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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Hangover 2 : 당당한 천재 싸이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38>

 

   방송인 강호동씨는 선배 이만기 장사를 딛고 정상에 올랐지만, 그 뒤로 프로씨름계는 크게 기울었다.  귀가 안보일 정도로 살찐 볼, V라인을 몇 개쯤 합친 안면, 불편할 만큼 날카로운 눈매, 통상적인 트렌드를 완벽하게 거스르는 비 호감 캐릭터로 MC계를 평정한 “역(逆)의 성공” 스토리다.  비 호감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발성도 무엇 무엇 하는 목소리다.  워낙 인기가 높다하니 필자만 안보면 그만이지만, 예의 “모방 풍조” 덕분에 채널 곳곳에 비 호감이 널렸으니, 막장드라마나 볼 수밖에... 

 강호동의 가수버전이 바로 싸이다.  랩이 별로인 필자가 랩과 비 호감을 겸비한 싸이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도 신기한 일이다.  처음 만난 곡은 “챔피언”이었다.

 방방 뛰며 자신 있게 내지르는 랩이 가만히 들어보니 장난이 아니다.  “넘어질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는 않아”라는 대목에서 두 가지 사실을 읽었다.  첫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모르되, 적어도 내 의지로 무릎을 꿇지는 않겠다는 선언이다.  둘째, 한국어가 고집스럽게 수동형을 피하는 이유가, 민족 고유의 DNA 즉 지기 싫어하는 오기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알게 모르게 이런 자신감으로 무장한 싸이는, “우리가 바로 챔피언!”이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당시 “여중생과 미군장갑차” 사건으로 미군을 비하한데 대하여는, “그때는 전후사정을 정확하게 몰라 저지른 일”이라고 사과하였다.  잘못을 싹싹하게 인정하는 것도 진정한 용기다.  “전환시대의 논리”로 한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리영희 씨는, 구소련의 비밀이 해제되어 자신이 기초로 삼은 팩트가 대부분 거짓으로 들어난 뒤 기자에게, “이제 와서 다 늙은이가 무슨...” 하며 눈물만 흘리더라는 기사를 읽었다.  정정(訂定)의 기회도 고마운 축복이다.

 

   국내에 머물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국제적인 대박을 쳤다.  9·11 테러로 USA 넘버원의 상징이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중동에서는 명예로운 출구를 찾아 헤매는 가운데, 월가의 탐욕이 불러온 경제 불황의 직격탄...   긍지와 자신감과 활력을 잃고 무력감에 빠진 미 국민들에게, 통통 튀는 강남스타일은 시원한 한줄기 소나기였다. 

 이 춤은 60년대 드라마 "로하이드(Raw Hide)"에서 본 카우보이의 “로프던지기” 그대로다.  리오·브라보의 노랫말에, “Just a rifle, my pony and me."처럼 총 한 자루 말 한필로 거친 서부에 도전하던 ”개척정신“과 독립선언 백년 만에 영국을 추월한 GNP와 양차대전 동안 두 대륙을 먹여 살린 저력.  강남스타일은 많은 미 국민들에게 ”조상의 얼“을 되새기는 재충전의 기회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나온 ”Gentleman"은 큰 감흥이 없었다.  싸이 자신은 물론 폭발적으로 늘어난 팬들에게도 기대와 탐색과 적응의 시간이었을까?

 

   “녹색 병의 비밀”하면 추리소설 제목 같지만, 이야말로 전 세계 한류 팬들이 공유하던 수수께끼일 것이다.  드라마 마다 꼭 나오는 소시민의 애환, 아니 생활 그 자체인 두 홉 들이 소주병.  구공탄 화덕을 끼고 마주 앉아 잔을 주고받는 두 사람. 

 둘이 러브샷도 OK요 옆 자리와 드잽이도 좋고 동두천 아줌마와 부킹도 해롭지 않은, “시간아! 가거나 말거나”, slow drinking이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동두천 G.I.들에 대한 오마주라 해도 좋다.  시시콜콜 서민 음주문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응답하라!”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도미노 식 대형 폭탄주 말기, 변기 통 껴안고 고함지르기 등 세계 어디서 이처럼 독보적인 음주풍속의 백화점을 만나랴. 

취약한 비트는 스눕덕의 랩이 커버하어 작품성도 짱짱하다.  또 하나의 센세이셔널한 뮤비는 아니라도 싸이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준 작품이다.  민주화와 한류의 기적에 빛나는 선망의 대한민국도, 세월호로 얼룩진 수치의 대한민국도 아니요, 가장 인간적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있는 그대로의 “The Open Korea!"를 당당하게 펼쳐 보인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