진술부터 받는 것이 순서다. 또 지난 4월 25일부터 백악관사이트에 올려 서명을 받고 있다는 “구원파와 청해진 주주에 대한 수사중단 촉구” 청원을 광고주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생전에 김정일이 이 신문에 자화자찬 광고를 실어 만인의 웃음을 샀던 일이 있다.진실을 밝히라는 “애국자”들이 정작 위에 말한 청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박이 없으니, 필자가 기가 막혀 한참을 웃다가, 문득 김정일 광고가 생각난 것이다.태평양전쟁 중 무수한 전함이 격침당하면서, 바다로 뛰어든 사람을 인접 호위함이 구조하는 노하우가 축적되었다. 그러나 시속 6노트의 조류, 가시거리 30Cm의 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