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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바가지 론(論) 1: 연아와 빅토르 안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35>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퇴기념메달 공개행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두 차례 연기되었고, 마지막 아이스쇼공연은 팬 및 초청 외국선수와의 약속에 맞추어 예정대로 열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좀 더 화려하게 보내주지 못한 점이 미안하고, 성금 1억 원의 기부에 감사한다. 

재위 7년 동안 그녀가 피겨 스케이팅을 힘과 곡예의 스포츠로부터 드라마틱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소치에서는 강한 러시아, 짜르의 재림을 꿈꾸는 푸틴의 음모로 은메달에 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빠르게·높게·힘차게”라는 올림픽정신에 걸맞도록, 여왕의 좀 더 과감한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심사위원들의 실망감 더하기 주최국의 텃세쯤으로 너그럽게 해석하자. 

시상식 때의 미소는 의연하였고, 다음날 갈라 쇼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존 레논의 반전(反戰)송 “Imagine”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세계의 평화대사가 되겠다는(IOC 선수위원) 그녀의 결연한 의지가 보는 이의 가슴에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심미적인 배점이 높은 피겨뿐 아니라, 예의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에서도 정상에 올라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이상화, 박승희 또 심석희...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우리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자랑스러운 이름들이다.    세계적인 불황의 그늘 속에서 힘겹게 분전하고 있는 국민들의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러던 중에 마우나 리조트에 이어 세월호 침몰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전형적인 후진국 형 사고에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가운데, 자책과 자조(自嘲)의 집단 우울증, 그리고 국제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에 내수시장의 추락이라는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두려운 것은 이를 계기로 일본 등 앞선 나라처럼 “장기침체”가 시작되는 일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빨리 일어서야 한다.  장기불황으로 패배의식이 만연하자, 극우 모험가들이 기생충처럼 준동하는 역사의 후퇴를, 일본에서 보지 않는가.  우리는 대략 5 배가 넘는 빠른 속도로 선진국들을 좇아 성장해왔다.  직접 경험한 것보다 보고 배운 것이 많아 기초는 부실하고 허점투성이다.  백년을 앞섰던 일본의 정당정치와 역사의식이 저 꼴이니 하물며 한국이랴... 

 기초부터 바로 잡고 허점을 보완해서 추월해야 한다.  빙상의 피겨·쇼트트랙·스피드처럼(물론 이 순서는 아님) 하나씩 채워 나가면 된다.  기본윤리와 기초질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다 안다.  다만 읽어서 머릿속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혹독한 훈련을 통하여 몸에 배어야한다는(體化) 것도 잘 안다.  

 시위대가 행진 선(line)을 벗어나면 국회의원에게도 가차 없이 수갑을 채우는 미국 경찰과, 골재차량 바퀴에 모래가 묻어 있으면 6십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싱가폴, 불법시위는 기마대로 돌파하거나(영국) 경찰견을 풀어 놓는(독일) 뜨거운 꼴을 “예외 없이” 당해봐야 한다.  외국은행 예금을 신고하지 않으면 1.5 배의 벌금을 부과하고, 소득을 허위기재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가 불가능하다.  무조건 믿어주되,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정상적인 시민의 권리를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중단 없는 노력과 적극적인 해외진출은 우리의 내일이다.  빅토르 안의 러시아 귀화가 아쉽기는 하지만 비난은 하지말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최대의 보상을 받는 프로의 선택이지 애국심과는 별개의 문제다.  올림픽 3관왕으로 러시아 영웅인 그에게,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러 방문의 해” 홍보대사를 위촉하였다.  태극마크를 꿈꾸던 재일교포 추성훈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하자 일본대표로 출전하였고, 이종격투기를 거쳐 고국에 와서 딸 사랑이와 함께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글로벌시대의 이민은 도피도 배신도 아닌 “진출의 한 길”이며, 조국에 대한 애정에 외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연아에서 빅토르 안까지, 모두가 우리의 영웅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