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의료업은 생산·유통업이나 오락·레저산업과는 달라, 좋은 소식은 통해도 “노이즈마케팅”은 금기다. 투자는 않고 봉사만 강요하는 정부와 대척점에 서서, 상대적인 수입의 감소에 집단이기주의로 몰려 명분마저 잃는 등, 의료계가 몸살을 앓는다. 의사협회 집행부의 파행이 계속되는 이유다. 그중에도 치과 의료계는 몇 년 전부터 사무장과 불량네트워크 치과(이하 네트워크)의 덫에 걸려, 어렵게 쌓아온 신뢰마저 잃고 더블 딥에 빠져있다. 네트워크는 국민을 위한 착한 수가라고 강변하지만, 길게 보면 치과의사는 점점 더 착취당하고, 환자 건강은 과잉진료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운 구조다. 수가파괴와 묻지 마 유객행위로 골목개원가가 초토화되는 경제적인 피해는 서막일 뿐이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자본이 무제한 독식하는 왜곡현상“이 세계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네트워크는 그 “전형적인 본보기”라고 할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던 협회가 난타전에 휘말려, 시간적 경제적 손실에 더하여 “신뢰의 추락”이라는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 이것이 지난 몇 년 간 치과계가 처한 상황의 간추린 보고서다. 미친 X 옆에 있다가 날벼락 맞는다고, 원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만 잔뜩 벌인 결과가 되어버렸다.
치과계의 앞날 바로잡기는 “신뢰의 회복”이 첫 걸음이며, 겸허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회원 각자의 마음속에 조금씩의 욕심 사나운 UD는 없었는지... 국민 개개인이 나만 먼저가려는 신호위반과 급행료 관행, 권력과 결탁한 한탕주의,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이렇듯 크고 작은 “도덕성 결핍증”이 축적되어 암 덩어리로 자란 것이 “세월호 침몰사고” 아닌가? 전국의 Dr. 지킬 속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Mr. 하이드가 모여 곪아 터진 것이 네트워크라면, 세월호 이후 떠오른 국가개조론처럼, 모든 회원이 마음속의 하이드부터 씻어내어야 한다. 곪은 부위를 들어낸다고 해서, 항상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불씨까지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생각이 속에 있으면 반드시 겉으로 나타난다.”고 했듯이, 과욕(過慾)을 버리면 진심은 통한다. 회원 각자가 “영업사원 내지 외교관”으로 발 벗고 나서서, 프레젠테이션 한다는 각오로 환자에게 성실한 설명과 진료로 임한다면, 소걸음처럼 느려도 신뢰는 되살아 날 것이다. 바로 “제1선 현장 마케팅”이다.
치과의사만큼 개인차원이나 조직을 이루어 봉사활동을 하는 작업인도 드물다. 장애인스포츠를 지원하고 패럴림픽선수단장까지 역임한 김우성씨, 소록도에서 한센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하여 일생 봉사하는 오동찬씨와 구라봉사회, 중증장애인을 위한 보철지원 사업의 스마일재단, 건치와 열린치과 봉사회 활동, 각 지부와 분회에서 말없이 봉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장애인 진료소, 저소득가정에 교정치료 재능기부운동 등, 홍보가 아쉬운 사회공헌사업(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들이 얼마든지 있다.
협회를 구심점으로 효율을 높이고 널리 알려, 치과 의료계의 홍보(Corporate Image)와 신뢰회복에 기여하는 "제2선의 마케팅"으로 삼자.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 시대, 디지털과 SNS로 "한 방에 훅 가는" 시대, TV 출연을 6개월만 걸러도 CF 출연 섭외가 반 토막 나는 시대에, "우리 동네자랑"이라면 "누드 마케팅"을 능가하는 각오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다만 짧은 인기보다는 품위를 지키는, ”Marketing with Dignity“로 가자. 네트워크 같은 악재에는 힘을 모아 집행부를 전적으로 밀어주자.
"나쁜"의 어원은 "나뿐(利己主義)"이라하고, "조직" 범죄는 개인범죄에 비해 피해가 커서, 처벌 수위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기는 힘들어도 잃는 것은 순식간이요, 회복은 험난한 가시밭길 아니던가?
글: 임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