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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Hangover 1 : 음주문화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37>

 

   어렸을 적부터 궁금했다.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 대거나 기껏 눈두덩이나 혀를 뒤집어보는 의사는 내과(內科)의사고, 정작 배를 갈라 뱃속을 휘젓는(?) 의사가 외과(外科)라니, 이건 안팎이 뒤집힌 것이 아닌가?  생물은 끊임없이 연료를 주입하고 연료가 잘 타도록 공기를 불어넣어야하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람은 입에서 항문까지(胃腸管) 계속 음식물이 드나들고 열심히 풀무질을 하며(肺·氣管), 여기서 나온 에너지를 심장과 혈관(管)을 통하여 전신에 골고루 배달해야 하는, 시종 관(管)으로 이어진 “속 빈 강정”인 것이다.  관의 바깥부분, 즉 점막은 몸 밖이고, 밖을 다루니까 외과다.  그래서 생명을 이어주는 연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잘못 열 받은 인간은 때때로 연소 촉진제를 필요로 한다.  연탄이 꺼질 때 쓰는 번개탄처럼, 빵과 밥을 뛰어넘어 화력을 올려줄 “술”이 땡기는 것이다. 

 

   술이란 무엇인가?  마시면 취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통음(痛飮)한 다음 날에는  구역이 나고, 머리가 깨질듯 아프며 장을 쥐어짜듯 수축할 때마다 진땀이 흐른다. 

 뱃속을 뒤집어 소지품을 몽땅 내 놓았는데도 구토와 수축은 그치지 않으니, 사나이는 변기통을 끌어안고 외로운 발성연습을 반복한다.  아니 빈 수축이 더 괴롭다. 

 폭탄주 마시던 장면을 떠올리며, “내가 또 다시 술을 마시면 성(姓)을 간다.” 비분강개 한다.  꿀물 설탕물을 억지로 마시면 잠시 후 되돌아 나올 때 한결 부드럽고 덜 괴롭다.  일어로는 하루쯤 숙성했다가 나온다하여 후쯔카요이(二日醉), 우리말로는 비싼 술 먹고 한숨 잘 잔 뒤에 이게 무슨 꼴이냐며 잘 숙(宿)자 숙취이고, 영어로는 바로 싸이(Psy)의 최신히트 곡 ”Hangover'다. 

본시 큰 대(大) 대취나 가득할 만(滿) 만취는 의미에 별 차이가 없다.  취할 취(醉)자가 이미 막장까지(卒) 마셨다(酒)는 뜻 아닌가.  그러나 성적대로 순번을 매겨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니 어쩌겠는가.  또 성적순에 실용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대취는 얼큰 따끈한 해장국을 뇌물로 써서 식도를 살살 달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취는 수액을 맞거나 위세척을 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싸이의 Hangover 춤을 춰야 한다.  얌전한 연료만 쓰는 화덕에 불 땜 좋은 번개탄만 계속 들이대면, 식도와 위가 반란을 일으켜 연료 투입을 거부하는 것이다. 

술의 힘을 빌려 위안을 얻었다면, 그건 치유와는 거리가 먼 일시적인 망각 일뿐이며, 마취에서 각성할 때처럼 흔히 부작용을 동반한다,  결국 마취도 취할 취(醉)자니까.

 

   우리는 지난 10년여 몇 번씩이나, 술을 마시듯 마취를 당하듯 광기(狂氣)에 취한 경험이 있다.  여중생 고 효순·미선 양과 미군장갑차, 제 아들은 둘 다 병역은커녕 미국 시민권까지 받으면서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의혹을 물고 늘어진 정연주와 엑스트라 삼성장군 김대업, “나는 아직 14년밖에 못 살았어요!” 울부짖으며, 가짜 팩트를 짜깁기하여 수많은 국민을 마취·흥분시켰던 MBC의 “광우병 소동.”  전문직 수의사로서 광우병 보도를 과학으로 가장(假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박상표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 

광기가 휩쓸 때마다 보이지 않는 제3의 손이 움직인 듯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지만, 그렇게 혜택을 본 정당은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처럼 급격히 퇴색하여, 끝내 이름까지 잃었다.  말없는 다수의 안목이 높아져, 이제는 더 이상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비극을 계기로 속죄양을 만들고, 이를 공격하여 재미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열을 기도한 자는 결국 자신도 퇴출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